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기적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 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속도에 대한 명상
세상은 날아다니는 황새들로 가득합니다. 그 이면엔 이끼를 허락한 채 움직이지 않는 바위도 참 많습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를까요? 잣대를 들이대기에 따라 다 다르겠지요. 황새는 황새답게, 말은 말답게, 거북이는 거북이답게, 달팽이는 달팽이답게, 굼벵이는 굼벵이답게, “바위는 앉은 채로” 각자에게 맞는 보폭으로도 “새해 첫 기적”은 일어납니다.
기어서 왔든 날아서 왔든 모양이 다르고 걸음이 달라도, 각자의 속도에 집중하다 보니 새해라는 축제에서는 모두가 기적의 주인공이 돼 있어요. 닿고자 하는 마음과 방향만 잘 살핀다면, 속도를 갈구하지 않아도 다소 느려도 괜찮지 않을까요? 촌각만 다투었던 삶을 수정해가며, 질투하지도 포기하지도 않는다면요.
‘비교는 어제의 나 자신과 하라’는 말처럼 자기를 아는 것, 본인의 속도대로 꾸준히 나아가는 것! 그게 기적을 이룰 참된 씨앗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각자의 꿈을 꾸며 새로이 시작하는 2025년을, 격하게 응원합니다.
영주시민신문
okh7303@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