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시인)
소원의 가격
-최태식
소원 판매점에는 기도값이 각각이다
산중턱에 자리한 바람이 줄을 설 때
양초는 제 몸에 쓰인 문구에 집중한다
절박한 크기마다 생각이 많아져서
정갈하게 모셔 놓아 소원이 즐비한 집
기도발 소문에 끌려 사람들 모여든다
몸 낮춘 자리마다 촛불은 뜨거워져
쉽게 살 수 없는 꿈 저마다 간절한데
묵중한 내일 앞에서 오늘은 빈 몸이다
-슬며시 간절하기
소원과 꿈의 차이를 알고 계시나요? 사전에는 ‘소원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욕망이고 꿈은 가능한 것에 대한 비전’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래서 소원은 주로 기도하는 방식으로, 꿈은 꾸준한 실행력이 바탕이 된다고 합니다. 이런 의미로 본다면 소원은 꿈을 향해가는 치열함 속에서 도움닫기처럼 까먹는 달달한 사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새해 벽두부터 “기도발” 좋다는 “소원 판매점”이 복닥거립니다. 소원의 크기에 따라, “기도값이 각각”인 “바람이 줄을” 서고, “몸 낮춘” 발원이 팽팽하게 부풀어요. “묵중한 내일 앞에서 오늘은” 비록 “빈 몸”일지라도 나이 뒤에 바짝 붙은 한 줌 안부는 평안이길 고대합니다.
별똥별처럼 빛나는 구슬에 소원을 적어 넣은 ‘소원의 벽’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도 있다는데요. 최첨단을 뛰어넘는 염원들은 무엇으로도 가릴 수 없나 봅니다. 절실한 만큼 반짝이다 보면 빡빡한 일상도 지성처럼 풀릴 거라 믿으니까요. 각자 소원한 배달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어쩌면 영영 성취되지 않더라도 “소원 판매점”이 붐비는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