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여행은 오래 전 추억 속의 마음을 찾아가는 과정이죠”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무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세계 70여 개국 여행, 중국만 130여 회 여행

주제가 있는 여행...삶의 지혜를 깨닫는 과정

 

2025년 초 성리학 발상지 무이산을 찾을 예정

부친의 병환 깊어지자 부친 곁을 지키는 효자

자화상(여행 중의 모습)
자화상(여행 중의 모습)

요즘은 많은 사람이 세계를 여행하는 시대이다. 대부분 패키지 여행을 한다. 유명 관광지 여행이기도 하다. 유명 관광지에 가이드를 따라다니는 형태다. ‘나중에 기억나는 것은 앞 사람의 뒷모습이고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다’는 말도 나온다.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그런 여행보다 ‘주제가 있는 여행’을 통해 탐구하고 느끼며 삶의 자세를 돌아보는 사람도 있다.

우리고장 영주 출신의 여행가로 70여 개 나라를 여행한 애향인이 있다. 바로 권오기씨이다. 그는 여행 아티스트로 불린다. 그런 호칭을 좋아하기도 한다. 그의 여행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여행도 예술이란 생각이 든다. 그는 여행을 가기 전 여행지의 노선을 그림으로 그린다. 그 그림은 여행 지도라기 보다, 여행을 소재로 한 그림으로 보인다.

그는 직장 재직 중 해외 출장 기회가 많았는데 그때부터 여행에 대한 열정을 가졌다 한다. 권오기 여행 아티스트는 최근 고향집에 머물고 있다. 부친의 건강이 좋지 않아 간병을 위해서다. 권오기 여행 아티스트를 영주시민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박순화 작품전’에서 만났다. 박순화 작가의 작품 중에는 권오기 여행 아티스트와 함께한 인도여행 작품도 있다.

차마고도 최고뷰맛집 중도객잔에서
차마고도 최고뷰맛집 중도객잔에서

고향집에 와 계시군요. 언제까지 계시는지요?

아버지의 건강이 좋지 않아 고향 집에서 아버지와 같이 지내고 있습니다. 저희가 3남매로 누나와 남동생이 있습니다. 번갈아 가며 아버지 곁에 있습니다. 요즘 제 차례인지라 고향 집에 와 있습니다.

효를 실천하시는군요. 선비의 고향 출신답습니다. 돈만 보내고 마는 자녀들이 사실 대부분인 시대이거든요.

제가 효자란 생각은 해보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건강이 안 좋으니 번갈아 곁을 지키고 있을 뿐인걸요.

그런 마음 자세이니 진짜 효자입니다. 그런데... 어릴 때의 추억 중 ‘바로 이거’라고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여행 관련해서 보면, 저는 설산이 있는 곳을 방문할 땐 어렸을 때 겨울이면 보던 눈 덮힌 연화봉 그리고 천문대와 연결됩니다. 어쩌면 제게 여행은 오래전 추억 속의 마음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역시 여행으로 연결되는군요(함께 웃음).

날씨가 추워지니 어릴 때의 추억과 여행 중 만난 설산 생각이 나는군요.

처음 여행을 떠날 때의 마음과 여행이 계속 이어지면서 갖는 마음은 다를 것도 같습니다. 세계 70여 개국을 다니셨는데 여행은 무엇이라고 보세요?

처음에는 여행 자체에 대한 설렘이 컸습니다. 지금도 여행은 설렙니다. 여행하는 제 모습은 평소보다 훨씬 더 천진난만해 보인답니다. 여행에서 세상의 떠들썩한 소리보다 마음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입니다. 우리의 삶 자체가 여행이기도 합니다. 여행자의 마음으로 살면 서로에게 상처를 덜 주면서 훨씬 따뜻한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행은 사실 제게 중독 같습니다. 여행을 하면 살아 있다는 걸 느끼고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그래서 여행을 계속하는 거 같습니다.

여행을 자주 가시는데 가족들이 싫어하지 않나요?

가족들이 반대하면 장기간의 세계 여행이 힘들었을 겁니다. 제 가족은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아내에게 감사하지요. 제 아들들 특히 큰아들은 저를 전폭 지지합니다.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고 말이지요. 저도 아이들이 하고자 하는 걸 지지합니다. 답이 정해진 학교 교육만이 최고의 교육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답이 정해진 학교만이 최고의 교육은 아니다... 정말 좋은 이야기입니다. ‘오지 여행가’로 불린다고 들었습니다만.

오지 여행가라고 저를 부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꼭 오지를 찾는 여행이라기보다 여행이 좋아 20년째 하고 있습니다. 주로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을 여행합니다. 관광지 중심의 해외여행이 일반인들이 주로 접하는 여행인지라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을 주로 찾는 저를 오지 여행가라 부르나 봅니다.

(좌)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우) 하얼빈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좌)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우) 하얼빈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신장 파미르고원에서
신장 파미르고원에서

그렇군요. 최근에도 중국을 포함해 여행을 갔다 오셨다고 하는데?

중국은 우리와 역사적으로 많은 연관이 있는 나라이기도 하고 넓고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중국의 서쪽, 우리가 알고 있는 서역을 여러 번 갔습니다. 장안 시안부터 사천성, 티벳, 신장 위구르 등 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는 곳입니다. 10월에도 신장 위구르에 다녀 왔습니다. 11월에는 베트남을 거쳐 육로로 중국으로 갔다가 다시 육로로 버스를 이용해 라오스를 거쳐 귀국했습니다.

