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아영- 시를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본다는 뜻입니다

          봄나물 캐기

                                        -김하정

 

3월에 개원한 논두렁 산부인과

산파의 손놀림에 풀빛이 묻어난다

분만실 대기실로 오가는 앉은뱅이 의자들

 

실뿌리 탯줄에서 흙냄새 진동하고

양손으로 파릇한 엉덩이를 찰싹찰싹

두어 번 때리고 난 후 강보에 누인다

 

햇살의 발자국 잽싸게 달려와

바투 내민 손길로 흙의 내력 훑고서

상처로 움푹 팬 자리

제집인 양 들어간다

 

-봄은 잘 있습니다

언제 적 이름인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논두렁에 산부인과를 개원했다네요. 갖가지 봄나물을 받아내는 산부인과로요.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인데요. 아기면 어떻고, 봄나물이면 어때요. 귀한 것은 매한가지니까요.

사물을 인격화시켜 빚어낸 시조 한 편이 온 봄을 화들짝 놀라게 합니다. 산부인과에서 아기를 받아내듯 그 흐름이 자연스러우면서도 똑같아요. 우리네 경험과 딱 맞아 떨어지면서, 마치 내가 한 일을 그대로 옮겨 논 듯한 시인의 필력 덕분에 한껏 들뜨게 돼요. 평범하면서도 반짝이고, 기가 막히기까지 하는 즐거움이 두루두루 퍼지면서 봄 한때를 개운하게 하고 있어요.

동그란 힐링 하나 3월 하루쯤에 꺼내보면 어떨까요? 봄이 나물을 캐내 “강보에 누”일 때 “잽싸게 달려”온 “햇살의 발자국”에 그늘이 밀려나는 순간을요. “풀빛이 묻”은 들뜬 소식 곱게 싸서, 발갛게 달아오른 우체통에 밀어 넣는 순간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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