3월13일 대법원이 박남서 시장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박 시장은 시장직을 상실했다, 민선 시장의 중도 하차는 지방자치제의 도입 이래 영주시 초유의 일이다. 시 경제 발전의 적임자임을 역설하던 후보자 시절의 박시장 슬로건이 아직도 생생한데 때 이른 그 말로末路가 너무 씁쓸하다. 박시장은 지난 민선 8기 시장 선거 국민의힘 경선과정에서 금품 및 식사 제공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바가 있다.

시민들은 이번 시장의 궐위를 두고 심사가 복잡하다. 먼저 지난 3년 동안 특별한 성과도 없이 시간만 허비했다는 한탄이 주를 이룬다. 생각해보면 무엇 하나 뚜렷하게 내세울 만한 치적이나 성과를 거두질 못했다. 시민들에겐 박시장이 임기 초부터 신병 치료를 한다며 시장실을 자주 비운 사실만 기억에 남아 있다.

둘째 시장 궐위의 타이밍이 절묘함이다. 보름 가량의 시차 때문에 재 보궐선거가 일정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그래도 재선거에 들어가는 시민의 세금은 아끼게 됐다는 빈정거림마저 있다. 임기의 4분의 3이나 채운 연후에야 판결이 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부분의 불만은 다시 두 갈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대형 로펌을 고용해 재판을 최종심까지 끌고 간 박시장의 사심에 대한 볼멘 소리와 다른 하나는 법의 마지막 보루堡壘인 법원부터가 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전자는 물론 피고인의 방어권 차원에서 이해가 간다. 그러나 후자는 약간 다르다. 공직선거법 제270조는 선거범의 재판 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임을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선거범과 그 공범에 관한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하여 신속히 하여야 하며, 그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월 이내에, 제2심 및 제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의 선고가 있은 날 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법으로 정한 기소에서부터 최종 선고까지 일명 633의 원칙이 제대로 작동되질 않고 있는 것이다.

법의 구문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입법 취지는 분명 강행규정이라고 써 놓았지만 이를 해석하는 권한을 지닌 법원은 임의규정이라고 읽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시중에는 이런 행태를 흔히 개그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법관들은 알고 계신지 궁금하다.

한편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청년층을 중심으로 흘러나온다.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들은 특히 특정 정당에 대한 묻지마 투표를 비판한다. 이를테면 지연, 학연, 혈연 같은 연고주의의 해악과 청산을 주장한다. 그들은 시민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연고주의를 통해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얻었는가. 그래서 생활에 도움은 되셨나요. 아니면 우리 고장이 남다른 발전이 됐던가요. 어쨌거나 우리가 박시장 사태를 통해 무언가를 배운다면 이번 일이 (우리가 치르는 대가와는 별도로) 꼭 재앙만은 아니라는 자위도 해본다.

현재 영주시는 선장이 없는 배와 비슷하다. 다시말해 시장의 부재로 어느 정도의 행정 공백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니까 이럴 때일수록 시민들이 경각심을 갖고 영주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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