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도서관 지킨 사서 “시민 위한 도서관 꿈꿔요”

전만옥 과장
전만옥 과장

향토자료 디지털화해 전시까지...지역 특색 살린 도서관

‘스마트 도서관’ 설치해 24시간 무인 서비스 운영

인문학 아카데미 등 도서 대출 넘은 문화예술 공간 거듭나

인기 아동문학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은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읽지 못하는 사람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은 독서가 개인의 삶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다양한 독서를 할 수 있는 최적의 보고(寶庫)인 도서관도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도서관은 오랫동안 ‘조용히 책만 읽는 곳’이라는 이미지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역민들의 문화 활동과 교류가 이뤄지는 복합 커뮤니티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어르신부터 아이들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 강연, 체험 프로그램이 활발히 열리고 있는 데다 지역 사회의 문화 갈증을 해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곳을 넘어, 지역 주민들이 예술과 문화를 나누며 결속을 다지는 장소로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영주선비도서관
영주선비도서관

도서관과 함께한 30년

경북도립 영주공공도서관이었던 경북도교육청 영주선비도서관은 2017년 현재 위치에 이전 신축하고 새롭게 개관해 지역 독서문화의 거점으로 자리 잡아왔다. 영주선비도서관 문헌정보과 전만옥(58) 과장은 사서직으로 발령받은 1990년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도서관 현장을 지켜온 산증인이다.

그 시작은 1989년 경북대 도서관학과를 졸업하고 사서직 시험에 합격하면서부터다. 영주공공도서관에 첫 발령을 받은 후, 전 과장은 지역도서관이 단순히 자료만 빌려주는 곳이 아닌 시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계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믿었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과 책을 잇는 가교’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열정적인 활동을 펼쳐 왔다고 한다.

한때 총무과에서 별도로 분리된 문헌정보과는 크게 세 가지 담당 부서로 나뉘는데, 평생교육이나 인문학 강의 등 시민들의 문화생활을 책임지는 독서진흥계, 도서 구입 계획을 수립하고 도서를 선정하는 자료선정위원회를 운영하며 자료 DB를 구축하고 정리하는 일을 하는 문헌정보계, 도서 자료실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자료운영계가 있다.

도서 자료는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구입하는데, 책을 고르는 수서 담당자가 총괄한다. 전 과장은 “전 연령층이 모두 드나들 수 있는 자료실이다 보니 모든 연령층이 볼 수 있도록 서가에 비치할 수 있는 도서를 선정하는 것을 가장 첫 번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과장은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곳이 아니라, 시민들의 일상 한가운데에서 지식정보를 공유하고 문화를 향유하는 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철학 아래, 영주선비도서관의 리모델링과 신축, 전시·강연·평생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아이디어를 제시해 왔다.

2024년 '외출한 선비북' 운영 모습
2024년 '외출한 선비북' 운영 모습

독서인구 확대를 향한 노력

전 과장은 시대변화와 흐름에 맞춰 도서관 서비스를 확장하는 데도 주력해 왔다. 2021년에 스마트 도서관을 설치해 365일 24시간 무인 대출을 시도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무인 대출기는 코로나19 때에도 비대면으로 책을 빌릴 수 있도록 해 이용자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주간에 책을 빌리기 어려운 직장인이나 청소년들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지역의 독서인구 증대에도 크게 기여한 사업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2019년에는 국립중앙도서관이 실시하는 문화예술기관 주요 소장자료 디지털화 콘텐츠 구축 사업에 참여해 경상북도교육청 최초로 보존 가치가 있는 향토자료 911점을 디지털화했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소중한 기록을 <선비자료> 코너를 설치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또한 같은 해 개인소장 향토 자료 수집뿐만 아니라 향토자료 코너 활성화를 위한 기증 운동을 추진하기도 했다.

게다가 현재 위치로 도서관 신관을 개관할 때의 기록을 남기고자 2021년 <사진으로 보는 영주선비도서관 포토북>을 제작해 기공식, 개관식, 구관, 신관 등 4권으로 구성해 도서관의 어제와 오늘을 사진으로 남겨 영구 보존했고, 2022년에는 <신문으로 보는 영주선비도서관> 자료집을 제작해 도서관의 주요 행사와 사업 보도자료를 영구 보존하도록 해 누구나 열람을 신청하면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녀는 이러한 영주선비도서관 신축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하반기 국무총리 모범공무원상을 수상했다.

