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분 요리에도 지치지 않는 열정, 봉사에 맛있는 진심을 담다”

이재민 대표
이재민 대표

평범한 회사원이 중국집 사장으로...‘봉사의 왕’ 되다

큰 화재로 도움 받은 손길 돌려주고 싶어 봉사에 매진

 

1388청소년지원단, 자율방범대 활동까지...다방면 봉사

힘 닿는 데까지 계속해서 최선을 다해 봉사하고 싶어

우리 고장 영주의 크고 작은 행사에 빠지지 않는 요리가 있다. 바로 짜장면이다. 영주시종합사회복지관이나 경로당, 장애인 거주시설 등에서 열리는 ‘찾아가는 봉사의 날’ 행사의 꽃은 단연 짜장면이다.

아침부터 정성 가득한 짜장면을 소외계층에게 대접하고 담소를 나누며 안부까지 살피는 봉사활동 현장에서 수혜자들은 “짜장면 한 그릇이 아닌, 정성이 가득 담긴 사랑 한 그릇을 먹은 듯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최소 100인분 이상의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은 중화요리 전문점인 ‘예빈’의 대표 이재민 씨다.

작은 식당을 열어 큰 봉사활동을 하기까지

이재민(54) 대표는 어려웠던 가정형편으로 인해 군에서 제대하자마자 노벨리스코리아 영주공장에 입사했다고 한다. 오로지 생계를 위해서다. 그는 “내 인생에서 첫 회사였기에 의미가 크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점심시간이 끝나도 중화요리 식당은 손님이 들끓고 장사가 잘되는 것을 보고 이직을 결심했다. 바로 회사에서 퇴사하고 수원으로 향했다.

입사 10개월 만에 이뤄진 일이다. 수원에서 15년 동안 중화요리 전문점 주방에서 요리를 배우며 차근차근 올라가 주방장까지 맡아 일을 하다가 직접 가게를 운영해 봐야겠다는 생각에 이왕이면 고향에서 하자는 결론을 내려 다시 영주로 돌아와 지금의 ‘예빈’을 열었다.

노인 요양시설 '명품힐링타운' 봉사활동 당시
노인 요양시설 '명품힐링타운' 봉사활동 당시

2005년 6월부터 식당을 시작했고, 지금의 식당 자리 바로 옆 주차장 자리에서 처음 가게를 열었다가 지금 자리로 옮겼다. 고향으로 돌아올 때부터 지역에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몰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다가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친구의 소개로 노인 요양시설 장수효실버타운에 한 달에 한 번씩 쉬는 날마다 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를 계기로 조금씩 봉사의 영역을 넓히다 보니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것에 감사했다”는 이 대표에게 봉사활동은 이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 됐다.

특히나 우리 고장 최대 규모의 노인 요양시설인 명품힐링타운에서의 기억은 그에게 깊게 자리를 잡고 있다. 어르신들이 본인이 만든 짜장면을 먹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이 대표는 연신 “좋았다” 혹은 “행복했다”는 말을 반복했다. 더 나아가 이 대표는 사람들이 짜장면을 먹고 좋아하는 모습에서 계속해서 봉사활동을 해야겠다는 의지도 굳건해졌다고 했다.

10월에서 11월 사이에는 수해 피해로 고통받는 곳이 많다 보니 거의 모든 곳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는 편이라는 이 대표는 “단체에서 후원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데, 날짜만 조율이 잘 되면 무조건 함께한다”고 덧붙였다.

