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한 질문을 문학으로 풀어낸 작품 세계로 초대합니다”
영주에서 보낸 청소년기...다양한 환경이 주는 힘 믿어
소외된 목소리 듣는 문학 세계...사회적 메시지 담아
질문에서 시작된 글, 답을 찾아가는 작가의 문학 여정
글쓰기로 세상을 새롭게 보고 문학과 함께 성장해 와
문학은 우리에게 공감과 치유, 성찰, 그리고 상상력을 선사하고, 삶의 다양한 순간에서 큰 힘이 된다. 또한 문학은 타인의 삶과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우리는 작품 속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과는 전혀 다른 환경과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타인의 고통과 기쁨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 이를 통해 문학은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고, 인간적인 깊이를 더해준다.
우리 고장 영주는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이자 유명 소설 <구의 증명>의 최진영 작가가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곳이다. 그녀는 지난달 18일 제일고등학교에서 학생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고, 가족 간의 소통과 화합을 도모하고 청소년들의 독서 습관을 함양하기 위한 강연을 펼쳤다.
그녀는 영주서부초를 나와 영주여중, 영주여고를 졸업했으며, 덕성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그동안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제1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 <이제야 언니에게(제35회 만해문학상 수상)>, <홈 스위트 홈(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청소년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깊은 울림을 선사해 온 작가로 유명하다.
글쓰기로 스스로를 변화시키다
최진영(43) 작가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에 몰두했다. 매일 밤 일기를 쓰며 내면의 감정을 글로 표현하던 그녀는 대학 시절부터 독서에 심취하며 작가의 길로 한 걸음씩 나아갔다. 글쓰기 수업을 듣거나 합평(어떤 작품에 대해 여러 사람이 함께 의견을 나누고 평가함)을 받은 적은 없지만, 스스로 단편 소설을 완성하고 신인상에 응모하면서 작가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2006년 ‘실천문학’을 통해서이다.
작가로서의 시작은 쉽지 않았다. 신인상에 당선된 이후에도 청탁이 거의 없었고, 등단 전후의 삶에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장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3년 연속 한겨레문학상에 도전한 끝에 세 번째 작품으로 상을 받았고, 이후 그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책이 출간되면서 본격적인 작가로 자리 잡았다.
제주에서의 삶과 앞으로의 여정
서울에서 태어나 영주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그는 이사를 자주 다니며 다양한 환경을 경험했다고 한다. 제주에서의 생활 또한 그의 선택 중 하나였다. 새로운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이유로 제주로 이주했으며, 곧 경기도 파주로 이사를 계획 중이다. 그녀는 이러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환경에서 영감을 얻으며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지난달 18일 제일고 특강을 하게 된 이유가 최강호 교장 덕분이라고 말했다. 최 교장은 최 작가의 중학교 은사이다. 최 작가가 대학을 졸업하고 입시학원에서 일할 때 최 교장의 아들을 가르치게 됐고, 그때 최 교장에게 인사드릴 기회가 있었다고 했다. 시간이 흘러 이상문학상을 받았을 때도 최 교장이 축하 인사를 전해줬고, 인연이 지속돼 특강까지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강에서는 소설을 쓰고 읽으면 좋은 점부터 시작해 글을 쓰고 읽는 행위가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를 개인적 경험을 빗대어 설명했다고 한다. 제일고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이 <구의 증명>이어서 그 소설을 쓰게 된 계기와 쓰면서 깨달은 것, 쓰고 난 뒤 최 작가 자신에게 생긴 변화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최 작가는 “그때 질문해 준 친구들과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한자리에 앉아 제 이야기를 들어준 친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왜 사는가’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최 작가의 작품 세계는 크게 두 시기로 나뉜다. 2014년 이전에는 ‘나는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 주목하며 분노와 날카로운 에너지가 담긴 글을 썼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그녀는 큰 죄책감을 느꼈고, 자신을 돌아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질문의 방향을 전환했다. 이후 그녀는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지켜야 할 가치와 인간으로서 잃지 말아야 할 마음에 대해 고민하며 글을 쓰고 있다.
그녀는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탐구하며 사랑하는 존재로서 더 나아질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러한 질문은 작품마다 다르게 나타나며,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소설은 나를 변화시키는 과정
최 작가는 소설을 쓰는 동안 자신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소설 <이제야 언니에게>를 쓰기 전과 쓴 후의 그녀는 다른 사람이 됐다고 회고한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삶에 감정 이입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 과정에서 세상과 사람을 대하는 감각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그녀는 글쓰기를 통해 점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소설을 통해 ‘사랑’, ‘죽음’, ‘애도’, ‘상실’, ‘운명’ 등의 주제를 깊이 탐구하며, 이러한 가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다. <단 한 사람>을 집필하며 죽음과 애도에 대해 깊이 생각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과정은 그녀를 단순한 작가가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인간으로 만들어 줬다.
문학 속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
최 작가의 소설은 단순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녀는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과 갈등을 탐구하며,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사회적 문제에 관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구의 증명>과 <단 한 사람>은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며 사회적 논의의 장을 열기도 했다.
그녀는 소설 속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려 노력하기도 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 묻혀 있는 진실과 감춰진 고통을 드러내고, 독자들이 이를 공감하고 연대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녀는 “문학이 가진 힘은 독자로 하여금 세상을 다르게 보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학을 꿈꾸는 이들에게
최 작가는 글을 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던질 질문이라고 했다.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을 중심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글쓰기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이는 곧 삶의 중요한 질문과 해답을 쌓아가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쓰라’는 말을 인용하며 최 작가는 앞으로도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쓰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그녀는 글쓰기가 단순히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업이 아니라, 자신을 변화시키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최 작가는 늘 그랬듯이 계속해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글쓰기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녀는 새로운 작품을 통해 매번 다른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그녀의 글쓰기는 단순히 문학적인 성취를 넘어, 자신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을 지닌 여정인 것이다.
최 작가의 작품은 단순한 문학적 표현을 넘어 사회적으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그녀는 소설을 통해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조명하며, 독자들에게 그들의 고통과 삶을 공감하도록 이끈다. 그녀의 작품은 독자들이 사회적 불평등과 인간 존재의 본질을 고민하게 만들며, 연대와 책임 의식을 일깨운다.
특히, 대표작인 <구의 증명>과 같은 작품은 앞서 언급했듯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인간적인 관점에서 탐구하며, 세상의 구조적 부조리를 비판하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 서사에 그치지 않고, 독자들이 자신과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촉매제가 된다.
최진영 작가는 문학의 힘이 독자들에게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눈을 제공한다고 믿는다. 그의 글은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독자들에게 더 나은 사회를 꿈꾸고 행동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렇듯 문학은 독자와 사회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도구로 계속해서 존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