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이라는 대통령의 자충수 이후, 정국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 대통령의 탄핵 수순을 밟는 동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뤄졌다. 이른바 릴레이 탄핵이라고 할 수 있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탄핵은 계엄을 낳고, 계엄은 다시 탄핵을 낳았다.

물론 계엄과 탄핵 관련에 대한 입장이나 셈법은 여야가 극명히 다르다. 여당(특히 대통령실 측)은 입법독재에 주목하는 반면, 야당은 대통령의 무능과 불통이 사태의 원흉이라고 지목한다. 대립과 질시는 정치를 불구로 만들었고, 그곳 어디에도 정작 민생이 발 디딜 곳은 없다. 고작 권력의지를 불사르는 정치인의 그들만의 리그가 계속되고 있을 뿐이다.

일찍이 함석헌이 선거란 덜 나쁜 놈을 가려 뽑는 일이라고 일갈했음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하긴 그들의 안중에 국민이 눈곱만치라도 있었던들 작금의 참담한 일들이 일어났겠는가. 유신시절 남몰래 남의 담벽에 쓴다는 어느 시인이 목놓아 노래했던 민주주의가 오늘날 이런 괴물의 모습으로 전락할지 누가 알았겠는가.

문제는 중앙에만 있는 게 아니다. 영주시의 상황도 심상치가 않다. 어림잡아 도긴개긴이다. 시민들은 기억할 것이다. 현 영주시장은 경제는 경제인이 잘 안다는 논리로 시장에 당선됐다. 그러나 취임 초기부터 불거진 선거법 위반 논란은 당사자는 물론 지방소멸의 위기에 몰린, 갈 길 바쁜 영주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오죽하면 영주시는 죽도 밥도 안 된다는 말(농담반 진담반)이 나돌았으랴.

지난 11월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이 선고됐다. 지금은 대법원의 최종심을 기다리는 중이지만 호사가들은 성급하게 재선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을사년의 해가 밝았다. 을사년 하면 120년 전에 있었던 뼈아픈 을사조약부터 기억이 난다. 그 을사년에 역사는 희극과 비극으로 반복되고 있다.

역사의 반복이 지난 잘못에 대한 반성과 복습의 부재에 기인한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다. 유사 이래 잘못은 늘 인간의 몫이었니까 말이다. 게다가 인류는 그 잘못을 뜯어고치면서 발전해 왔다. 아는 것만으로는 당연히 부족하다. 앎을 온전히 채우는 일에는 피와 땀이라는 수고가 필요하다.

영주시가 새해 화두를 불여인화(不如人和)로 정했다.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 사람의 화합 만한 것이 없다’는 뜻이다. 새해면 늘 되풀이되곤 하는 진부한 각오지만 올해는 사뭇 비장하게 읽힌다. 박남서 시장도 “시민과 공직자가 힘을 모아 이 난관을 반드시 극복하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판도라 상자가 열리고,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것이 희망이라는 전설이 있다. 지금 영주시민들에게도 바늘귀처럼 작은 희망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시민과 공직자의 화합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변화다. 시는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말고,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을 통해 희망을 구체화해야 한다. 시민들 또한 위기를 단순히 비판만 하기보다, 함께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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