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다양성을 육성·양성하는 영주교육 철학
선비정신 토대로 21c 글로벌 인재 발돋움
배움·재능·나눔을 즐기고 펼칠 수 있게
‘바른 인성’ 교육으로 ‘바른길’ 인도 노력
지역사회와 함께 인성교육을 열어가는 경상북도 영주교육지원청(이하 영주교육청)의 특색있는 교육 방침이 주목받고 있다. 영주교육청은 꿈을 찾는 지성을 의미하는 ‘학(學)’, 끼를 키우는 감성 ‘예(藝)’, 배려와 나눔의 인성 ‘덕(德)’, 힘을 북돋우는 협력 ‘협(協)’을 강조하며 교육과정과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영주교육청의 교육지표는 ‘삶의 힘을 키우는 행복한 선비 육성’이다. 즉, 배움·재능·나눔을 즐기고, 펼치며, 실천하는 사람이야말로 ‘바른 인성’ 교육의 모범이자, 선비정신을 품은 영주인다운 인재라는 철학이 담겨 있다. 그 중심에는 제41대 박종진 교육장이 있다.
오는 8월 퇴직을 앞둔 박 교육장은 영주가 고향으로, 군대 제대 후 1988년 9월 1일 영주여자중학교로 발령받아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4년 동안 영주중, 소수중, 영주학생야영장, 단산중, 부석중을 거쳐 영주제일고에서 최장 9년간 근무하며, 사이클부를 창단하는 등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교육에 헌신했다.
이후 울릉도, 봉화, 안동중학교에서 교감을 역임하며 오로지 교육 한 길을 걸어왔다. 경북 전역에서 활동한 그는 경북도교육청 체육건강과 장학관과 과장을 거쳐, 한국생명과학고에서 교장으로 근무했다. 지난해 9월 1일 영주교육지원청 교육장으로 부임하며 다시 고향에서 교육 행정의 수장을 맡았다.
대구 경북대 사범대학 체육대학을 졸업하고, 영남대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마친 박 교육장은 퇴임 후 평범한 삶을 꿈꾸는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다. 하지만 교육자로서 39년 동안 ‘함께하는 교육, 공감하는 교육’을 슬로건으로 영주 교육의 미래와 학생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강조하며 헌신해왔다.
영주 교사 출신에서 교육장까지 ‘공동교육체’ 강조
공부를 안 하면 졸업이 어려웠던 졸업정원제 시절, 박 교육장은 학업에 매진한 끝에 1986년 2월 25일 졸업하고 3월 체육 교사로 발령받았다. 교육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운동부를 운영하며 육상부 중장거리를 담당해 좋은 성적을 거뒀고, 이후 사이클 지도에도 힘썼다.
영주의 지리적 특성을 잘 알고 있던 그는 당시 교통량이 적고 소백산 아래 죽령고개가 있어 자전거 훈련에 최적의 환경이라는 점을 활용해 사이클부를 운영했다. 특히 감독으로서 직접 지도하며 영주 지역 자전거 운동 발전에 기여했다.
당시 순흥면에는 사이클 전용 경기장인 벨로드롬이 조성됐고, 이를 기반으로 학생들의 실력은 눈에 띄게 성장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일반부 선수들과 경쟁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4위를 차지하는 등 다양한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박 교육장은 영주제일고에서 보낸 9년을 “젊은 시절, 남다른 열정을 쏟았던 시간”이라고 회상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서 보람과 긍지를 느낀 그는 체육 교사로서 신뢰와 지지를 받으며, 학부모와 지역사회에서도 인정받아 교육장 자리까지 올랐다.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신념 아래, 영주 교육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행복한 선비 육성을 목표로 배움의 깊이를 더하고,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풍기중학교 축구부가 우승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박 교육장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영주교육청은 ‘안자육훈’ 실천을 통해 인성 교육뿐만 아니라 지역 단체, 교원, 학부모가 함께하는 공동교육체 형성을 위해 소통하며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문을 연 ‘인성 중심’의 영주효문화진흥원과 협력해 ‘생각하면 행할 수 있는’ 체험·경험 중심의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며,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교육 효과를 제공하고자 추진하고 있다.
선비 교육이 바른길을 인도한다
올바른 품성을 갖추기 위해 선비정신을 강조하는 영주교육은 내실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21세기 미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영주교육청은 ‘인성이 곧 선비정신’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효·충·예·신·경·성의 여섯 가지 ‘안자육훈’을 실천 윤리로 삼아 특색 있는 교육을 펼치고 있다.
