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온기로 빚어낸 풍기의 희망, 세계로 뻗어가다
청정 고향의 맛, 가족 기업으로 재도약
풍기인삼으로 백삼·홍삼·과채주스 생산
‘내 가족이 먹는 제품’ 신념으로 성장
재래시장 상인회장으로 지역 발전도 앞장
소백산 아래에 위치한 우리고장 영주는 36.5도 위도의 독특한 지형으로 인해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기후는 인삼과 사과 농사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고 있으며, 여러 업체가 각자의 방식으로 생산과 제조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지역 특산품을 수출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지난해 풍기에서 호주로 가공·생산 제품을 수출한 유일한 여성 기업인 백춘선(64) 회장이 주목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가족 기업으로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풍기고려삼 농업회사법인(주)’이 있다.
우리고장 영주시 봉현면 소재 영주지방 산업단지 내에 확장 이전한 ‘풍기고려삼’은 풍기인삼과 사과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백 회장은 풍기인삼을 활용한 백삼 제조와 약재 판매로 시작해 홍삼과 과채주스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명성을 이어왔다.
‘내 아이들이 먹고 내 가족이 먹는다’는 신념으로 경영에 임한 그녀는 가족과 함께 온·오프라인 판매는 물론 일정한 대가를 받고 OEM 임가공업도 병행하고 있다. 최신 공장 시설을 갖춘 덕분에 인근 봉화와 강원도 지역에서도 제조를 의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이란 주문자가 요구하는 제품을 제조하고, 완성된 제품에 주문자의 상표를 부착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백 회장은 오로지 가공과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술 발전에 힘써왔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23년에 제2공장을 확장했고, 지난해 국외 수출을 통해 ‘풍기고려삼’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 가족과 함께 일군 풍기 인삼·사과와의 여정
“어려움을 잘 극복해 왔고 이어가고 있다”는 백 회장은 공장 확장 이전 과정에서 자금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더 나은 설비와 시설을 갖추기 위해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법이 바뀌면서 예상하지 못한 추가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백 회장은 운영 자금 부족으로 인해 설비 지원사업에 지원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하며, 든든한 가족 구성원의 지원 덕분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현재 공장은 아들 김현진 팀장, 사위 박재진 과장, 딸 김채원 기획실장이 각자의 역할을 맡아 가족 기업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올바른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가족 경영 체제를 지속하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 회장은 “영주에 인구 한 명을 늘렸다”며 ‘착한 사위’에게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아들과 딸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감사한 마음으로 매일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고장 영주의 풍기 인삼, 홍삼, 사과를 널리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녀는 “6차 산업 시대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힘든 부분이 많다”며 가족들과 함께 상의한 끝에 “한 가지만 잘하자”는 목표를 정하고 가공업에 집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30년째 이어가는 인삼과의 인연
1988년 경북 풍기로 시집을 왔다는 백 회장은 “아이들이 6~7살이 됐을 무렵 인삼 장사에 뛰어들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시댁에서 인삼과 사과 농사를 짓고 있었으며, 자연농법을 고수하며 홍삼 부산물인 ‘막지(찌꺼기)’를 활용한 재배도 진행했다. 이제는 ‘좋은 홍삼을 정직하게 만들자’는 신념으로 다양한 가공제품을 선보이며 기업을 이끌고 있다.
‘풍기고려삼’의 제품에는 이러한 진심이 담겨 있다. 풍기지역은 통풍이 잘되고 자갈이 많아 배수가 잘되는 지질 덕분에 품질 좋은 인삼이 생산된다. 백 회장은 이러한 인삼을 직접 찌고 말려 1년 이상 발효·숙성한 홍삼 제품과 100% 홍삼을 달여 만든 홍삼액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MZ세대를 겨냥해 달콤한 꿀을 첨가한 제품도 선보이며 시장을 공략 중이다. 일반 제품부터 프리미엄 제품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으며, 식품안전경영시스템 인증(ISO22000), HACCP, 6차산업 인증 등을 획득해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풍기에서 건조삼과 홍삼 추출물, 과채주스를 제조·생산하는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30년간 이어져 온 인삼과의 인연은 ‘내가 먹는 제품을 만든다’는 다짐으로 지속됐다. 백 회장은 결혼 전 “기관지가 좋지 않았는데 홍삼을 먹고 효과를 직접 체감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인삼·사과 농사는 접고 계약재배를 통해 생산과 제조에만 집중하고 있다. 2008년 큰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도 고등학생이었던 아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공장을 지어 백삼 납품을 지속할 수 있었던 과정을 설명했다.
