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부터 품은 카이스트의 꿈, 현실이 되다”

게임에 대한 흥미로 시작한 코딩...꿈의 시작점

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비교과활동 ‘충실’

 

학생의 본분인 공부 잊지 말고 최선을 다할 것

최종 꿈은 인공지능 강화학습 스타트업 창업

2018년 방영된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한국의 사교육 열풍을 다룬 드라마로, 학생들이 명문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과도한 교육을 받는 모습과 그로 인한 갈등을 보여준다. 특히 영재 교육과 성적 경쟁을 다루며, 학생과 부모가 겪는 압박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이처럼 대학의 문턱이 낮아진 만큼 소위 말하는 명문대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종합대학 중 가장 높은 명성을 자랑하는 서울대와 이공계 특성화 대학으로 과학기술과 공학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카이스트는 모든 수험생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특히나 카이스트는 과학기술 분야의 영재 발굴과 육성에 중점을 두고 조기입학 제도를 운영 중인데, 과학고 등 특목고 재학생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다.

우리 고장 영주에 있는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카이스트 조기입학이라는 쾌거를 이룬 학생이 있어 장안의 화제다. 대영고등학교 2학년 윤서진 군이 지난 10월 카이스트 조기입학 최종 합격 통보를 받으며 영주의 자랑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다혜 연구원(카이스트 졸업) 자문 활동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다혜 연구원(카이스트 졸업) 자문 활동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견학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견학

취미였던 게임이 큰 꿈으로 성장

윤서진(17) 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카이스트라는 이름을 들을 때마다 막연하게 동경해 왔다고 말했다. 윤 군은 “뉴스에서 카이스트 관련 기사를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했고, 어린 마음에 언젠가 대학에 가게 된다면 그곳으로 가고 싶다고 철없이 멋진 목표를 가졌다”고 덧붙였다. 중학교에 진학한 후 처참한 수학 점수를 보고선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학업에 열중하기 시작한 윤 군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선 좋은 대학을 바라볼 수 있을 만큼 우수한 성적을 거두게 됐다.

윤 군이 카이스트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평범했다. 다른 아이들처럼 게임에 빠져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하는 것이 취미였는데, 어느 날 문득 게임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바로 아버지께 이를 말하자 아버지는 코딩을 권유하고 직접 코딩을 가르쳐 주며 그를 과학의 세계로 인도했다.

실제로 윤 군은 코딩에 관심을 두게 돼 깊게 공부하게 되면서 게임을 만드는 데에 성공하게 되고, 게임 플랫폼에 직접 만든 게임을 등록했다. 한 달 가까이 운영하면서 이용자 수가 꾸준히 늘었고, 자신의 게임을 홍보하기 위해 직접 유튜브 활동에도 나섰다. 계속해서 관심이 쏟아지자, 다수의 이용자를 위해 게임을 관리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게임 운영을 그만두고 학업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돌렸다.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져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는 바람에 코딩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중학교 1학년 진로 과제에서 자신의 진로를 서술할 기회가 생겨 ‘커리어넷’ 사이트를 통해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는 직업을 알게 된 윤 군은 그때부터 명확한 꿈을 갖게 됐다.

윤 군에게 코딩이라는 기술을 처음 가르쳐 준 아버지와 그를 사랑으로 보살펴 주신 어머니는 단 한 번도 그에게 공부를 강요한 적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방임이었지만, 다르게 보면 저에게 책임감을 길러주신 것”이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부모님에 대한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부모님의 신뢰와 지원 아래 윤 군의 성적은 고등학교 진학 후 꾸준히 올랐다.

물질질량팀 박사님과의 만남 및 활동사진
물질질량팀 박사님과의 만남 및 활동사진

뛰어난 성적과 다양한 비교과활동이 합격의 열쇠

지난 4월, 윤 군은 생명과학 과목 지도교사인 윤정필 교사를 만나 미래과학자 양성프로그램에 참가해 ‘비이온화 전자기파가 유기체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장기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카이스트를 탐방하며 현직 연구원들의 멘토링을 받았다. 윤 군은 “그때의 경험이 카이스트 진학을 구체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지도교사와 연구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또한 윤 군은 “프로젝트 기간이 길고, 연구에 참여하면서도 학업에 소홀하지 않아야 해서 이중고를 겪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학생이 본분이라 생각해 내신 공부에 좀 더 신경을 썼고, 그로 인해 처음 설계했던 연구가 부실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던 고비도 있었다”며 프로젝트 기간 동안 있었던 어려움을 설명했다.

