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가는 한 해, 정치의 중심을 흔드는 탄핵이라는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12월, 나라는 혼란에 휩싸였다. 탄핵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환호했지만, 이를 반대하거나 불안하게 지켜보는 이들은 실망과 좌절 속에 빠졌다. 특히 보수적 성향이 강한 영주 지역에서는 대체로 차분한 모습이었지만, 내면의 실망감과 분노는 쉽게 감춰지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내란수괴 혐의로 탄핵소추된 상황은 그 자체로 중대한 사안이다. 비상계엄령을 발동한 이유와 목적이 무엇이든, 그로 인해 국가가 겪은 혼란과 국민의 불안은 엄연한 사실이다. 대통령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게 만든 이 사태는 그 스스로가 초래한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령 비상계엄이 국가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이었다고 해도, 이런 극단적인 조치를 택한 대통령의 판단은 과연 정당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의 시간들을 돌아보면, 그의 선택이 왜 이렇게 극단적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도 있다. 취임 초기부터 그는 거센 반대에 부딪혀야 했고, 문재인 정부의 국정 방향과 대척점에 서면서 거센 반발을 감수해야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물론이고 반대 세력들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강도 높은 정치적 압박을 가했다. 여기에 대통령 본인의 리스트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얽히면서 정치적 갈등은 더욱 첨예해졌다. 이 모든 상황이 윤 대통령으로 하여금 비상계엄이라는 최악의 카드를 꺼내들게 한 배경일지 모른다.
국가적 위기를 해결하려는 의도였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신뢰를 잃고 지지층마저 실망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국가를 안정시키기보다 오히려 더 큰 불안을 초래한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특히, 비상계엄이라는 비상조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 판단은 정치적 리더십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이번 사태가 보여주는 교훈은 단순히 한 대통령의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냉철히 돌아보게 한다. 정치는 국민을 위한 도구여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권력을 얻고 유지하려는 싸움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여야 모두 국민의 신뢰를 받기보다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 법과 제도를 수단화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는 이번 사건을 통해 정치 지도자가 갖춰야 할 자질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된다. 미국의 ‘대통령학’에서는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자질을 다섯 가지 즉 비전(Vision presentation), 설득력(Persuasion), 열정(Passion), 진실성(Integrity), 의사결정능력과 실행능력(decision-making competence, power of execution)로 제시한 바 있다. 이 중에서 우리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특히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자질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국가와 국민을 하나로 묶을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 둘째는 자신의 신념과 계획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힘, 셋째는 도덕적 진실성과 용기를 바탕으로 한 리더십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동은 이러한 자질의 결핍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탄핵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심판 결과는 정치적 파장을 더욱 키울 것이다. 그러나 이 사태의 근본 원인은 특정 인물이나 사건이 아니라, 우리 정치 전반에 깔린 문제에 있다. 한국 정치는 이제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 운영될 수 없다.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치 문화와 제도적 개혁이 절실하다. 여야 모두 과거의 구태를 버리고, 국민의 목소리를 진정으로 반영하는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이번 탄핵 정국이 단순한 권력 싸움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이 혼란이 오히려 정치의 근본적 변화를 이끄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제는 국민을 위한 새로운 정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치로 거듭나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