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사설에서 영주시의 낮은 청렴도에 대해 불편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영주시가 사과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논란의 내용은 이렇다. 지난 가을 영주 장날 농산물 대축제에서 시식용으로 제공된 사과 100상자(20kg) 대금 1천만 원을 부석면 발전협의회에 3개월이 다 되도록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청 관계자는 “문제의 사과값을 농민들에게 직접 지급할 경우 선거법 저촉 가능성이 있어 시행사 측에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문화관광재단과 부석면 발전협의회, 시행사 간 협의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후 취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행사 전반을 문화관광재단이 책임지고 있어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며 말을 바꿨다.
한편, 문화관광재단 사무국장은 “업무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상황 파악이 충분히 안 됐다”면서 “시행사와 부석면 발전협의회, 3자 대면을 통해 조만간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부석면 발전협의회 관계자는 대금의 편법 지급 가능성을 강하게 비판하며, 영주시가 의도적으로 농민단체를 이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과 대금 지급 지연 문제에 대해 일부 대금이 이미 지급됐고, 잔금도 곧 지급될 예정이므로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첫째, 사과 대금 지급이 공직선거법 저촉 가능성 때문이라는 시청 측의 주장은 당초 계획 수립 시 선거관리위원회와 협의를 거쳤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일이었다. 사전 검토 없이 행사를 진행한 것은 행정의 안일한 대응으로 비춰진다. 만약 선거법 저촉이 실제로 지연 사유라면, 이미 지급된 400만 원조차 편법 지급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둘째, 시 관계자의 일관성 없는 답변이다. 처음에는 일괄 지급할 예정이라고 해놓고, 문제가 불거지자 문화관광재단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은 성의 없는 대응으로 보인다. 이는 면피용 책임 전가로 보일 수밖에 없다.
셋째, 이번 사과 대금 지연 사태는 행정 신뢰도를 훼손했다. 행정은 사인 간 거래와 달라서 사소한 일이라도 시민의 신뢰가 중요하다. 신뢰가 떨어지면 그 자체로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넷째, 잔액 일부가 여전히 미지급 상태라는 점이다. 더욱이 3자 대면인지 4자 대면인지 논의를 거쳐야만 대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물건 대금 지급은 회계 규정에 따라 납품자에게 바로 지급하면 되는 일이다.
앞서 언급한 네 가지 지적이 설사 틀렸다 하더라도, 애초에 이러한 논란을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논란이 생긴 뒤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최악의 방법이다.
이번 사과 대금 문제는 조속히 해결하고, 하루빨리 정산이 완료되길 바란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사전 계획과 투명한 행정 처리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