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남 (작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N번방 사건과 박사방 사건 이후 새롭게 등장한 ‘딥페이크’ 성범죄는 우리 사회를 더욱 경악하게 만들고 있다. 얼마 전 뜨거운 이슈 중 하나였던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의 주범이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딥페이크 성범죄는 급물살을 탔고 그야말로 전국의 초중고 학교에서 비상이 걸렸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10대 청소년이 70% 이상이라는 뉴스는 모든 부모 마음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AI의 발달로 성범죄 수법도 나날이 진화하고, 피해자는 어린 청소년들을 겨냥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딥페이크(Deepfake)란, Deep Learning(인공신경망을 활용하여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하는 기계학습)과 +Fake(가짜)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특정 인물의 얼굴이나 음성을 다른 영상이나 오디오에 합성해서 실제와 매우 흡사하게 만든 가짜 콘텐츠를 의미한다.

‘소담힐링연구소’ 이자리 박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딥페이크 특성으로는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서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딥페이크를 유포하거나, 겹지방겹지인(서로 아는 사람이 겹치는 사람들이 모여 대화방을 넘어 아는 얼굴을 합성, 음란물 제작, 공유, 조롱) 형식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N번방과 박사방 사건 같은 경우에는 본인의 실수나 한순간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라면, 딥페이크 범죄의 문제점은 피해자가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생하는 사건이라는 점이다. 성범죄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 반복되기 때문에 위험하고 사회적 관심과 책임이 따른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법이란 게 뭔가 큰일이 터지거나 많은 피해자가 생긴 후에 법이 강화된다는 아쉬움이 있다. 뒤늦은 조치이지만 다행인 것은 N번방 방지법이 개정되어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이 조금이나마 강화됐다는 점이다. 그 내용으로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불법촬영물 구입, 소지, 시청 시 1년 이상 징역이 신설되었으며, 상습적으로 죄를 범한 자는 가중처벌 대상이다.

또한 성매매 ‘대상 청소년’ 성매매 ‘피해 청소년’의 성적 자기 결정권의 나이를 13세에서 16세로 상향 조정했으며 복제물, 촬영물 이용 협박 시 1년 이상 징역으로 개정됐다. 아동·청소년은 판단 능력이 없고 스스로 자기 보호를 할 수 없는 연령대로 결핍 부분을 채워주는 사람에게 쉽게 넘어가는 나이다. 그러므로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 하겠다.

디지털 성폭력은 일상생활 속의 불안과 공포로 자리 잡고 있다.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먼저 부모가 경각심을 갖고 가정 지킴이가 돼야 한다. 일상을 함께하는 가족이 최선의 예방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른 스마트폰 사용으로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성범죄 위험에 노출돼 있다.

가정에서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정한다거나 컴퓨터를 공개된 장소에 설치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부모는 자녀에게 일상생활에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의 기준을 알려주고 교육시켜야 한다. 성범죄에 노출된 아이들 환경은 모두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다분히 사회적 책임이 따르는 부분일 것이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불법 촬영 범죄로 검거된 사람 중 98%가 남성이다.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이며 가해자의 14%가 면식범이고, 면식범의 47.7%가 피해자로 연인 사이로 밝혀졌다. 무엇이든지 교육이 안 되어 있으면 대처 방법을 몰라서 피해를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다.

어릴 때부터 “인간관계에는 누구나 존중받아야 할 사적인 영역이 있으며, 그 영역의 경계를 넘어갈 때는 동의와 허락이 필요하고, 동의와 허락은 대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라는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사이버 성범죄가 매년 증가하고 있고 사라지지 않는 것은 소비자가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없다면 생산자는 더 이상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만큼 사이버 성범죄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인식의 문제로 봐야 할 것이다.

경찰청은 “딥페이크 성범죄 집중 단속 기간을 2025년 3월 31일까지”로 공표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찰의 행보에 청소년들의 사이버 성범죄 안전지대를 기대해 본다.

(여성 긴급전화 국번 없이 1366, 아동보호전문기관 1577-1391)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