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시인)
삼거리 슈퍼는 폐점 휴업 중
-이경임
낮달을 올려다보며 개가 짖는다
인적 없는 가게 안 여백이 문을 밀고
샛길을 뒤뚱거리던 노파는 오질 않는다
라면 봉지에 쌓인 먼지만큼 두터운 졸음
적막의 문지방을 밟던 이들은 어디에
짓무른 눈을 비비다 오수에 든 늙은 개
폭포처럼 쏟아지던 인파는 꿈이었던가
여름날 단잠에 갇힌 실금 같은 꿈의 구근
삼거리 관절 마디에 균열로 시들고 있다
-사람을 놓치다
하늘 높고 바람 맑은 계절이라, 지역마다 축제가 한창입니다. 단풍도 절정이라서 전국이 들썩입니다. 저녁 8시만 되면 불이 꺼졌던 우리 지역도 모처럼 “쏟아지던 인파”로 활기를 띠었지요. 얼마 전에 끝난 풍기인삼축제 덕분에요. 그러나 끝나면 그만입니다. 그 많던 사람의 자취는 여전한 고적입니다. 고립입니다. 두터운 폐점과 휴업이 또 자동 발생되었습니다.
삼거리 슈퍼라 쓰고 인구 절벽이라 읽습니다. 어디 삼거리 슈퍼만 그럴까요. 삼거리 반점도, 삼거리 문구점도, 삼거리 양품점도, 삼거리 이발소도 전멸인걸요. 삼거리 없는 지역이 없을 테고, 그만큼 사람들이 북적거렸던 그 지역의 중심지였을 텐데요. 이제는 투명한 햇살만 진통제처럼 살살합니다.
평생을 전력투구하였던 노년의 아랫목을 지킬, 막 앙감질을 시작하는 어린아이의 손목을 잡아줄 생동은 점점 볼 수 없는 걸까요? “삼거리 관절 마디”가 “균열로 시”드는 동안, 가을의 밑바닥만 하얗게 실금이 가고 있습니다.
영주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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