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복 (소백산백년숲 사회적협동조합 이사)
1987년 4월 하순이었다. 우리 중대는 남한강 이포 백사장에서 미군 헬기를 분대별로 나눠 타고 용문산을 넘어 홍천강 변 고지를 강습했다. 오전 08:30에 이륙해 20분 정도 날아가니 미군 정찰대가 설치한 착륙지점 표지가 보였다. 아직 갈지 않은 논이었는데 점령목표 고지 밑 숲까지 200m나 되는 거리였다. 저 개활지를 뛰어다니면 다 죽지 싶었다. 중대장이 조종사에게 산 쪽으로 가까이 착륙하라고 종용했지만, 조종사는 적 기관총 사거리 내로 들어갈 수 없다며 표시 지점에 착륙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각 소대, 착륙과 동시에 대오 없이 돌진해 숲에 집결하라. 이상!” 내가 무전을 마치자 중대장은 헬리콥터에서 내려 달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죽을 힘을 다해 논에서 벗어나 숲에 은폐해야만 했다. 당시 나는 중대망 무전병이었다. 예비 배터리까지 결속한 무전기를 메고 중대장을 따라잡으려니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 고지에서 적이 우리를 발견했다면 기관총탄이 빗발쳤을 것인데 웬일인지 조용했다. 중대는 소나무 숲에 도달하자마자 곧바로 목표 고지를 후방으로 치고 올라갔다. 1, 2, 3소대가 좌우로 벌려서 공격하고, 화기 소대가 후방에서 따랐다.
개활지를 내달리고 곧바로 가파른 산을 오르니 입술이 바짝 말랐다. 한참을 뛰어 올라가니 능선 너머 햇살에 눈이 부신데 지면에서 철모가 움직였다. 고지 능선에 적들이 참호를 파고 엄폐하고 있었다. 중대장이 지휘봉을 들고 호루라기를 불자 대원들이 함성을 지르며 고지를 향해 뛰었다. “와, 와아!” 고지를 향해 함성을 지르며 달려가는데 적들이 대항하는 기미가 없다. 뭐지? 총소리도 들리지 않고 조용했다. 숨이 멎을 지경으로 뛰어왔는데, 이해할 수가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적들이 산 길목마다 두 겹 스크럼을 짜고 막고 있었다.
“뚫어!” 예상치 못한 광경에 다들 머뭇거리자 중대장이 외쳤다. 적들은 아마 쉬다가 습격당하고 허둥댔던 모양이었다. 보병은 어두운 야간에 걸어서 이동한다. 새벽에 잠시 쉬던 참이었나보다. 스크럼 속에는 철모를 안 쓴 병사도 있었고 군화 끈도 매지 못한 병사들도 많았다. 그래도 위에서 아래를 향해 스크럼을 짠 대형은 좀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적들은 총도 참호에 두고 내려와 활동이 편했는데 반해 우리는 총을 들었으니 손을 쓸 수도 없었다. “총을 가께로 멘다, 실시!”하고 2소대장이 소리치자 중대원들이 총구가 아래로 향하게 뒤로 메고 스크럼에 달려들었다.
1987년 봄, “팀스피리트” 한미 합동 훈련에서 우리 중대는 아군 기동로 선단에서 매복한 적을 제압해 공격로 안전을 확보했고, 후퇴할 때는 최후방에서 아군이 철수를 마치고 안전한 거리를 확보할 때까지 적을 막는 임무를 맡았었다. 참가한 부대를 황군과 청군으로 나누어 안성 일대에서 화천까지 오가며 3주간 실전 같은 공방훈련을 했다.
그날, 스크럼에 뒤엉켜 싸우고 있을 때 흰색 완장을 찬 통제관이 나타나 전세를 평가했는데, 11:00에 우리는 고지를 점령했고 적들은 자신들의 부대가 철수한 것을 확인하고 공격을 받고 퇴각한 것으로 판정했다. 예정되었던 정오가 되자 사단의 전차와 장갑차가 굉음을 내며 지나가고, 우리는 차에 올라 하품을 해댔다. 후퇴작전에서 중대는 고지를 점령할 생각은 않고 헬리콥터가 착륙할 만환 곳에 소대를 배치하고 기다리다 연막통을 터뜨려 적들은 착륙도 하지 못하게 막았다. 그리고 그 후로도 수많은 전공을 세웠었다.
맹호부대 1여단 강재구대대 1중대, 우리들은 1987년 팀스피리트 훈련에서 용맹하게 싸워 임무를 완수했다. 훈련이 끝나고도 한동안 어깨 뽕을 세우고 “미군 애들이 헬기를 어찌나 험하게 몰던지 용문산 넘어갈 땐 오줌을 지렸잖아.”하며 농지꺼리를 하곤 했었다. 한남동으로 갔다가 스크럼을 못 깨고 그냥 나왔다는 뉴스를 들으니 맹호시절 홍천 고지에서 마주했던 황당한 스크럼이 생각났다. 이쯤 되면 내란이 아니고 내전이다.
헌법 절차에 따라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는 누구도 저항할 수 없다. 이에 항거하고 부정하는 것은 국가를 전복하려는 것으로 가차 없이 제압해야 한다. 국가전복세력을 제압하고 숙청하는 일에 여당 야당이 있을 수 없고 대구나 경북이 따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함에도 우리 지역 국회의원이 망령된 집회에 가서 내란수괴 윤석열을 옹위하겠다고 한 것은 유권자 모두에게 염산을 뿌린 것과 같은 중대한 패악을 저지른 것이다. 반드시 제압해 숙청해야 할 것이다.
내란죄는 공소시효가 없다. 이유 없이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와 선관위 등 헌법기관을 무력화하려는 것은 국가를 전복하려는 흉악한 범죄다. 그러기에 그 수괴에게는 무기징역이나 사형의 중형에 처하도록 법으로 정한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우리 지역 몇몇 분들이 윤석열을 지킨다며 태극기와 성조기, 이스라엘 국기도 흔드는 요망한 집단에 휩쓸리는 이가 있다고 들었다. 엄중한 형벌을 받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