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함께 떠나는 세계일주의 꿈, 현실이 됐다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무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부부가 함께 제2의 인생으로 3개월~7개월 단위로 세계일주
따라가는 여행이 아니라 자유로이 찾아가며 좌충우돌 여행
은퇴 30년 전부터 준비 실행, 여행 중 쓴 일기로 책자 발간
고령화 시대의 제2 인생 설계 프로그램이 성인교육의 주요 주제로 대두되고 있다. 취미를 살려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기도 하고, 직장에 매여 참가하지 못했던 봉사 등 사회 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젊은 시절의 로망인 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다.
수출주도 경제로 경제발전을 이루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세대에게 세계여행은 꿈이기도 했다. 세계여행은 많은 경비가 들고 대부분 여행사 프로그램(패키지 여행) 참가이기도 하다. 세계여행을 하며 다른 사람의 뒷모습만 따라다녔다는 푸념도 많다.
젊은 사람들은 홀로 배낭여행을 하며 호연지기를 기르며 어학 역량을 키우기도 하지만 고령 세대에겐 먼 이야기로 취급된다. 여행사 프로그램이 아니라 홀로 방문할 곳을 정하고 실행하는 고령층은 찾기가 힘들다. 우리고장 영주출신 애향인으로 여행사에 기대지 않고 가고 싶었던 곳을 몇 달씩 다녀온 사람이 있다. 바로 송재명 자유여행가이다.
그는 ‘자유로이 다니는 여행’에 방점을 두고 스스로 ‘자유여행가’라고 칭한다. 공무원 정년퇴직 후 부인과 둘이, 그것도 다리가 불편한 부인을 휠체어에 태우고 3~7개월간 장기 세계여행을 10년 동안 해왔다. 그는 여행을 하며 일기를 쓰고 그 일기를 책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벌써 4권의 책을 출판했으며 다섯 번째의 책을 출판할 예정이다. 송재명 자유여행가를 지난 17일 서울 공군호텔에서 개최된 재경영주시향우회에서 만났다.
어디에서 태어나 자라셨나요?
관사골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근세 역사 흔적이 남아 있어 외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그곳입니다. 저는 6남매의 셋째입니다. 큰형님(송재학씨)만 고향을 지키고 계십니다. 영주시 농업기술지원센터 소장으로 근무 후 은퇴하셨지요.
공부도 근처 학교에서 하셨겠군요?
그렇지요. 영주초등학교를 1966년 졸업하고 집 근처 영광중학교를 다녔습니다. 고등학교는 현재의 제일고등학교입니다. 당시는 인문계가 아니라 종합고등학교로 저는 상과에서 공부했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시절인지라 대학 진학은 엄두도 못 내고 취업을 하려고 했었지요.
당시 취업도 쉽던 시절이 아니었지요?
제가 고등학교 졸업을 1972년에 했는데 인기가 가장 좋던 취업처가 은행이었습니다. 경쟁률이 대단했습니다. 우리 동기 중 은행에 입행한 동기가 극소수였지요. 졸업 후 입행을 못하고 취업을 위해 형님들이 입던 옷 몇 벌을 가방에 넣고 야간열차로 청량리역에 내려 잠잘 곳 없는 살벌한 서울 바닥에서 공사판 잡일, 버스와 지하철의 잡상인, 나이트클럽 웨이터 보조 등을 하며 생활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 일을 했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직 생활을 방위사업청에서 하셨지요?
군 제대 후 공무원을 목표로 준비해 1979년에 방위사업청에 들어갔습니다. 전직을 하지 않고 한 직장에서만 근무했습니다. 2014년도 정년퇴직을 했으니 35년을 근무했군요.
그렇게 장기근속 하기가 힘들 텐데 대단하십니다. 감사도 많이 받는 곳 아닌가요?
아시다시피 언론을 많이 타는 곳이었습니다. 동기 중엔 이직자도 많았습니다. 동기 중 2명만 정년퇴직을 했습니다. 많은 유혹과의 싸움에서 저를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봉급봉투로 생활하려니 아내가 힘들어 했지요. 그래도 저는 계속 근무하고 싶었거든요(함께 웃음).
제2의 인생으로 세계일주 여행을 언제부터 생각하셨어요?
우리 세대 사람으로 세계일주 여행을 꿈꾼 사람은 많았습니다. 실제 그 꿈을 이룬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만 처음 공직 생활을 하며 세계일주를 꿈꾸었지만 현실적으로 힘들었습니다. 공직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월급이 8만 원이 안 되었습니다. 결혼을 29세에 했는데 그때 월급이 10만 원 정도였습니다.
당시 ‘공무원 월급은 쌀 세 가마니’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갈 때 무렵 이대로 가면 ‘애들 대학도 못 보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시 직장에선 고등학교까지만 학자금 지원을 해주었거든요. 노후설계는 두 번째고 애들 대학 보내기도 힘들다는 결론이 나와 아내에게 장사를 제안했습니다. 아내도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장사란, 잘 될 수도 있고 못 될 수도 있는지라 저는 공무원 생활을 계속하고 장사는 아내만 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장사가 잘되었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아내의 능력인 것도 같고요(함께 웃음). 그러고 보니 세계일주란 제2의 인생 준비를 정년퇴직 30년 전부터 준비했군요.
세계일주 여행을 하신 지 얼마나 되었는지요?
