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교통 문제의 곤혹스러움을 일컬어 교통 지옥이라고 한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든 자동차가 다른 자동차로 인해 불편을 초래하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말 장난을 하면 편리의 도구가 오히려 편리를 저해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한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문명이 진보한다고는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가 않다. 땅은 한정되어 있고, 자동차는 계속 늘어나므로 필요악과도 같다. 아무튼 모든 도시들이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얼마전 2024년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 관련 국토교통부의 발표가 있었다. 우리 고장 영주는 83.86점(100점 만점)을 받으며 B등급을 기록했다. 전년도의 C등급에서 한 계단이 올라선 성과이다. 구체적으로는 인구 30만 명 미만 전국 49개 시 지역 가운데 17위를 기록했다. 꽤 괜찮은 성적표이다. (물론 아이들을 키우는 학부모의 심정이라면 조금 욕심을 부려 10위권 안이었기를 기대할 수도 있었겠다) 이번 평가가 무엇보다 유의미한 점은 2023년을 분수령으로 교통문화가 업그레이드 되고 있는 것이다.
항목별로는 운전 중 스마트기기 사용이나 음주 운전 문제, 제한속도 준수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특히 과속과 함께 교통사고의 양대산맥과도 같은 무단횡단 금지 준수율은 70.75%로 전년도 대비 무려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자나 보행자의 교통안전 의식이 그만큼 성숙해져 가는 증거로 봐도 되겠다.
좀 더 살펴보면 횡단보도 신호 준수율(93.98%)도 나쁘지 않다.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와 자동차 방향 지시등 점등 신호 준수, 이륜차 승차자 안전모 착용 등은 전년도 대비 이행율이 소폭 감소 내지는 증가하는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양호한 수준이었다. 아울러 영주시의 교통문화 정책도 좋은 평가를 받았음을 첨언해 둔다.
반면 아쉬운 점도 있었다. 큰 폭으로 떨어진 안전띠 착용율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래도 81.18%에 이르니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자위할 수는 있겠다. 다만 안전띠는 중대 교통사고 발생시 탑승자의 생명을 좌우하는 만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을 늘 염두에 두어야겠다.
지자체의 교통안전 전문성 확보와 교통안전 관련 예산확보 노력도 답보 수준이다. 이들 항목의 저조한 평가가 아쉬운 점은 공무원의 의지와 관계가 깊은 만큼 어렵지 않게 개선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따라서 해당 부서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다시 정리해보면 영주시의 교통문화 수준은 전반적으로 양호하다. 특히 시 차원에서 교통문화 향상을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그럼에도 아직은 안주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고급 문화는 그저 주어지는 게 아니다. 학습의 문제이고, 시민 의식의 문제이다. 노력과 수고라는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만 얻게 되는 것이다.
고로 작금의 나름 괜찮은 성적표에 솔깃해서 자만하지 말자. 무단 주정차 같은 사소해 보이지만 누군가에겐 불편한 행위를 경계하자. 시민들의 질서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시민을 소위 교통지옥에서 구원할 수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