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 (수필가)

처음, 출발, 다짐처럼 시작으로 다가오는 말은 언제나 우리에게 설렘을 안긴다. 해마다 1월이 열리면 어제의 후회에 마침표가 찍힘으로, 새롭게 펼쳐질 날에 대한 기대를 모으게 된다. 좀 더 정확히 말해 1월이라는 그 시작 속에는 염원했으나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다시 한번 도전이라는 과제를 의지로 불러들이고 있다. 그 의지가 설렘으로 바뀌면서 모든 가능성을 부르기에 시작 앞에만 서면 늘 가슴이 뛰게 된다.

주변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은데 연말과 연시라는 시차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도 바로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설렘으로 작동한 탓이다. 결국 모든 건 마음가짐에서부터 비롯되기에 어느 시점을 기점으로 출발하느냐에 따라 일어설 용기, 다시 도전할 용기가 생기는 것이다.

연말이,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고로 점철되었다면, 연초는 앞으로 펼쳐질 날에 대한 가능성이자 새롭게 만날 기회이기도 하다. 실패를 거듭하며 쓰러졌어도 다시 도전할 용기가 발현되는 때도 바로 이 시기다. 1월의 시작은 이렇듯 사람의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보이지 않는 희망을 담보하고 있어 새출발 계획에 용기가 생기는 것이다.

새해 첫날, 전국 명소마다 해맞이 인파가 모이는 이유도 어쩌면 어제까지의 힘듦을 내려놓고 오늘을 기점으로, 새롭게 거듭나고 싶어서가 아닐까. 지금껏 애쓴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이 원만히 풀리지 않은 힘든 시간이, 새해에는 더 나은 날로 채워질 거라는 보상심리 아니겠는가. 결국 새해를 맞이한다는 건, 쉼 없이 달려온 시간을 담금질함으로써 자신을 좀 더 정확히 들여다보고 비울 것과 채울 것의 경계를 인식하는 일이기도 하다. 1월은 매년 찾아오지만, 그 1월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도 시작이라는 그 작은 설렘에 깃든 가능성 때문이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1월 January는 고대 로마신화 야누스(Janus)에서 유래되었다. 야누스는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로 새벽에 문을 열고, 저녁에는 다시 문을 닫음으로 사각지대가 없도록 출입문을 수호하는 신이다. 야누스처럼 한쪽은 지나간 시간을, 또 다른 한쪽은 다가올 시간을 준비하라는 의미로 January가 달력 첫 장 1월로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1월은 새해 첫 출발이면서 과거와 미래의 연속성을 담고 있어 새로운 다짐 그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 할 수 있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매일 의미가 깃듦으로 특별한 날이 될 수 있음은 주어진 날 중, 버려질 날이 단 하루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삶의 가치를 어느 기준으로 설계하느냐, 그리고 실천하느냐에 따라 세상은 달라지는 것이다.

새해만 되면 계획을 세우고 허물기를 여러 차례, 시간이 갈수록 학습된 시행착오는 단단한 자아 형성의 기틀을 마련한다.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일 사이에서 잠시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끝내는 간절함이 있고 설렘과 기대가 담긴 일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삶을 영위하다 보면 간혹 위기가 기회일 때가 있다. 선택의 기로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도 자신이 일군 각진 모서리마저 둥글게 만들 수 있기에, 그 안에서 성장의 동력을 얻다 보면 가보지 않은 낯선 길이지만, 탄력을 얻어 용기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그 용기도 출발선인 1월을 기점으로 새로운 다짐을 할 수 있기에 가능하다.

가슴이 뛴다는 건, 생각에 머물러 있던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도전이자 자신감이다. 무엇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잘할 수 있을까.’ 왠지 모를 불안을 딛고 일어서며 ‘그래 부딪혀 보는 거야.’라며 스스로를 격려할 때 마음 가득 충만함이 인다. 후회, 미련, 반성, 아쉬움의 마침표를 끝으로, 새로운 문을 열고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일, 바로 1월에 담긴 주문이기도 하다.

추운 날씨만큼이나 모든 게 꽁꽁 얼어붙은 요즘이다. 몸도 마음도 고단한 하루는 여기까지,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날이 기다릴 거라는 기대가 작은 설렘을 안긴다. 이 작은 설렘이 2025년 단 하루도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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