윤 군은 “지난 4월부터 준비해 9월에 성과를 낸 청소년 과학 박람회(과학페어)가 합격의 결정적인 계기”라고 설명했다. 2학년 1학기까지의 내신 점수가 높았고, 비교과활동이었던 미래융합탐구프로젝트가 생활기록부에 좋은 영향을 준 것이다.

대영고는 2022년부터 교육부 지능형과학실 모델학교, 탄소중립 녹색학교 가꾸기 모델학교, 경북교육청 주관 미래과학자 양성프로그램, 인재양성프로젝트 등 다양한 과학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의 꿈과 진로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과학-사회과의 특색프로그램인 ‘미래융합탐구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이 과학적 소양을 쌓고 진로를 탐색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과학교육과 관련된 예산 확보, 열정 넘치는 교사들의 지도 역량은 지난 10여 년간 쌓아온 대영고의 과학중점학교 운영 경험에서 비롯된 강점이다.

윤 군은 “미래융합탐구프로젝트에서 원하는 팀원과 주제를 가지고 탐구하며 사고력과 탐구하는 힘을 기를 수 있게 돼 카이스트 지원 당시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고등학생이고, 처음 하는 탐구이다 보니 기술력이 부족해 관련 지식을 공부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을 만큼 부족했음을 인정하고 앞으로 학업을 꾸려나갈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이스트 조기입학을 위해서는 카이스트 창의도전 전형인 과학영재 선발제도에 통과해야 한다. 이 제도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입증한 학생에게 과학영재의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윤 군은 2학년 1학기까지의 우수한 성적과 비교과활동을 바탕으로 과학·수학 교과부장 교사의 추천을 받아 해당 제도를 통과해 카이스트 지원 자격을 획득했다.

2024년 전국 청소년 과학페어 본선 준비
2024년 전국 청소년 과학페어 본선 준비
2024년 전국 청소년 과학페어 본선 대회장에서
2024년 전국 청소년 과학페어 본선 대회장에서

‘인공지능 강화학습’으로 다시 한번 미래를 준비하다

윤 군은 인공지능 활용 분야에 관심이 많아 이를 개발하는 일에 도전하려는 의지가 가득해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서울대 공과대학의 겨울캠프를 다녀오기도 했다. 직접 공대 교수의 연구실에 들어가 보면서 인공지능 강화학습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구체적인 진로를 설정하게 됐다.

윤 군은 “카이스트에 진학하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과 만나 AI 기반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다”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카이스트 입학 후 필요한 역량을 차근차근 쌓아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윤 군의 이러한 열정과 목표는 단순히 입시에 국한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끝없이 성장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윤 군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고 싶다”는 굳건한 신념을 보이기도 했는데, 초등학생 시절부터 꾸준히 해온 피아노와 기타 연주에도 관심이 많고, 이는 스트레스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하고 싶은 것을 먼저 찾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라”는 조언을 남겼다. “공부는 모든 것의 기본”이라며 학생의 본분을 잊지 말 것을 강조했다.

윤 군은 카이스트 입학을 앞두고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12월에 있을 영어 능력평가를 위해 토플 공부를 하고 있으며, 학업에 공백이 생길 것을 대비해 3학년 과정을 학습하고 있다. 또한 카이스트에서 제공하는 브릿지 프로그램(예비 신입생들이 입학 전에 기초과정을 학습할 수 있도록 개설한 온라인 강좌)을 통해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치의 앞도 볼 수 없기에 청춘은 늘 흔들리고 불안하다. 특히나 학교라는 작은 공간에 갇혀 잘 짜인 시간표대로만 움직이는 어린 청춘들은 학교 밖 세상에 대 막연함으로 무거운 한숨을 토해낼 때가 많다. 그럴수록 해야 할 의무에 사활을 거는 것만이 튼튼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이미 토양에 단단히 뿌리 내린 생명은 어떤 자연재해가 와도 쓰러지지 않는 것처럼, 학생의 본분인 공부로 카이스트라는 대지에 뿌리내리기 시작 윤서진 군처럼 말이다. 시대가 변해도 시간은 흘러가기 마련이다. 시간의 흐름을 훌륭히 헤엄쳐 가기 위해서는 기본기를 탄탄히 다져야 다. 본분을 다해 흘러가다 보면 유토피아를 만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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