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는 지난 8월 27일 홍준표 대구시장이 통합 무산을 선언한 이후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하지만 10월 14일 대구시와 경북도가 행정안전부의 중재안을 수용하면서 통합 논의가 재개됐고, 이튿날 뒤에 대구시장, 경북도지사, 행안부 장관, 지방시대 위원장 등 관련 4개 기관장이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위한 서명식을 진행함으로써 ‘대구·경북특별시’로 가는 발걸음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구와 경북을 통합하자는 주장은 1995년 지방자치제 도입 당시부터 있었다. 그 이후로 2019년 말 민선 6~7기 대구광역시의 권영진 시장과 경북도의 이철우 도지사가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선언하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했고, 이어 민선 8기에 들어서서 홍준표 시장과 이철우 도지사가 중국의 청두시를 모델로 삼아 대구와 경북의 상생을 위한 ‘대구·경북(TK) 통합’을 공식 선언했다. 그렇지만 인구 500만 명의 대한민국 제2의 도시로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기초지자체를 보유한 광역지자체가 되며(31개) 면적 또한 한반도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진 지자체로 발돋움하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대구와 경북에서 급속하게 발생하고 있는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하고 거대 중남부 경제권을 구축해 지역 발전의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행정통합의 명분이야말로 대구시민이나 경북도민 전체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주민들의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를 생략하고 각 시·도의회의 동의를 구하는 방식으로 밀어붙여서 올해 안으로 국회에 입법을 발의해서 일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탑다운(Top-Down) 방식의 일 처리이다. 이 같은 자유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의사결정 구조를 무시하는 태도는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현재 대구 경북지역에서는 이 문제가 핫이슈이다. 이 통합문제에는 지자체마다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어서 장단점이 있다. 대구 경북의 생활권은 크게 대구광역시 중심의 남부 지역과 안동 중심의 북부지역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대구는 경북 남부지역의 정중앙에 있어서 포항 위주의 남동부 지역 구미 위주의 남서부 지역의 교류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데 비해, 북부지역은 같은 경북지역이라고 하더라도 대구광역시와 교류가 원만하지 않고 많은 부분에서 분리돼 있다.

따라서 경북 남부지역과 대구 인근 지자체들은 규모 경제에 힘입어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집중 돼 있는 신성장 산업 핵심 자원을 개발할 수 있는 이점이 있고, TK 신공항과 포항 일대 항만 등의 교통 물류 거점을 이용하는 등 통합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최대한 누릴 수 있으므로 대체로 통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북부지역의 경우는 사정이 아주 다르다. 실질적으로 대구 권역 중심으로 통합이 이뤄지기 때문에 인구, 인프라, 행정 등이 대구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단적으로 안동을 포함한 낙후된 북부지방은 경북도청 기능 축소로 성장동력을 상실하게 되고, 10만 자족도시를 꿈꾸던 도청 신도시 계획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이 외에도 남부지역과 북부지역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부분이 많아서 어느 지자체이든 간에, 통합에 대한 찬반을 속단할 수는 없다. 그런데 안동을 중심으로 하는 경북 북부지역에서는 통합 반대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는 데 반해 이상하게도 영주지역에서는 통합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조차 찾아보기 힘들고, 고작 지난 10월 30일 영주시의회가 제287회 임시회에서 행정통합 반대 결의문을 채택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영주 시민들은 대구와 경북이 행정 통합될 때 이제는 영주 시민을 넘어서 대구·경북 특별 시민에 속하게 된다는 것에 대해서 알고는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는 일이니만큼 아예 무관심한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경북 북부지역의 미래가 영주지역에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영주 시민들에게 통합에 대한 취지와 목적을 바르게 설명하고 찬반 어느 쪽이든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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