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뀔 때마다 민생탐방이라는 걸 한다. 시의 수장인 시장이 참모들을 대동하고 읍면동을 순회한다. 중앙정부의 대통령 연두순시 축소판인 셈이다. 새해 인사도 건네고 시민의 건의나 고충을 듣는다. 사안에 따라서는 머릴 맞대고 지역 현안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관행대로라면 해당 지역구의 시의원들은 민생탐방시 자리를 늘 함께했다.
그러나 지난 3일 남부 지역에서 시작한 민생탐방에서 변화가 나타났다. 어찌된 노릇인지 시의원들이 전원 불참하는 일이 일어났다. 본지의 취재에 따르면 민생탐방 참여 문제가 시의회 차원에서 논의까지 됐다고 하니 시의원들의 불참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인다. 거기엔 선거법 위반 관련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 판결을 받고 대법원 최종심을 기다리는 현 시장의 레임덕도 한몫했을 것이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시와 시의회의 불화는 지난해 2025년 예산안 심의시 신규 도로 개설과 모 아파트 인근 주차장 조성사업 예산의 삭감과 관련이 있다. 해당 사업이 특정인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삭감조치를 한 것이다. 그러니까 예산 삭감은 딱히 문제가 없었고, 게다가 이와 관련하여 불만을 가진다면 시의회가 아니라 집행부 쪽이다. 그런데 현실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반대로 나타났다. 앞서 말했듯 민생탐방에 딴지를 거는 쪽이 시의회인 것이다.
방귀 뀐 놈이 성 낸다는 민간의 속설을 입증해 보이겠다는 걸까. 아니면 어떤 이유(?)가 있어 그간 벼루어 왔던 집행부라는 야생마(?)를 한번 길들여 보겠다는 발상인가. 여기까지라면 아예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심지어 어떤 시의원은 이런 주옥같은 말씀도 남긴다. '시의원이 시장의 부하직원은 아니지 않느냐' (검찰총장 시절의 윤석열 대통령이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했던 언행을 재현해 보려 했던 걸까 아니면 그 패러디인가?) 또 어떤 시의원은 민생탐방 행사장 입구에서 시민들만 만나고 돌아갔다고 한다.
의회와 집행부가 늘 좋은 사이일 수는 없다. 권한과 하는 일이 다르고 때로는 견제와 대립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사 문제가 있다해도 대화와 타협으로 풀면 될 일이다. 지금처럼 대놓고 시의회가 시민의 권익을 보호하기는커녕 시민을 볼모로 삼는 일은 결코 적절치 않은 처사이다.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 물속으로 나는 비행기 하늘로 나는 돛단배,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 위로 오늘도 애드벌룬 떠 있건만 포수에게 잡혀 온 잉어만이 한숨을 내쉰다.’ 어느 외국 번안곡의 노랫말이다. 이 노랫말이 묘하게도 울림을 주는 까닭은 이번 우리 고장 민생탐방의 파행을 비유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