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인구가 문제다. 인구 감소는 우리 사회의 발등에 떨어진 불, 아니 그 이상이다. 더 큰 문제는 그 위험과 심각성을 구성원들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혹은 이에 대해 무심하다는 것이다.
요즘 대다수의 선남선녀들이 대통령 탄핵을 두고는 말도 많고, 갑론을박을 하고 있으나 정작 더 중요한 인구 감소는 마치 남의 나라 이야기 같다. 탄핵을 다투는 일이 권력을 둘러싼 소수의 권력 놀음 즉 그들만의 리그(물론 중요하다)인 반면에 인구 감소는 지방소멸을 너머 선 국가의 존립마저 위협하는 암적 존재라는 사실을 잊고 지낸다.
경상북도가 올해 내놓은 저출산과의 전쟁 선언은 그런 측면에서 유의미하다. 지난해 대비 두 배 가까운 예산의 증액(1천999억 원에서 3천578억 원)만 봐도 그 각오와 결기가 피부에 와 닿는다. 정책의 알갱이에도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청년 일자리와 저출생 문제를 균형 있게 다루면서 일과 가정의 양립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한 걸음 더 접근한 모양새다. 한때 허황된 이야기로 취급을 하며 대중의 우스개 소리로만 회자되던 결혼과 출생아에 대한 현금성 지원도 눈에 띈다.
이런 가운데 영주시의 인구 현주소를 짚어보자. 얼마전 인구10만명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영주시 승격(1980년) 44년만의 일이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주장한 경제학자 T·R·맬더스가 울고 갈 노릇이다. 여기서 흥미있는 점은 작년 영주의 출생아 수가 전년 대비(전국은 3.1% 증가) 18명이 늘어난 330여명이라는 사실이다. 반면 영주시를 빠져나간 인구는 매달 평균 1백여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런 추이라면 향후 5년 이내에 9 만명 선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어날 법도 하다. 누군가의 주장이 아니라 통계 지표가 보여주고 있다.
물론 영주시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가까이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며 얼마 전 기업 유치를 위한 관련 조례를 전면 개정했다. (주요 골자는 유치된 기업에 대해 인센티브를 대폭 상향 조정이다.)
주지하다시피 기업의 유치는 저출산 극복과 더불어 인구문제에 있어서 수레의 다른 한 축이다. 그 지원의 정도가 객관적으로 어느 수준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자체만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조례 개정의 배경은 베어링 국가산단을 비롯한 기업 유치가 원활하지 않음을 역설적으로 암시하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영주시는 아동친화도시를 표방하면서 일찌기 인구문제에 비중을 두고 아동 중심의 인프라 구축과 관련 사업에 매진해 왔다. 정책의 취지나 방향은 옳다. 단지 그 성과가 외부로 들어나지 않고 있다. 실적만으로 모든 걸 평가할 수는 없다. 정책이나 사업이 말처럼 늘 성공할 수 없는 노릇이니까.
아무튼 인구 감소가 악성 종양처럼 온몸에 번지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이 잊고 있는 사실도 하나 있다. 인구 정책에 관한 성공 사례 말이다. 둘도 많으니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시절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시민과 정부는 의기투합했다. 그 결과 우리가 골머리를 앓는 오늘날의 저출산율을 기록하게 되었던 것이다.
빈정거리는 게 아니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그 역주행도 가능하다고 본다. 인구를 줄일 수 있다면 그 반대 역시 가능하다. 때로는 운명도 선택의 몫이니까. 그렇다. 시민이 머리를 맞대면 인구문제 풀이에서도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다시 쓸 수는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