백 회장은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일을 가능하게 만든 건 끊임없는 공부와 교육 참여 덕분”이라고 말했다. 농사와 가공업 병행이 어려웠던 시절 발 벗고 나선 아들은 각종 기기를 다루고 학업을 병행해 생명공학과를 전공한 인재로 성장했다고 자랑했다.
# 가공업으로 자리를 잡다
인삼을 씻어 그대로 말린 것이 백삼이다. 80~90년대 초반까지는 연탄불로 말렸으며, 당시에는 개인 한의원 등과 직접 거래하며 납품했다. 현재는 단체와의 거래를 중심으로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과거에는 백삼 위주로 사업을 이어오던 시절이 있었고, 홍삼 제품에 대해 투자를 하지 못했던 어려운 시점도 있었다고 백 회장은 회상했다.
뒤늦게 홍삼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가족을 위해 힘을 내 극복해 나갔다고 한다. 더군다나 판매와 납품 관련 법이 강화되면서 고생이 많았으나, 끊임없는 도전과 노력 끝에 2016년 이후 풋사과와의 인연으로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과채주스 시장에 눈을 돌린 것이 ‘신의 한 수’가 돼 가공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히트를 친 ‘풋사과즙’은 딸의 역량이 더해져 성공한 사례다. 이 제품은 ‘사과향기’, ‘농부의 발자국’, ‘숲속의 사과즙’이라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제품 기획과 디자인 등은 딸이 주도적으로 맡았으며, 공장은 아들과 사위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백 회장의 자녀들은 풍기에 대한 애착이 강했으며, 포항 출신 사위까지 모셔 올 정도로 고장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 백 회장 역시 과거 사과 농장을 운영할 때 ‘풍기농민’이라는 블로그명을 사용할 정도로 지역 사랑이 넘쳤다. 2018년 농사를 접은 이후, ‘풍기고려삼’은 네이밍 지원사업으로 선정된 ‘청고미담’과 ‘청고담’이라는 브랜드로 새롭게 출발했다.
‘풍기고려삼’은 꾸준히 찾아주는 단골 고객들이 많다. 백 회장은 “내가 먹는다는 생각,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제품을 만든다”며 사과즙, 홍삼즙, 대추진액, 과채주스를 ‘자신 있게’ 출시했다고 전했다. 대추진액은 최근 생산 의뢰가 들어와 가공을 시작했다. ‘풍기고려삼’은 저온 추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홍삼의 경우 72시간 저온 추출 방식으로 가공해 사포닌 함량이 다른 제품보다 높은 것이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백 회장은 “아오리와 홍로 등을 섞어 만든 사과즙은 2016년도부터 제1공장에서 가공을 시작했으며, 공장 확장 이전 후 수출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거래하는 사과 농가는 약 200여 곳에 이르며, 풍기, 순흥, 부석, 단산, 문수 등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강원도 영월에서도 사과가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수출 조건에 맞추기 위해 일반 파우치가 아닌 뚜껑이 달린 파우치를 도입해야 했고, 가공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 법인화를 시작으로 2010년부터 제1공장을 운영하며 사업을 확장해왔다. 그 과정에서 홍삼·사과 제품의 디자인도 여러 차례 변경됐으며, 최근에는 홍삼·배도라지 진액스틱이라는 신상품을 개발해 홍보 및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제품은 남녀노소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도록 적절한 배합으로 만들어졌으며, 도라지와 배를 농축해 홍삼과 혼합했다.
지난해 출시된 신제품이다. 백 회장은 최근 포장 상자 비용이 크게 올라 다양한 해결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히며, 오는 4월 국제 박람회에 참가해 중동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풍기고려삼’을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 준비에 한창이라고 전했다.
# 따뜻한 가족 기업, 풍기지역 이끈다
“매일 길을 열어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까지 온 것은 제 힘만으로 된 것이 아닙니다. 남들은 안된다고, 힘들다고 할 때도 저는 그 순간마다 오히려 축복을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당분간은 힘들겠지만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기존 ‘풍기고려인삼사’ 상점과 함께 풍기 인삼 산업을 이끌어가고자 합니다”
현재 풍기인삼재래시장 상인회장을 맡고 있는 백 회장은 “회원들과는 1년에 한 번 정기 모임을 갖고, 수시로 전할 내용이 있으면 SNS를 통해 소통한다”고 전했다.
풍기인삼재래시장은 풍기역 앞 인근부터 풍기IC 앞 만남의 광장까지, 시장형성이 안 된 일반 점포 48개로 이뤄진 상점으로 대부분 직접 농사를 지어 인삼을 판매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각종 지원사업에서 배제된 상황에서도 전통시장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풍기고려삼’은 기업 경영뿐만 아니라 재래시장 상인들을 위해서도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백 회장의 꾸준한 노력과 아름다운 동행이 계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