문수면 짜장면 나눔행사
문수면 짜장면 나눔행사
자율방범대 실종자 수색 현장
자율방범대 실종자 수색 현장

진정한 봉사활동, 이를 도와준 사람들 덕분

이 대표는 지난 4월까지 1388청소년지원단에서 단장으로 활동해 왔다. 이 청소년지원단은 자율방범대에서 연합회장이 돼야 단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 그는 20년 정도 자율방범대에서 활동했고, 지금도 여전히 활동 중이다. 이 대표는 “자율방범대야말로 진정한 봉사라고 생각한다”며 “보상을 받지도 않으면서 자발적으로 나서서 봉사하는 단체”라고 덧붙이며 자율방범대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학교 앞 교통정리를 하거나 교육청과 연계해 청소년 선도활동을 하기도 하고, 실종자 수색도 하는 등 다방면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자율방범대는 이 대표의 봉사 생활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보상도 없는 활동에 대원들이 열심히 하는 것을 보면 정말 고맙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활동뿐만 아니라 후원도 아낌없이 베풀고 있다. 영주시종합사회복지관이나 영주이웃사랑 등 단체에 후원과 기부 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는 “내 도움이 필요한 데가 많이 보여서 가만히 있기가 힘들다”며 끊임없이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10년 전 가게에 화재가 발생해 큰 피해를 입었을 때,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밝힌 이 대표는 이렇게 받은 도움이 더 열심히 일할 것을 다짐하고, 더 나아가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함께 일하는 아내가 한 달 전 기계를 조작하다 손을 다치는 바람에 봉사활동에 제동이 걸렸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그가 봉사활동을 나가면 아내가 가게를 도맡아 운영했지만 지금은 손을 다쳐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가게 운영을 이 대표 혼자 하느라 봉사활동에 전념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짜장면 100인분까지는 혼자서 할 수 있지만, 그 이상 규모의 봉사활동은 해낼 수가 없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때문에 계속해서 요청받는 봉사활동을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아내의 빈자리를 정말 크게 느꼈다”며 “많은 봉사활동을 가게 운영과 동시에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내 덕분”이라고 아내를 향한 애정 어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가흥1동 주민자치위와 함께한 '사랑의 자장면' 봉사
가흥1동 주민자치위와 함께한 '사랑의 자장면' 봉사
영주구성로타리클럽 환경정화 활동
영주구성로타리클럽 환경정화 활동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삶

이 대표는 본인의 삶은 물론 자녀들에게도 항상 하는 말은 ‘최선을 다하자’라는 표어와도 같은 문구라고 말했다. “최고보다는 최선이 중요하다”는 그는 “최고가 되는 것은 힘들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이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삶의 철칙과도 같은 이 말을 지키기 위해 가게 운영도, 봉사활동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그는 “특별히 감사한 분들이 있다”며 “영주이웃사랑 김삼재 회장, 전 자율방범대 연합회장이자 현 의용소방대 연합회장인 유광희 회장에게 봉사의 길로 이끌어준 것을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 두 사람이 봉사에 진심인 분들이라며, 봉사는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에 손을 다치며 빈자리를 크게 느낀 아내에게도 지금까지 함께 봉사활동에 임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없었다면 나는 봉사활동을 하나도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는 봉사활동을 장애인시설 중심으로 하고 싶다는 계획을 밝힌 이 대표는 “그분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 너무 기쁘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그는 오히려 100인분을 준비한 자리에서 그에 못 미치는 양을 드시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할 만큼 봉사활동에 진심이다.

또한 이 대표는 힘이 닿는 한 가게 운영과 봉사를 병행할 계획이다. 가게를 그만두더라도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봉사를 이어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봉사에 중독된 것 같다”며 환히 웃었다.

봉사활동은 단순히 누군가를 돕는 행위를 넘어 삶의 깊이를 더하고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실천이다. 우리가 봉사활동을 통해 타인에게 손을 내밀 때, 그 손길은 단지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 우리 자신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 봉사활동은 마치 작은 불씨와 같다. 그 불씨가 한 사람의 마음에 닿아 따스함을 전하면, 이는 또 다른 사람에게로 퍼져 나간다. 이 대표와 그와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봉사활동은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는 사랑의 언어가 되고 세상에 선물을 주는 동시에 자신에게도 귀한 선물로 돌려준다는 것을 확신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더 밝고 따뜻해질 것이다. 당신의 마음속에도 이 작은 불씨를 지펴보길 바란다. 그 불씨는 곧 세상을 비출 큰 빛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