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율 (동양대학교 교수)

정치란 무엇이고 정치가, 혹은 정치인이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정치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 정치가는 사전에서 ‘정치를 맡아서 하는 사람. 또는 정치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라 하면서 정치인과 같은 말로 쓰인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정치가, 혹은 정치인은 정치의 개념 규정처럼 이 개념을 충실하게 인식하고 이를 현실에서 제대로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 한국 사회에서 활동하는 정치가, 혹은 정치인을 과연 우리 국민은 어떤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궁금하다. 직접 여론 조사를 하지 않더라도 각종 매체에서 전하는 내용과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정확하지는 않지만, 사전에서 정치를 규정하고 있는 개념과는 멀어 보인다는 것이 국민 일반의 인식이라고 추정된다.

공자는 논어에서 정치에 대해 여러 형태로 말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논어(論語)・자로(子路)⌋에서는 명분(名分)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정명론(正名論)을 언급하고 있다. 위(衛)나라 출공(出公) 첩(輒)이 공자를 모시고 정치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어떻게 하겠느냐는 자로의 물음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

‘명불정칙언불순.언불순칙사불성.사불성칙예악.불흥.예악.불흥칙형벌.불중.형벌.불중칙민무소조수족.

(名不正則言不順.言不順則事不成.事不成則禮樂.不興.禮樂.不興則刑罰.不中.刑罰.不中則民無所措手足.

-명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이치에 맞지 않고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고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악이 일어나지 않고 예악이 일어나지 않으면 형벌이 알맞게 시행되지 않고 형벌이 알맞게 시행되지 않으면 백성들이 손발을 둘 곳이 없게 된다.)’라고.

모든 행위는 명분을 바르게 하는 정명(正名)에서 출발해야 한다. 명분이란 인륜(人倫)과 천리(天理)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다. 오늘의 세태를 보면 무슨 일이든지 인륜과 천리를 무시하고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는데 그것은 명분이 아니라 궤변(詭辯)이자 요언(妖言)이다.

작은 사업체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하다못해 우리가 조그만 규모의 사업체에서 직원을 채용하려고 해도 지원자에 대해 필기시험도 보고, 또 면접도 하는 등 다각도(多角度)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파악해 보고 나서 많은 고민 끝에 임용 결정을 한다. 하물며 많은 국민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정치인을 선출하는데 선거라는 하나의 여과과정(濾過過程)만으로 뽑는 일은 너무나 무모한 일이자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까지 그렇게 지내온 일은 다시 되돌릴 수가 없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하고 합리적인 여과과정을 거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자기 생명과 재산처럼 생각하여 헌신봉공(獻身奉公)할 수 있는 정치가, 혹은 정치인을 뽑을 방법과 장치를 모두가 고민해서 안출(案出)해 내어야 할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수준의 정치가, 혹은 정치인을 양산(量産)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들의 목불인견(目不忍見) 장면은 싫어도 계속 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라도 정치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자기를 돌아보아 기준에 미달하고 자격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면 절대로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치는 유상무상(有象無象: 어중이떠중이)이 하는 것이 아니다. 높은 도덕성과 멸사봉공(滅私奉公)의 투철한 인식, 고도의 전문성과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가진 사람만이 해야 한다.

또 그런 사람을 길러내기 위해 사회나 국가는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시급하게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을 반드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정치가 교육이란 사실이다. 오늘날 상당수의 정치인은 정치가 교육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작태를 벌인다.

정치보다 더 큰 교육은 없다. 그러면 교육은 무엇이냐? 교육은 수범(垂範)이다. 다시 말하면 교육과 정치는 모두가 수기(修己)를 거쳐 안인(安人)하고 치인(治人)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하고, 그런 가운데에서도 가장 확실한 기준과 자격을 갖추어 누구나가 추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제대로 된 정치와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현실의 정치를 과감하게 폄훼(貶毁)하고 비판한다고 해서 정치가 그냥 달라지지는 않는다. 우리 모두 탁수(濁水)가 다 맑아질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새로운 청활수(淸活水)를 들이부어서 맑혀나갈 때 비로소 흙탕물은 맑은 물이 될 것이다. 현실을 비판하는 정열이 있다는 것은 동시에 흙탕물을 맑은 물로 바꿔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에 다름 아니라고 볼 때 우리 모두 견딜힘으로 꾸준히 정명정치(正名正治)의 구현이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올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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