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혁신, 새로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영주를 알리다”

1대 아버지가 일궈놓은 전통 장류의 명맥

2020년대 사업 이어받아 키우는 향토 기업가

 

영주 농·특산물을 국내에서 해외 수출까지

유명 셰프와의 콜라보 기획으로 전통장류 홍보

“만포농산의 ‘만포’는 할아버지의 호입니다. ‘무량수’라는 제품명은 ‘영원한 생명, 끝이 없는 생명’이라는 의미를 담아, 드시는 분들을 위해 정했습니다”

만포농산 정병우(49) 대표의 아버지는 경북 영주시 하망동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부터 서울에서 유학했다. 이후 40대 무렵 농사를 짓고자 고향으로 돌아왔다. 당시 불규칙한 농가 소득을 해결하기 위해 1990년대 말부터 농한기에 장을 담그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첨가물을 넣지 않은 전통장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만포농산’을 설립하고, 무량수 전통장류를 개발해 사업을 키워왔다.

만포농산은 100% 국산 재료만을 사용해 국내외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2001년부터 안정면 용산리 남녘마을 폐교 자리에 터를 잡아, 운동장을 활용해 1천 개 이상의 장독대를 두고 전통장류를 생산하는 사업장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5년 전 만포농산 1대 故정대수 사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아들 정병우 대표가 가업을 잇기 위해 영주로 내려왔다. 현재 그는 아버지가 일궈놓은 사업을 이어받아 경영을 맡고 있다. 기업이 자리 잡은 폐교 터에는 소백산의 청량한 바람과 맑은 기운을 닮은 무량수 장류가 숙성되고 있다. 또한 직접 심은 소나무와 다양한 식물들이 조화를 이루며 울창한 숲을 형성해, 전통장류 기업으로서의 위엄을 더하고 있다.

만포농산의 무량수 제품은 30년째 대기업과 백화점에 납품되며, 수도권 및 일부 유명 레스토랑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정 대표는 오랜 직장 근무에서 배운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대적인 경영 마인드를 접목해 기업을 운영하며, 전통과 현대를 잇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무량수의 맛을 이어오기까지

처음 아버지는 된장과 고추장으로 시작했으며, 이후 필요한 제품을 부가적으로 더해 깨, 참기름, 들기름, 장아찌 등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했다. 부친이 예기치 않게 작고하시면서 기업을 급작스럽게 물려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정 대표는 가장 먼저 기본부터 챙겼다.

음식의 ‘맛’, 중요성을 인지한 그는 기존 장맛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명인들의 ‘장’ 관련된 수업 및 쿠킹클래스를 직접 찾아다니며 수업을 들었다. 아버지가 남겨주신 레시피가 있었지만 세부적인 제조 방법을 전수받지 못했기 때문에 여러 책과 논문을 통해 습득하며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당시 서울 미슐랭 2스타(현재 뉴욕 1스타)인 주옥의 신창호 셰프를 고문으로 모셔 와 기존 ‘만포농산’의 맛과 배움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셰프와 함께 새로운 ‘무량수의 맛’을 탄생시켰다. 즉 원하는 맛을 얻기 위해 각기 다른 제조 방향의 메주를 제조해 이를 각각 세 번에 나눠 자연발효 과정을 진행한 결과이다.

또한, 자연발효한 전통 장은 해마다 혹은 장독마다 맛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2년에서 6년 된 된장을 섞어 일정한 맛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독을 하나하나 열어 맛을 보며 ‘만포농산’만의 고유한 맛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하며 “직접 만드는 사람이 번거로운 일이 많아야 고객들이 더 맛있는 제품을 섭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직원 11명을 고용해 생산, 제조, 판매까지 직접 관리하며, 무량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작업장은 ▲포장 전용 제1공장 ▲HACCP(해썹) 인증을 받은 제2공장 ▲기름을 생산하는 소규모 HACCP(해썹) 공장 ▲발효 건조 시설 ▲콩 삶는 가마솥 설비 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6차 인증은 승인받았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개 체험은 운영되지 않으며 비공개로 진행된다. 이는 전통 음식의 특성상 체험 과정에서 오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 셰프 등을 대상으로 한 전문가 체험은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다.

외국인 체험객들에게 설명하는 모습
외국인 체험객들에게 설명하는 모습
셰프들과 사진 촬영하는 모습
셰프들과 사진 촬영하는 모습
‘무량수’ 제품
‘무량수’ 제품

# 수출 등을 통한 매출 다각화 노력

‘만포농산’ 기업은 설과 추석이 최대 대목이며, 지역에서 상품구매를 원할 경우 온라인 ‘영주장날’ 사이트와 오프라인 마켓인 안정로컬하나로마트에서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구수가 적은 지역에 집중하기보다 유동인구도 많고 인구 밀집 분포도가 높은 수도권, 부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비록 소량이지만 다양한 국가에서 수출도 시작됐음을 알렸다. 심지어 무량수 장류 제품을 사용하던 국내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 미국으로 진출하면서 수출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2022년 일본 전시회를 통해 홍보한 것이 해외 수출의 첫 신호탄이 됐으며, 현재 미국 텍사스와 뉴욕 등 하이엔드 시장에만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한국 식당을 통해 무량수 제품이 사용되고 있으며, 현재 UAE와 싱가포르와도 협의를 진행 중이다.