2014년 퇴직을 하고 세계일주 여행을 하기 시작했으니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처음부터 여행사 기획 프로그램으로 가려 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무척 긴장했습니다. 남들은 영어를 잘하냐 하는데 사실 저는 ‘예스’ ‘노’ ‘오케이’ 이런 수준이었습니다.
학문을 논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부딪히면 통합니다. 언어가 달라도 사람들끼리 통하는 소통 방식이 있잖아요. 몸짓 말입니다(함께 웃음). 지금은 처음처럼 긴장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 긴장도 추억입니다.
부인과 함께 세계 여행을 하셨다면서요?
10년 전부터 아내는 다리 근육 문제로 균형 잡는 게 힘듭니다. 휠체어를 휴대하고 다닙니다. 여행하며 휠체어를 활용하기 힘들 때가 종종 있는데 그땐 주변의 사람들이 도와주더군요.
언어도 잘 통하지 않는 상태로 세계 곳곳을 다니시니 놀랍습니다.
바디 랭기지는 할수록 늡니다(함께 웃음). 하긴 말이 안 통하니 간혹 엉뚱한 곳에 가기도 했습니다. 글씨를 모르니 버스나 열차를 탔는데 엉뚱한 곳에 가기도 했습니다. 버스나 열차를 반대 방향으로 탄 적도 있습니다. 반대 방향으로 가서 엉뚱한 곳에 내려 주변에 도움을 청하면 그곳에서 전혀 생각지 못했던 곳을 방문하고 기분 좋은 여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단독으로 세계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도움 말씀을 주신다면?
부딪히시면 하실 수 있습니다. 제가 간 곳을 참고하시려면 제 책을 보시거나 제 페이스북을 참고하실 수도 있습니다. 제 페이스북(www.facebook.com/song.jaemyung.9)에 일기처럼 써놓은 여행기도 있습니다. 가는 곳마다 일기를 썼습니다. 블로그를 만들면 어떠냐는 말도 들었는데 저는 페이스북에 일기를 썼습니다. 사진도 올렸구요. 책으로 만들면 어떠냐는 제안을 받아 책을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네 권의 책이 나왔고 다섯 번째 책을 준비 중입니다.
여행 이야기가 책 속에 담겨 있군요. 어떤 이야기인가요?
첫 번째 책은 2015년도에 발간했습니다. 15년을 타고 폐차하려던 승용차를 정비하여 아내와 함께 일본 전국을 3개월 동안 돌아보았습니다.
2017년에는 호주를 시작으로 뉴질랜드, 하와이, 괌, 대만, 홍콩, 마카오, 중국 선전, 광저우 여행을 3개월간 마치고 두 번째 여행기 책을 발간했습니다.
2019년에는 4월 1일부터 미국 알래스카에서 남극 입구인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까지 아메리카 대륙을 종단하는 7개월의 여행을 했습니다. 바로 코로나 펜데믹으로 세계 여행을 다닐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때 차일피일 미루어 두었던 여행기 책자 편집을 2020년 10월부터 시작했습니다.
2019년의 7개월 여행기인데 스토리를 다듬고 사진을 정리하면서 6개월을 책 편집으로 보냈습니다. 이때 만든 책이 두 권으로 2021년 출판되었습니다. 한 권은 ‘은퇴 부부의 세계여행 3 : 남북 아메리카대륙 종단 7개월의 여정(상권)’으로 출간되었으며 또 한 권은 ‘은퇴 부부의 세계여행 4 : 남북 아메리카대륙 종단 7개월의 여정(하권)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가 세계 여행을 막았지만, 책을 두 권이나 발간하는 중요한 시간이기도 했군요? 전문 작가가 아닌 분이 책을 펴낸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겠지요?
여행하며 일기를 쓰고 사진을 찍었던지라 여행기의 수정 보완은 쉬웠지만 작가가 아닌지라 문장 만들기는 서투를 수밖에 없지요. 문장이 이상하거나 오탈자도 많거든요. 출판사에는 그런 문제를 다듬어주는 편집 전문가가 있더군요.
인터넷 검색을 하니 여행기를 자가 출판으로도 펴내셨던데요?
친구가 교보문고에서 지원하는 주문형 자가 출판 도구를 이용해 출판을 했더군요. POD라 합니다. 저도 도전했습니다. 어려웠지만 해냈습니다. 자료를 정리하고 정해진 방법대로 시도했습니다. 이미 여행기를 발간하며 쌓였던 경험도 도움되었고요. 약 1개월 정도 만에 비용을 들이지 않고 책 두 권을 출판할 수 있었습니다. 도전하고 성취하는 기쁨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고향 사랑 마음도 대단하고 봉사활동도 하시는 모습을 페이스북을 통해 보았습니다.
고향은 늘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고향 관련 모임이 있으면 참석하고 고향에 큰형님이 계시고 친구도 있으니 가곤 합니다. 고향은 자랑할 만한 유적과 관광지도 있습니다. 제가 여행기를 쓰면서도 고향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곳에 가면 자연히 고향 생각이 나더군요. 책에도 그렇게 고향 관련 내용이 자연스레 들어갔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멋진 은퇴 후 삶의 한 모델이라 할 삶의 여정을 가시고 계십니다.
저도 제가 제2의 인생을 아내와 함께 잘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에게 칭찬하곤 합니다. 하하.
<송재명 자유여행가 프로필>
- 영주초등학교, 영광중학교, 영주 제일고등학교
- (전) 방위사업청 (정년퇴직)
- (현) 자유 여행가
-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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