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가게 사장님에서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한 기업 대표로 “우뚝”
어릴 적 가난했던 기억으로 지역 아동 후원 시작
과일 리어카 끌던 어머니 보며 과일 사업 일으켜
목표 매출액 1천억 원...더 많은 기부 위한 움직임
장학사업 위한 법인 설립 꿈꿔...뜨거운 나눔 열정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1998년 11월 설립된 후 나눔문화의 정착과 확산, 지원사업을 통한 민간복지 발전의 길을 걸어왔다. 우리 사회 소외계층 및 소외지역을 위한 다양한 복지사업을 지원해 개인 삶의 질 향상과 지역사회 변화를 일궈 가고 있다. 이후 10년 동안 기부 인식 확산과 사회공헌 활성화에 힘입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한 국민과 기업들이 크게 늘었다.
이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개인기부자의 헌신을 높이 사고 그 정신을 널리 알려 개인기부를 활성화할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2007년 12월 설립된 국내 최초의 고액기부자모임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 고장 영주에도 나눔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나 장기화된 경제 불황과 고물가 현상으로 인해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영주시의 고향사랑 기부제 누적 모금액이 2년 만에 10억 원을 돌파해 화제가 됐다. 연말을 맞아 기부금과 기부 물품이 소외된 많은 곳에 전달되기도 했다. 그중 다년간 꾸준히 지역아동센터나 장애인복지시설 등 기관과 단체에 과일을 선물하는 과일 산타클로스가 눈에 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올해 영주 12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애플리아 우지하(45) 대표이다.
파란만장한 어린 시절에서 탄탄한 현재를 만들기까지
우 대표의 유년기는 평탄하지 않았다. 삼시세끼 반찬은 된장찌개가 하나 겨우 올라갈 정도로 궁핍한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부친이 운영하던 양복점이 IMF의 타격으로 부도가 나고 모친께서 직접 리어카를 끌고 과일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고 그는 지난날을 회상했다. 우 대표는 옷을 사 입는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대학입시는 취업이 쉬운 전공만 바라볼 정도로 가난한 시절을 보냈다고 했다.
그때 당시 그는 “돈을 벌면 나와 같은 애들을 꼭 도우리라 결심했다”며 지금의 끊임없는 기부활동의 계기를 설명했다. 우 대표는 드림스타트와 지역아동센터에 후원하기로 잘 알려져 있는데, 유독 아동 청소년에게 마음을 쓰는 이유가 “어릴 적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힘들었던 자신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체육대학에 진학해 돈을 벌기 위해 수영을 시작했다.
오로지 집안에 보탬이 돼야겠다는 생각 하나에서였다. 그렇게 군 제대를 거쳐 장학금만으로 졸업했다. 그의 나이 스물일곱이었다. 재학 중에는 엔터테인먼트 소속사에 들어가 음악을 하고, 해병대 입대 후 군악대에서 드럼을 치는 등 음악에도 높은 관심과 재능을 보였다. 그러나 현실과 타협하고 서른이 넘도록 고시 공부를 했으나 계속된 좌절을 겪어야만 했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향인 영주로 내려왔다. 계속된 시험 실패로 좌절하고 있을 무렵, 모친이 어렵게 장사하는 것을 보고 문득 정신을 차려야겠단 생각에 어머니를 따라 과일 소매업을 시작해 공판장에 입성했다. “과일을 사는 사람이었다가 이제는 과일을 파는 사람이 됐다”며 우 대표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아내를 바로 그 공판장에서 만났다며 가족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대학에서 스포츠마케팅을 전공한 경험을 살려 가게를 계속해서 키워나갔다. 그러던 그에게 7년 전 위기가 찾아왔다. 갑작스럽게 매출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그는 “영주 인구가 감소하고 있음을 그때 직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빠른 판단력으로 안동으로 활동반경을 옮겼다. 전국구 직판장이 그곳에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말렸으나 그는 우직함으로 끌고 나갔다. 그의 선택은 옳았고, 애플리아는 다시 커져갔다. 전국을 넘어 해외 수출까지 이어졌다.
