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결실의 계절인 것을 실감하게 하는 때는 바로 11월 전후 이때다. 이맘때가 되면 전국 모든 지역에서는 유치원 아이에서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층을 막론하고 자신들이 1년 동안 활동한 결과물을 가지고 각종 전시회, 발표회, 콘서트 등을 통해 한마당 잔치를 벌이고 있다. 영주지역에서도 최근 2주 동안 이같은 형식의 축제가 두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시내 곳곳에는 이제껏 듣지도 보지도 못한 모임에서 별의별 이름의 축제를 한다는 현수막과 포스터가 난무한다.

그중에서도 역시 백미는 11월 1일부터 3일 동안 열렸던 ‘영주장날 농특산물 대축제’이다. 올해 농특산물 축제는 무엇보다도 날씨가 좋았고 또 시민들의 참여와 호응도가 높았기 때문에 다른 어느 해보다도 성황리에 끝맺음했다고 모두 입을 모아 칭찬하고 있다.

또한 이번 축제가 내세운 캐치프레이즈처럼 농민들은 지역의 다양한 농특산물을 전시해 진심을 팔고, 축제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농민들의 정성을 사게 하는 ‘팜팜! 판매장’ 운영은 아이디어가 훌륭했다. 여기에 덧붙여 농특산물 축제를 세계유교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싱싱콘서트’와 연계해 수많은 시민을 축제의 장으로 모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한 점은 축제를 흥행으로 이끄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그런데도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이 있다는 것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축제의 첫 번째 컨셉은 축제명에도 나와 있듯이 ‘영주 장날’이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영주 장날 농특산물 대축제’는 기본적으로 ‘원당로 오일장’의 분위기를 살려야 되지 않을까? 그야말로 진짜 장터에서 도떼기시장처럼 시끌벅적해야 축제다운 축제가 되지 않았을까? 문정 둔치에 마련된 축제장은 농민들이 직접 생산한 좋은 농산물을 사고, 파는 장터가 아니라 관(官) 주도적으로 설치된 농산물 홍보센터라고 보는 편이 맞다. 그러니 농특산물의 실질적 생산자인 농민과 실구매자인 소시민들은 소외되고, 객들이 축제장에 와서 먹고 즐기는 축제가 돼 버린 것이다.

하지만 영주 장날에 원당로 5일 장터나 번개시장 등에서 축제의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문정 둔치에서 행사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치더라도, 영주 5일 장터에서 농특산물을 실질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홍보해 영주 장날을 활성화하는 노력은 있어야 했다. 그리고 영주가 내세우고 있는 대표적 농특산물은 풍기인삼, 영주사과, 영주한우, 단산포도, 영주쌀이다. 그런데 풍기인삼축제는 이미 끝났고, 단산 포도는 이미 철이 지났으며, 한우와 쌀은 굳이 영주지역의 특산품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인근 지역에서도 농산물 축제를 하고 있는데 그 지역에서도 모두 자신들의 지역 특산품으로 한우와 쌀을 공통으로 내세우고 있고, 한우와 쌀은 이미 전국적인 특산품이 돼 버렸다.

남은 것은 영주 사과인데, 사과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맛이 좋기로 이름난 지역이 부석면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과축제는 문정둔치에서 열리기보다는 부석사 인근에서 열리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 부석면 일대에 과수원들이 많이 있고 또 가을 관광을 위해 부석사를 찾는 관광객이 많기 때문에 이곳에서 ‘사과 축제’를 별도로 하는 것은 흥행면에서나 판매면에서 합리적이다.

물론 부석면이 영주시가 주관하는 행사와 완전 별도로 부석면(面)이 이기주의에 빠지게 되면 비판을 받아 마땅하지만, 부석사과축제를 별도로 하는 것에 대해 뒷말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영주 장날 농특산물 대축제’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통합시켜서 결국 축제의 성격이 모호하게 되고 약화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이같은 성격의 농산물 축제는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에 어차피 영주 지역민들의 축제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 영주 지역민들이 ‘영주장날 농특산물 대축제’라는 이름으로 즐겁게 공연을 보고 신나게 먹고 놀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축제를 통해 영주 농특산물이 전국적으로 홍보되었다는 어설픈 자랑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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