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을 고향 떠난 사람이 아니라 ‘영주인’ 의식을 갖도록 해야”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의정활동이 늘 아쉽기만 하다고 할 정도로 자신을 채찍질
복잡한 시대에 양 진영으로 나뉜 국력 소모 모습 안타까워
출향과 재향 퇴직자 활용 프로그램 활성화 필요
강남구 구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황영각 의원, 그에게 의정활동을 하며 보람 있었던 일을 소개해달라 했다. 그의 대답이 뜻밖에도 “늘 아쉽기만 하다”였다. 업적이 무엇인지 묻지 않아도 말하려는 게 선출직들의 공통된 현상이다. 그런데 황영각 의원의 대답은 ‘아쉽다’였다. 선출직들이 바로 이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안정면 대룡산 아래에서 태어났다. 안정남부초등학교, 영주중학교, 영광고등학교를 마치고 농사를 지으며 경북전문대를 다니다 ‘먹고 살기 위해’ 서울로 갔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황의원이 먼저 질문을 했다. 눈이 많이 왔는데 고향에 눈 피해가 없는지였다. 그의 고향 사랑을 느꼈다.
고향에 눈 피해가 없는지부터 궁금해하시니 고맙습니다.
며칠 전 우리 강남구 민주평통 운영위원을 비롯, 20여 분이 1박 2일로 영주에 갔습니다. 민주평통 위원들이 세계유산인 영주의 소수서원, 부석사를 들리고 무장독립운동 발상지인 대한광복단기념공원에도 들렀습니다. 뿌듯했습니다. 저는 영주시 시장님과 행정안전국장에게 고향 홍보 좀 하시라 전화했습니다.
서울에도 눈이 많이 왔다는데...
제가 있는 곳은 행정기관이 빨리 눈 처리를 했습니다. 그보다 서울은 정치적 문제로 갈라져 있는 게 문제입니다. 나라가 양쪽으로 갈라져 국가적 역량 소모가 많습니다. 문제가 빨리 해소되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동감입니다.
세계는 AI니 뭐니 해서 크게 변하고 있고 분쟁지역도 새 양상으로 들어가는데 우리는 내부적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예전에 삼성 이건희 회장이 정치는 3류라 하더니만 그 말이 맞습니다. 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도록 규제 완화 등 그런 문제 해결에 정치권이 집중해야 나라를 먹여 살리는 데 도움이 될텐데, 경쟁국만 좋아할 것 같습니다. 국가의 원로들이 적극 나서야 합니다.
지방은 지방대로 지역소멸의 위험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고향을 떠나 있지만 걱정입니다. 임명직은 큰 사업을 하기 어려울 겁니다. 지자체간 협력사업 같은 사례도 큰 사업입니다. 예를 들어, 봉화군의 베트남 관련 사업은 영주도 같이 추진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고요.
출향한 분들의 고향 발전 협조도 필요합니다.
출향한 분들이 무얼 도울 수 있는지를 모를 수 있습니다. 출향인들이 도울 수 있는 게 무엇인지는 영주시 공직자와 시민들이 찾으면 좋겠습니다. 영주에 살지 않더라도 영주 사람이란 생각이 들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 기초작업으로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해야 하고요. 잊히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탈북민은 그냥 ‘탈북민’이 아니라 적극적 관점에서 ‘인적 기반으로 통일을 한 사람’으로 보듯 애향인들을 고향 떠난 사람으로 보아서는 안 됩니다. 애향인들이 고향 소식을 자꾸 접하도록 해야 합니다.
애향인들의 귀향이 많아지면 하는 바램입니다.
귀촌하는 분들이 가장 먼저 검토하는 대상지는 고향입니다. 귀촌을 생각하거나 생각할 여건이 된 애향인들에게 정보를 주고 인센티브 제도를 알리는 적극적 활동이 필요합니다. 고향에 연고가 없어진 분들을 위한 귀향촌 만들기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영주의 날’ 행사를 통해 사람의 귀향 및 귀촌 촉진, 자본과 기술의 유치, 홍보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의원님은 영주시 어디서 태어나 자라셨나요?
저는 안정 용산에서 3남1녀의 둘째로 태어나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80년대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지난해 돌아가셨습니다. 안정 용산에는 순흥 안씨들과 저희 일가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많은 분이 출향을 했습니다. 저는 안정남부초등학교를 나왔습니다. 중학교는 영주중학교를, 고등학교는 영광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농사를 지으며 경북전문대학을 다녔습니다. 그러다 먹고 살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당시 시골에서 먹고 사는 게 힘들었지요?