도서관에서는 방학 동안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10개에서 15개 강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고,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중고생과 성인 대상 강좌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이른바 시민들을 위한 평생교육이다.

시민들을 위한 인문학 아카데미도 진행하고 있으며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학교에 직접 신청받아 시인이나 진학·진로 관련 강사가 직접 학교로 강연을 나가는 ‘찾아가는 인문학 아카데미’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위해 수고했다는 의미로 영화관을 대관해 영화를 보여주기도 하며 독서뿐만 아니라 지역 문화생활에 이바지하고 있다.

또한 평생학습동아리의 적극적인 운영 지원으로 현재 7개의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어 도서관이 지역 주민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2021년 동아리 중 하나인 ‘영주시낭송회’의 회원의 시로 전시회를 추진해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어린이, 청소년, 주부독서회 운영으로 지역 주민들이 도서관과 친구가 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게끔 지원하는데, 특히 전 과장은 주부독서회 창립 당시 담당자로서 1990년에 창간회보를 발간하고, 주부독서회가 30여 년이 넘도록 운영되는 데 힘을 썼다. 그녀는 “독서회를 담당하면서도 내가 회원이 되고 싶을 정도로 좋은 모임”이라며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전 과장은 도서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에 대해 실무적인 일은 담당 계장이 도맡아 하고 있다며, 영주에서 하는 문화예술 강좌를 실제로 들어보고, 좋은 강좌가 있다면 벤치마킹해 도서관 프로그램으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휴일이나 야간에 공연을 쫓아다니는 등 시민과 가까운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지난 5월 떠난 주부독서회 문학기행
지난 5월 떠난 주부독서회 문학기행
지난 11월에 열린 인문학 아카데미
지난 11월에 열린 인문학 아카데미
수험생과 함께한 영화 관람
수험생과 함께한 영화 관람

도서관은 지역사회가 모이는 보고(寶庫)

전 과장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도서관에서 근무한 것”이라며 “그래서 힘든 업무도 괜찮았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도서관에서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아이를 데리고 책 라벨을 붙이러 퇴근 후에 다시 오기도 했다”며 당시의 열정을 회고했다.

현재 교육청, 병원, 아동센터 등 다섯 군데에 ‘외출한 선비북’이라는 이름으로 순회문고를 설치했고 내년에 더 확장할 예정이다. 전 과장은 “최대한 많은 시민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순회문고를 기획한 이유를 밝혔다. 이는 그녀가 문경에서 근무할 때 다녀온 지역축제에서 상가나 카페에 책을 갖다 놓는 곳을 보고서 도서관 책을 함께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도시재생가와 협의해 신청받았던 경험을 살린 아이디어라고 한다.

전 과장은 인간이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가 정규 교육과정을 거치지만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다”며 “간접경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과 함께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내적 갈등이나 타인에게 말할 수 없는 예민한 사항 등을 관련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해소되는 일이 많다”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 과장은 “도서관은 그 자체로 지역의 역사·문화·교육이 모이는 보고(寶庫)”라며 “영주선비도서관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생각할 때, 결국 주인공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시민들이 도서관을 통해 책을 가까이하고, 그로부터 배운 것들을 다시 지역사회와 나누는 선순환을 만드는 데 사서로서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도 했다.

그녀가 속해 있는 영주선비도서관 문헌정보과는 향후에도 책과 사람을 잇는 연결고리로서의 소임을 다하며, 지역 독서문화를 한층 풍성하게 꽃피울 예정이다. 전 과장은 “누구나 쉽게 책을 접하고, 그것이 인생의 변화를 불러오는 경험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앞으로의 목표와 포부를 밝혔다.

도서관은 개인과 사회를 잇는 지식의 보고이자, 모든 세대가 함께 누릴 수 있는 학습과 문화의 장이다. 나아가 도서관은 지역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 주는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 공공 도서관을 중심으로 열리는 독서문화 행사는 다양한 사람들을 연결하고, 지식과 가치를 함께 공유함으로써 사회적 화합을 이끌어낸다. 결국 도서관의 중요성은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공동체가 서로 협력하고 발전하는 길을 열어 주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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