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무덤 없다. 비슷한 예로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라는 말도 있다. 전자는 어떤 일에 이르는 핑계나 구실에 주목한다. 반면 후자는 계기 또는 원인과 관련이 있다. 이들 속담은 서로 용처는 다를지라도 어떤 일이든 인과율의 지배를 받는다는 점에서는 같다. 이 논리에 따라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극단적 선택을 했다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는 추론은 상식적으로 가능해 보인다.
지난 겨울 꽤 오랜 기간 시청 앞에서는 피겟 시위가 있었다. 2024년 11월 의문의 죽음을 맞은 시청 6급 공무원의 유족과 유족의 지인들이 진상을 밝혀 달라는 것이었다. 고인을 아는 동료 직원들은 고인이 차분한 성격에 묵묵히 맡은 일만 하던 성실한 직원이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이 평범한 공무원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간 외적 요인은 어떤 것이었을까?
이 의문에 대해 얼마 전 영주시가 외부에 위탁해 전문가로 구성된 ‘직장내 괴롭힘 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원회’)가 나름의 답을 내놓았다. 조사위원회는 ‘직장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 내용도 세부적으로 밝히고 있다. 보고서를 간추리면 해당 6급 공무원은 상사의 데이터 조작 지시를 거부하면서 업무에서 배제됐다고 한다.
또한 정당한 사유 없이 상급자의 업무 일부를 떠맡기도 했고, 그중에는 갑작스런 지시에 의한 간부회의 대리 참석도 있었다. 특정 요일마다 간부 공무원의 의전을 수행해야 했고, 점심시간에 상급자를 기다리지 않고 식사했다는 이유로 공개 질책을 받았다. 사망 이틀 전에도 민원공무원 교육 출장중 공개적인 질책을 받았다.
시민들로서는 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몇 가지 가정법으로 생각할 수 있어 보인다. 먼저 피해자 측의 입장으로 상급자의 일련의 행위들이 하급자에 대한 골탕 먹이기와 망신 주기로 보는 것과 다른 관점으로는 악의는 아니었고, 관행이라면 관행이라고 부를 수 있는 소지도 다분히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가해자로 지목되는 상급자의 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와 상반되는 주장이다. 그는 업무 배제와 부당한 지시(이 두 가지는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없었다고 한다. 그의 주장이 조사위원회가 확보한 참고인들의 증언과 배치되기는 하지만 이는 존중돼야 한다.
다시말해 조사위원회의 주장은 아직까진 개연성이 높은 가설이며, 여러 가능한 견해 가운데 하나일 따름이다. 그러니까 조사위원회의 결론에 성급하게 감정적으로 매몰되는 태도는 시민들도 주의해야 한다. 즉, 증거보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사태를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면 곤란하다는 얘기이다.
아무튼 조사위원회의 조사가 충분했는지, 결론은 적정했는지 판단을 내리는 일이 조심스럽다. 무엇보다도 아직 남아 있는 향후 진행될 과정(심의위원회나 경찰조사 등)이 남아 있다. 권한 있는 기관의 심의와 조사의 추이도 살펴봐야 한다. 모든 주장은 언제나 증거에 입각해 입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직 사회 내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재발하지 않도록 보다 체계적인 예방책과 감시 기구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건의 진실이 명확히 밝혀지고, 공정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