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수필가)

인간은 누구나 추구하는 삶이 있다. 남녀노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자신이 꿈꾸고 바라는 세상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물질이든 정신이든 그 가치는 행복한 삶을 향한 의지, 즉 염원에 닿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예술 행위를 하는 까닭도 이와 같은 맥락일 터, 내면 표현과 아름다움 추구, 사회적 메시지 등 개인마다 그 차이는 있을 것이다. 

문학이라고 예외일 리는 없다. 어떤 이는 문학이 주는 울림으로 위로받는 걸 좋아할 것이고, 또 어떤 이는 자기를 표현함으로써 내적 만족을 얻을 것이며, 또 다른 이는 창작 과정에서 오는 성찰로 자신을 들여다볼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붓으로 글씨를 쓰는 행위를 서예(書藝)라고 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서법(書法)이라 하고, 일본에서는 서도(書道)라고 한다. 서예라는 예술 행위를 통해 몸가짐을 바르게 하여 예를 익히고 법도를 따른다는 의미다. 문학도 서예와 다르지 않다. 표면에 드러난 가치 그 이상이 창작 과정에 담겨 있다. 문학이라는 예술 행위 속에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인의예지가 뿌리내려 그릇됨 없이 살아야 함을 일깨운다. 자신을 표현하고 감정을 공유함으로써 삶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본능적인 욕구는 문학뿐 아니라 모든 문화예술인의 예술 행위이기도 하다.

누군가 필자에게 문학을 하는 이유에 관해 물어 온다면 망설임 없이 내 안의 이야기를 풀어낼 만한 곳이 문학 이외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할 것이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구석진 자리에 머문 이야기를 소환하고, 평생을 습한 그늘에 가린 채 빛 한 번 쐴 수 없었던 이의 가슴을 매만지는 일이 문학이 아니고선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것이다. 문학 속에는 시공이 공존하기에 시대가 추구하는 가치, 즉 실존적 존재를 작품으로 승화함으로써 공감과 감동, 이해와 깨달음을 얻게 되는 소득이 있기 때문이다.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하고, 들을 수 없는 것을 듣게 하며, 만질 수 없는 것까지도 촉감으로 느껴지는 예술 행위, 바로 창작이 퍼 올린 마법인 것이다. 자신을 탐독해 나가면서도 성찰이라는 확장된 눈을 길러냄으로, 자신뿐 아니라 타인까지도 보듬고 품는 힘을 길러내는 일, 문학의 역할이기도 하다. 결국 우리는 문학이라는 철학 속에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고뇌하며 성장통을 앓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간혹 지적 허영에 들떠 문학이 갖는 본연의 가치를 망각한 채 뜬구름 잡듯 언저리만 맴도는 이들도 적잖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 기본에 충실하다는 건 후회를 줄일 최소한의 안전망이기도 하다. 문학이 지닌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볼 때 인간은 자기 생각과 감정을 언어로는 다 표현할 수 없어 창작 활동을 통해 내적 힘을 기르게 된다. 결국 그 힘은 인간다움의 가치를 발견하는 일로 시대적 울림이기도 하다. 시대를 반영해 목소리를 대변하고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하는 역할에 문학은 지금껏 함께해 왔고, 앞으로도 그 길을 가게 될 테다.

문학을 시대의 거울이요 자화상이라고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람들이 문학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개인마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다를 것이다. 세상을 향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문학을 통해 표현하고, 삶의 의미를 새롭게 되찾으며, 확장된 시야를 통해 스스로 치유해 나가는 일, 많은 이들이 문학을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얼마 전, 한국문인협회 경북지회장 이취임식을 다녀왔다. 2년간 경북 문단을 이끌어 온, 또 이끌어 갈 수장의 이임과 취임의 자리였다. 행사장에는 경북 문학인의 축제를 방불케 할 만큼 많은 문사로 넘쳐났다. 문인마다 문학을 하는 이유는 다를 터, 이날 참석한 이들의 문학 로드맵은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문학인으로 살아가면서 세상을 밝혀 어둠을 걷어낼 작품 하나 건져 올릴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가치는 없을 테다. 문학을 통해 삶을 재해석하고 재발견함으로써 탐색과 성찰, 소통과 이해를 얻게 된다면 분명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문학을 하는 이유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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