저희 집만 힘들었다고 할 수는 없지요. 그때 어느 집이든 다들 경제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저도 베이비부머 세대로 형제들이 많았고 고향에선 일자리에 한계가 있으니 다들 서울권 등 대도시로 떠났습니다. 그때는 무조건 큰 곳으로 가자는 분위기였습니다. 저희 형제들도 모두 고향을 떠나 현재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고향에는 종가(구암종택)가 있어 저희 집성촌의 흔적을 말합니다.
구암 황효공 선생의 후손이시군요.
네. 고향 가서 종가에 들리지 않더라도 종손(현 구암종손 : 황춘일)이 고향의 종택에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후손으로 좋습니다.
고향에는 이제 형제분도 계시지 않고 연고가 끊어졌겠군요.
고향과 가족 연고가 없어졌다고 해도 고향은 늘 그리운 곳입니다. 고향에 있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고향에서 온 친구들과 서울에서 만나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몰랐던 사이도 만나서 금방 친해질 수 있는 게 고향 사람입니다.
친구들과 고향 이야기를 많이 하셨겠군요?
당연하지요. 지역소멸론 이야기도 했습니다. 고향이 발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도 했습니다. 단합이 부족했고 후배들을 이끌어 주는 데도 부족했다는 아쉬움도 나왔습니다. 이제 공직에 있던 친구들은 모두 정년 퇴직을 했습니다만 회계사 등 현직에 있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고향 발전을 위한 연결고리가 좀 더 끈끈해야 한다는 점이 공통의견이었습니다. 고향 발전을 위한 바늘과 실은 흩어져 있는데 누가 찾아 짜는지가 중요하며 그걸 하는 분들이 나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고향 발전을 위해서 참 앞장서 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정치에는 왜 뛰어드셨는지요?
글쎄요. 정치에 뜻이 있어 뛰어든 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 제가 사는 지역에 뭔가 보탬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다 2007년 주민자치위원장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다른 단체장도 맡고 민간조직 단체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지역 현안을 맞닥드리며 그런 문제 해결을 위해 선출직에 나서야겠단 생각을 하며 자연스레 정치와 연결되었습니다.
정치에 목적을 두고 시작한 건 아니었습니다. 기초자치단체 의원은 생활정치인입니다.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걸 파악하고 그걸 해결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정치활동을 하시며 보람 있었던 사례를 소개 부탁합니다.
보람보다는 모든 활동이 아쉽습니다. 지나고 보면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란 생각이 듭니다. 최선을 다했다고 하지만 늘 아쉽기만 합니다.
아쉽기만 하다.. 정치인이라면 바로 그런 자세를 모두 가져야 하겠는데요. 공직자가 가져야 할 모델을 제시하셨다 하겠습니다.
과찬의 말씀입니다. 그런 자세를 가진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또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역민들이 불편하지 않게 미리미리 신경 써주고 대변해주고 그러는 게 저는 좋더라고요.
끝으로 고향을 위해 조언하신다면?
영주시민신문처럼 고향 소식을 전하는 언론이 있어 감사합니다. 출향한 분들이 이런 고향 언론을 많이 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고향을 떠났지만 ‘영주인’의 마인드를 유지할 수 있게 말입니다. 평균수명이 긴 시대에 맞게 정년퇴직한 분들을 활용하는 방안을 다양하게 찾으면 좋겠습니다.
퇴직한 많은 고급 인력이 활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영주에는 세상의 전환점이 된 유적을 적극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그냥 밋밋하게 부석사, 소수서원, 대한광복단, 무섬마을.. 이런 식으로 하지 말고 ‘무장 광복 투쟁의 장을 연 대한광복단’처럼 시대의 전환점이란 중요성을 강조해야 합니다.
<황영각 구의원 프로필>
- 안정남부초등학교, 영주중학교, 영광고등학교
- 경북전문대 중퇴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 (전) 현대백화점(압구정) 근무
- (현) 제9대 강남구의회 의원
국민의힘 서울시당 부위원장
압구정 파출소 생활안전협의회 부회장
- (현) 압구정골프스쿨 운영
- (역임) 제9대 전반기 강남구의회
복지도시위원회 위원장
바르게살기 압구정동 위원장
압구정동 제4기 주민자치위 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