우 대표는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중고등학교 시절 반장을 놓친 적이 없고, 대학에 진학해서도 과대표와 총학생회에서 활동하며 항상 누군가의 앞에 서서 솔선수범했으나 대학 졸업과 함께 준비한 대기업 공채 시험에 떨어지면서 고시 공부를 시작했고, 또 실패했다. 좌절감에 돌아온 고향에서 하나의 기업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는 “인생이 얼마나 재미있냐”며 다시 한번 웃었다.
아너 소사이어티, 더 나아가고자 하는 시작
그가 처음 드림스타트와 지역아동센터에 후원하기 시작한 것은 주변의 권유 때문이다. 약 2년 전, 시청 아동청소년과 강매영 과장(現 가흥1동장)으로부터 “어려운 아이들이 있는데 한 번 만나볼 생각이 있느냐”는 권유에 달려가 만난 아이들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봤다고 한다. 또한 불우한 환경에 처해있는 아이들의 심각성을 깨닫고 본격적인 기부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우 대표 나눔 활동의 첫발이었다. 지금도 분기마다 후원하며 우리 고장의 아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고 있다. 그는 1년에 기부를 8천만 원 정도 할 만큼 고액기부자로, “번 것을 비워내면 또 채워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 비워냄을 기부로 실천하고 있다는 그는 “나의 선행이 나를 좀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선행들이 자녀들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하는 마음에 더 열심히 비워내며 선행을 베풀고 있다.
공개된 곳 이외에는 기부처를 밝히지 않겠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겸손함이 엿보이기도 했다. 그는 올해 아너 소사이어티 영주 12호 회원이 됐는데, 이는 에이스씨엔텍의 장덕흠 대표(본지 우리동네 영주人터뷰 [63] 참고)의 권유가 있었다고 한다. 그저 묵묵히 기부만 하던 그에게 기부가 주는 성취감을 알려준 것이다.
또한 장 대표의 제안에 따라 영주시종합사회복지관 아이들의 해외 봉사캠프와 여타 후원을 함께하기로 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후원활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좀 더 많은 아이에게 나눔의 손길을 뻗고 싶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오로지 어렸을 적 힘들었던 그 기억 하나로 영주의 아동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이 돼 주고 있는 것이다.
기부를 발판 삼아 더 큰 기부를
우 대표는 1년 목표 매출액이 1천억 원이라는 포부를 밝히며 그렇게 된다면 더 많은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양대는 물론 서울대, 고려대, 카이스트 최고경영자과정을 모두 수료한 그는 이제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에 진학할 준비를 마쳤다. “내가 모르는 세상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값진 일”이라고 말하는 우 대표는 미래를 계속 발전시키고자 결정한 준비라고 했다.
최고경영자과정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위해 수료했다면, 고려대 석사 과정은 기업의 성장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해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 기업의 대표가 돼서 운영하다 보니 내가 어떻게 하면 세상에 이바지할 수 있을까 늘 생각한다”며 “이런 생각이 목표를 상향시키고 발전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의 목표를 이야기하며 그는 봉사활동의 목표도 덧붙였다. 바로 장학사업이다.
빠른 시일 내에 법인을 설립해 많은 아동 청소년에게 장학금을 후원하는 것이 그의 목표이다. 그는 가방 하나를 지원할 때도 똑같은 디자인으로 지급하면 아이들이 창피해 할 것을 고려해 디자인을 달리하거나 모바일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방법까지 고려할 정도로 세심한 면모를 보인다. 모두 그 시절 어려움을 겪고 창피를 당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우 대표는 설명했다.
우 대표는 “기부는 결코 거창한 일이 아니다”라며 “내가 가진 것 중 일부를 그저 나누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기부는 소외된 이웃의 손을 붙잡고 함께 걷는 과정이며, 기업의 성장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법이기도 한 것이다.
기부는 단순히 재정적 지원을 넘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을 잇고 희망의 불씨를 지펴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동전 한 줌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고, 아주 짧은 재능 기부가 살아갈 용기를 전해주기도 한다. 기부를 통해 펼쳐지는 선한 영향력은 돌고 돌아, 언젠가는 더 많은 이웃에게 또 다른 기쁨이 돼 돌아온다. 결국 이 나눔이 쌓이고 퍼져나갈 때,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밝은 세상이 찾아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