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남 (작가)

영주시 순흥면 소백로 2481번길 33 주소지에는〈여우 생태관찰원〉이 있다. 멸종위기 붉은여우를 복원하기 위한 곳으로 국립공원관리공단 종 복원기술원이 운영하는 멸종위기종인 붉은여우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증식하고 복원하는 시설인 ‘국립공원 야생 생물 보전원 중부보전센터’가 바로 이곳이다. 필자는 이곳을 두 번 방문한 적이 있다. 사전 신청하여 정해진 시간에 방문하면 해설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데, 해설을 들으면서 한 바퀴 둘러보면 이렇게 귀하고 의미 있는 공간이 영주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드는 곳이다.

국가차원에서 멸종위기 동식물에 대한 종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소백산 영주에는 붉은여우(토종여우)가 지리산에는 반달가슴곰이, 월악산과 설악산에는 산양이, 덕유산에는 멸종위기식물 종 복원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해설사에 따르면 붉은여우가 우리나라에서 사라지게 된 이유로 크게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는데, 바로 쥐잡기 운동과 여우목도리 때문이라고 했다.

1970년대 식량이 부족한 당시에 곡식을 축내는 쥐를 잡기 위해서 전 국민 쥐잡기 운동이 전개되면서 여우의 주된 먹이사슬인 쥐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여우는 잡식 동물로 쥐, 토끼, 개구리, 꿩, 등 작은 동물을 주로 잡아먹는데, 쥐약으로 죽은 쥐를 먹고 중독사 한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또 하나, 그 시대 여우 목도리는 부의 상징으로 여겨져 여우목도리를 선호하는 현상도 여우가 사라지게 만드는데 한몫한 것으로 꼽고 있다.

여우의 먹이는 다양한데, 고라니 같은 죽은 동물의 사체도 먹기 때문에 생태계의 청소부 역할을 하며, 배설물은 식물이 잘 자라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또한 작은 포유류 동물들을 포식하면서 포식자와 피포식자 간 생태계의 균형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여우가 사라진 것은 결국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진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니 여우의 복원은 생태계에 있어서 그만큼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우 생태관찰원에서는 멸종위기종인 붉은여우가 야생에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굴 파기, 먹이 잡기, 위험 요소 피하기 등 집단생활과 짝짓기를 유도하고 있다. 여우의 야생 훈련장인 셈이다. 이곳에서 야생 적응 훈련을 거쳐서 GPS기기를 탑재해서 야생으로 내보내지게 된다. 야생으로 돌아간 여우는 추적 장치를 통해서 관찰하게 되는데,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 해당 장소로 찾아가서 상태를 직접 점검하고 관리하는 시스템 체계를 갖추고 있다.

야생으로 나갔던 여우가 사고로 다치거나 아플 경우 센터로 데리고 와서 치료를 하고 회복시키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치료가 끝나면 야생으로 다시 돌려보내는데, 관찰원에 남아 있는 개체는 대부분 상처가 있어 더 이상 야생에서 스스로 살아갈 수 없는 경우이다. 여우 생태관찰원은 멸종위기종인 붉은여우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국내에서 유일한 곳이기에 더 소중하고 가치가 있는 곳이다.

안타깝게도 관찰원에서 만난 여우들은 대부분 다리를 절룩이는 모습이었다. 힘들게 공들여서 복원된 여우가 제일 많이 다치는 원인으로는 사람들이 야생동물을 포획하기 위해서 설치해 놓은 ‘덫’ 때문이라고 한다. 그다음이 ‘로드킬’ 사고이다. 종 다양성을 위한 국가적인 생태계 복원노력으로 어렵게 증식한 멸종위기 동물이 희생되고 부상을 당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부주의와 욕심으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여우는 예민하고 사람을 기피하는 성향이 강해서 주로 어두울 때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로드킬을 당하는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고속도로나 산길 주행을 하다 보면 ‘야생동물 출몰지역 주의’라는 표지판을 종종 만나게 된다. 표지판에 적힌 문구는 그저 단순한 주의 문구가 아니라, 안타까운 희생을 막고자 하는 절실한 호소문이었던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모두가 지켜야 하지만, 누구든 쉽게 지나치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알아차려서 의미를 더하고 마음을 보태면 그냥 지나쳤던 소중한 것들을 지킬 수 있는 것이 의외로 있다. 그것은 기본을 지키며 실천하는 작은 관심에서 출발하는 것들이다. 반복되는 실수는 줄이고 사소한 것에도 관심은 기울이는 마음이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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