올해 경기가 좋지 않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정 대표는 “30년 가까이 거래한 업체가 주문을 중단하는 것을 보며 요즘 경기의 심각성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수출 사업은 정 대표가 가업을 이어받은 후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그의 아버지 역시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두 부자의 흔들림 없는 신념 덕분에 ‘만포농산’은 2대째 이어져 오고 있다.

전통 먹거리를 지키며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를 담아온 만포농산은 구수하고 깊은 맛을 자랑하는 무량수 전통장류, 우아하고 그윽한 풍미를 내는 무량수 기름류, 요리를 더욱 맛있게 하는 무량수 자연 조미료, 자극적이지 않고 감칠맛 나는 무량수 찬류 등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영주 한우를 직접 다져 만든 한우 볶음고추장과 구수한 향과 맛이 살아 있는 쌈장 등 무량수 양념류도 일품이다. 특히, 미쉐린 2스타 셰프가 참여한 무량수 한우 선물세트는 집에서도 고급 레스토랑의 맛과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돼 판매 중이다. ‘무량수 제품’은 다양한 기업에서 VIP용 선물세트로 납품되고 있다.

정 대표는 “보내는 분과 받는 분 모두를 위한 전통 음식으로, 만포농산 제품은 소비자들이 믿고 드실 수 있도록 철저하게 제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병우 대표
정병우 대표

# 현대적인 시선으로 끊임없이 혁신 ‘강조’

소비자들의 요청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며 사업을 진행해 왔다는 정 대표는 영주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영주한우, 부석태 등 지역 농·특산물을 사용하고 있지만 타 지역 소비자들을 접해보면 영주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고 한다. 영주의 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영주 자체의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버지는 1998년부터 사업을 이어오며 장독대 8~9개로 시작했다. 이후 점차 늘어나면서 현재 1천 개량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농사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콩 작황이 좋지 않았으며, 올해도 갑작스러운 한파로 인해 메주를 실내로 들여놓아야 할 정도로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콩, 깨, 고추농사도 들쑥날쑥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그는, 좋은 품질의 지역 농산물 수급이 점점 어려워져 강원도와 경기도에서 농산물을 들여와야 하는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영주 한우 또한 가격 대비 타 지역에 비해 비싸고, 일정하게 구매하기 어려워 부석태 등 여러 농산물과 마찬가지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전통을 그대로 답습하는 전승보다 이를 새롭게 해석하고 혁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옛 가치를 지키는 것과 변화하지 않으려는 것은 다르다”며 전통적인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인 시각으로 끊임없이 혁신하는 것이 자신의 경영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식이 주는 즐거움을 전하는 것이 철학이라고 말한 그는 “전통적인 한식의 이미지가 제한적이기에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려면 재미있는 요소를 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식이 하나의 여가 문화로 자리 잡고, 안전한 식품으로 맛과 즐거움을 함께 제공한다면 우리의 식재료도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박람회에 참여한 모습
일본 박람회에 참여한 모습

# 한국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전통을 지킬 수 있다”

“한식의 맛과 즐거움이 함께한다면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한 정 대표는 첫해에는 손실이 크고 적자도 상당했지만, 둘째 해부터는 손해를 보지 않았으며, 셋째 해부터는 적지만 이익을 내고 있다고 한다.

최근 우려하는 부분은 “한국 된장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흐름이다. 특히 그는 “국내에서 장류 소비량이 지난 몇 년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며 “K-food가 유행하면서 수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다수의 해외 소비자들에게 아직은 생소한 장류 제품이다. 기존 일본 된장 제품 ‘미소’나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공장 제품과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판매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고민이 깊다는 정 대표는 이미 학교 급식에서 아이들이 된장 자체를 기피하면서 메뉴에서 빠지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젊은 세대가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전통만을 고집하는 것보다 새롭고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40~50대마저 외식에 익숙해지고 있는 시점이기에 기존에 소비되던 케첩, 스리라차, 타바스코 소스보다도 우리 장류를 섭취하지 않는 현실에 도달했다는 그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 대표는 지속적으로 셰프들과 협업하며, 소비자 입맛에 맞는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편 정 대표는 “장을 이용해 주시는 분들이 완성해주시는 제품이라 생각한다”며 “유명 셰프들을 통해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정 대표는 최근 다른 지역에서 공장 이전 제안을 받기도 했으며, 좋은 조건들로 인해 신중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고향인 영주를 떠나고 싶지 않지만, 영주시의 다양한 지원과 혜택에도 지역 소멸이라는 큰 위기 앞에서는 고민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는 그는 장기적인 고민일 뿐 영주에서 ‘만포농산’을 좀 더 키워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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