박 교육장은 “선비의 품격을 논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며 “교육은 단순히 인간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변화와 성장을 이루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고민 속에서 선비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교육은 체계적이고 조직적이며,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박 교육장은 “보통 학교 교육은 지식과 인성을 담는 데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협동심, 배려심, 경쟁심 등 인간의 근본적 가치를 실천하는 과정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학원이 성적만 강조하는 조직이라면, 학교는 선후배, 교사, 학부모 등과 관계를 형성하며 ‘학생들이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함께 나누고 소통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경상북도교육청은 이러한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삶의 희망을 키우는 따뜻한 경북 교육’을 비전으로 설정했다. 이를 기반으로 영주교육청은 ‘삶의 힘을 키우는 행복한 선비 육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박 교육장은 “영주교육이 ‘삶의 힘’과 ‘행복한 선비’라는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거쳤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세대에게 선비라는 단어가 시대에 맞지 않는 고리타분한 존재로 인식될 수 있다”며 “선비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혜를 상징하는 ‘갓’과 따뜻한 마음, 넓은 배려심을 담은 ‘도포’처럼, 선비정신은 여전히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옛 선비들은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졌다”며 “우리가 바른길을 선택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듯, 영주교육청은 학생들이 지식과 지혜를 바탕으로 스스로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올바른 생각과 행동을 실천할 수 있는 학생을 육성하는 것이야말로 영주교육청의 역할이자 사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영주교육지원청은 교육과 행정지원으로 나누어 운영되고 있으며, 교육 부문에서는 기초학력지원센터, 영주종합체험학습장(발명교실), 유아교육체험센터, 특수교육지원센터, Wee센터, 학교지원센터(늘봄학교 등), 건강증진(보건·영양급식), 체육청소년, 유·초등·중등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다.
다양성을 끌어내는 학교 교육이 필요하다
박 교육장은 “학교는 끊임없이 행정적인 지원을 받아야 한다. 또한, 학교마다 다양성을 살리고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발굴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마다 갈 길이 다르고 성향이 다르다”며 우리 사회가 ‘인 서울’과 ‘인 판·검사’ 등을 강조하는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각 분야에서 뛰어난 인재가 나오려면, 개인의 잠재력을 조기에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교 교육이야말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기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교육장은 “한 아이의 잠재력을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과거에는 골목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동네 선후배 간의 관계가 형성됐고, 이를 통해 참된 교육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요즘 학생들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통해 익숙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에는 서열이 정해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성이 길러졌으며, 인내심과 배려심을 배울 수 있는 생활 교육이 함께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까지도 경쟁적이고 서열적인 교육 환경이 존재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를 어떻게 나누고 배려하며 사회적 소통 능력을 키울 수 있는가 하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공교육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 교육 현장에서 공정하고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야만 진정한 공정성을 갖춘 교육이 실현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우리 사회에는 다문화 학생과 특수 교육 대상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들을 포함해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OECD(국제경제협력기구) 가입국들을 보면, 경제 성장 위주로 발전한 결과, 뒤를 돌아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로 인해 자살률 증가, 학교폭력 문제, 1등만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반듯하고 행복한 선비’의 정신을 이어가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지금 시대에는 실천하고 행동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학생, 배려하고 나눌 줄 아는 학생,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갈 수 있는 학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함께 성장하며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학생들을 길러내고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경북도 학생들의 건강을 책임지며 보건, 급식, 체육 등 세 분야를 담당했던 그는 “모든 학생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다양성, 책임성, 공정성 등 미래를 설계하는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임기를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교육이 단순히 학교 선생님만의 역할이 아니라,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행정적으로 ‘안 된다’고 단정 짓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 조직, 학생들을 위해 어떻게 하면 가능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교육 행정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특성화고 학생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영주교육청은, 학생들이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다양한 놀이와 창의 교육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박 교육장은 “교육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임무는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부모들이 경제활동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물론, 학생들이 상대방의 아픔을 공감하고 포용할 수 있는 인격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도록, 어른들이 응원하고 지켜보며 길을 열어주는 것이 좋은 결실을 맺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박 교육장은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며 “교육은 사람을 다루는 일이기에, 단 한 번의 행동과 말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만 보고 달려온 교육자의 길을 돌아보며, 앞으로는 지속적인 봉사와 운동을 통해 자연환경 보호에 힘쓰고, 지역과 후세를 위해 남은 인생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