중국 여행을 특히 많이 하셨습니다. 같은 한자권 나라이지만 같은 용어에 다른 의미를 가진 사례도 있어 오해가 생기지는 않았는지요?

주점(酒店), 반점(飯店) 이런 게 우리나라에선 술집이고 중국음식점이지만 중국에선 호텔이니, 그런 차이에서 오는 혼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준비를 단단히 하거든요. 방문 예정인 곳에 관한 정보를 미리 검색하고 찾습니다.

미리 여행 경로도 언제 어디를 들러 무얼 할지에 대한 계획을 미리 다 세워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사실 제가 가고 싶은 곳에 가니 방문지에 대해 가서 확인하고 싶은 것이 미리 마음속에 있었는지라 더 조사를 많이 하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오지를 비롯, 남들이 관광상품으로 가는 여행이 아닌 여행을 하시는데 일반인의 상식을 깨는 여행담을 부탁합니다.

중국은 최근 무비자로 30일을 머물 수 있습니다. 중국을 여행하며 거기서 중국과 국경을 접하는 다른 나라로 여행할 수 있습니다. 인도는 중국과 국경분쟁 때문에 불가능하기도 합니다. 파키스탄은 우리가 알기에 이슬람국으로 제한이 많을 듯하나 여행하기에 매우 좋습니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 기차나 버스를 타고 또 걸어서 여행하는 게 진짜 여행입니다.

레바논은 중동이라 사막이 많다는 선입견도 많은데 사막이 없고 눈도 오는 나라입니다. 레바논은 옛날 페니키아였으며 레바논 국명의 시작인 레바논산맥이 높아 설원이 펼쳐지곤 합니다. 유럽 명칭에 대한 어원 이야기도 있습니다. 제우스가 페니키아(현 레바논) 공주 에우로파(Europa)를 등에 업고 피신을 다녔던 지역을 유럽이라 부른다는 거지요.

아프리카는 더운 곳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지중해 연안의 모로코에는 스키장이 있습니다. 겨울에 눈도 많이 오고요. 모로코는 우리나라보다 4계절이 더 뚜렷합니다. 중동 국가들은 아랍어를 쓴다고 다들 생각하지만, 아랍어를 쓰지 않는 나라가 딱 3개국이 있습니다. 바로 이란과 터키, 이스라엘입니다.

복건성 무이산을 성리학 발상지로 주로 알고 있는데 차의 원산지라 할 수 있습니다. 차 때문에 전쟁도 일어나고 했듯이 그 중요한 차 말입니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서구 중심의 교육을 받았습니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구분으로 후진국 사람을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으로 여기기도 하는데 경제력 기준으로 판단하는 선입견을 깨야 합니다.

 (좌상)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대성당에서                                (우상) 인도 최북단 Le에서                                 (좌하) 우즈베키스탄 비비하눔모스크(중앙아시아 중세 최대 건물)        (우하) 아프리카 케냐에서
 (좌상)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대성당에서                                (우상) 인도 최북단 Le에서                                 (좌하) 우즈베키스탄 비비하눔모스크(중앙아시아 중세 최대 건물)        (우하) 아프리카 케냐에서
여행을 가기 전 미리 직접 그리는 여행지도
여행을 가기 전 미리 직접 그리는 여행지도

여행 노선을 포함한 여행 지도를 보여주셨는데 직접 그린 건가요? 단순 여행 노선 표시만 있지 않아 여행지도라기보다 그림 작품으로 보입니다.

네. 직접 그렸습니다. 그림 작품으로 보인다고 하셨는데 저도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으로 여행 지도를 그립니다. 여행 지도를 그리면서 그곳에 가면 무얼 할지 상상도 합니다. 때로는 여행 후 여행 지도에, 미처 생각지 못했거나 특별했던 걸 추가하기도 합니다.

여행 지도만이 아니라 여행 시의 모습 그림도 있더군요. 그 그림에는 ‘마테’란 낙관도 있던데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여행 그림은 사진으로 담지 못하는 여행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그렸습니다. 그림 자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그렸더니 여행 느낌이 들지 않아 처음 그렸던 게 더 마음에 들기도 했습니다. ‘마테’ 낙관은 저의 낙관이 맞습니다. 마테는 마라톤과 테니스를 말합니다. 마라톤과 테니스는 제 운동 취미이거든요.

아하. 그런 깊은 뜻이?(함께 웃음). 마라톤과 테니스는 왜 하는지요?

그냥 좋아하는 운동이어서 시작했고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운동이 제 여행에 큰 육체적 기반으로 저를 뒷받침합니다. 좋아서 하기도 하고 제 일에 도움이 되니 끊을 수 없는 운동입니다.

좀 전에 성리학의 발상지 무이산을 이야기하셨는데 저도 가 보고 싶은 곳입니다.

내년 초 무이산을 또 찾을 예정입니다. 무이구곡을 따라가며 성리학의 창시자 회암 주희의 흔적을 찾고 차도 맛보는 여행을 계획 중입니다. 무이산은 영주 사람에게는 좀 더 각별한 곳이라 생각합니다.

 

 

 

 

 

 

 

 

 

<권오기 여행 아티스트 프로필>

- 영주시 장수면 출생

- 영주(4학년, 5학년), 대구소재 초등학교 졸업

- 계성중학교, 영남고등학교

- 울산대 기계공학, 방송통신대 중어중문학

- (현) 여행 아티스트 활동

   세계 70여 개국, 중국 130여 회 여행

  (현) 중국어 동시통역사

  (현) 울산저널 ‘권오기의 문화기행’ 연재 중

- (역임) 부산 기장 빈자리 문화강사,

    부산 금정구 스마일 인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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