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활기로 지역에 새 숨결 불어 넣는 우리는 청년정책협의체입니다”
영주 청년 간 소통 기회 마련...청년 아카데미 ‘성황’
지역에 살고 있는 청년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단체로
청년정책 모색은 물론 전인격적 관계로 성장할 수 있어
수도권으로 인구가 계속 집중되면서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지방의 인구 감소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특히 청년층의 이탈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많은 청년이 더 나은 일자리나 교육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지방의 경제와 지역사회는 악화되고 인구 구조는 고령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방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하고,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위해 지역마다 청년정책협의체가 결성되고 있다. 우리 고장 영주에서도 지난 2021년 발족돼 현재 2기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지역 청년이 운영하고 있는 카페 ‘녹스고지’에서 청년정책 아카데미가 열렸다. 모집 인원 50명에 80명이 지원하는 등 큰 관심을 끌었고, 영주 청년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며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자녀 사랑이 지역 사랑으로 크기까지
지난해 2기 영주시청년정책협의체(이하 협의체)에서 대표직을 맡은 이병철(40) 대표는 광고학을 전공했으나 졸업 후 바로 전공 관련 직종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탐험가 기질을 숨길 수 없던 그는 결혼 전까지만 해도 어떤 일을 했는지 모두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곳에서 종사했다.
그렇지만 누구나 그렇듯 이 대표도 시간이 흐르며 안정적인 생활에 목이 말라 초심으로 돌아가 전공을 살려 광고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그즈음 만난 지금의 아내는 그가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갈 힘을 실어주었다며 이 대표는 당시 아내와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가정이 생기니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힘은 더 커졌다. 그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며 남겨주신 농사일 또한 기꺼이 지금까지 함께 하는 중이다.
생업만을 위해 달려오던 그가 봉사활동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2010년 봉사단체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 이 대표는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말할 만큼 이타적인 삶의 자세가 인생 전반을 흔들어 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애인복지관부터 요양병원 등 소외된 이들을 돌보는 것에서 시작해 다자녀 가구의 가장이 되면서 학교와 관련된 봉사활동까지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학교폭력시민위원회, 청소년범죄예방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아이들이 재학 중인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고, 생활안전협의회, 의용소방대 등 지역사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단체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수많은 봉사단체에서 활동하는 이유로 자녀들을 꼽으며 “내 아이가 더 나은 세상에서 안전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봉사에 임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대표는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서 나에게 부족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는 성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오히려 감사하다”며 “내가 깨달은 바를 후배들과 자녀들에게 조언해 주며 더 살기 좋은 사회를 위한 개척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싶다”고 협의체 대표를 넘어 인생 선배로서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청년들의 목소리 모으며 지역 발전 꿈꿔
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단체이지만 과감히 가입해 대표직을 맡은 그는 “청년만이 가질 수 있는 에너지와 아이디어를 가장 가까이서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머뭇거리지 않았다”며 협의체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지금은 단체의 기초를 닦고 있는 단계”라고 말하는 그는 “앞으로 협의체의 기반을 마련하고 기틀을 닦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협의체는 일자리, 주거·복지, 교육·문화, 참여·권리 등 4개 분과로 나뉘어 있고, 회원 위촉식에서 열린 워크숍을 통해 인식을 확장하고 이해도를 높인 후 각자의 활동 분과를 선택해 교류하며 활동하고 있다. 분과장이 선출돼 월례 회의를 주관하고 있으며, 총 50명의 회원이 모두 모여 연 2회 정기 회의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협의체가 그동안 서로 의견만 교류하는 소통의 장으로만 활용되고 있던 와중에 지난달 열린 청년정책 아카데미는 주도적으로 실시한 협의체의 첫 성과”라며 앞으로 계속해서 지역 청년들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과 행사를 기획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어떤 자리를 마련하든 기획과 참여 모두 청년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던 이번 아카데미는 기획부터 장소 제공, 참여까지 모두 청년이 주도했기에 성공적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다”며 성황리에 마무리된 이번 행사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더해 이 대표는 협의체는 아직 성장하고 있는 단계이므로 여러 기관과 단체, 그리고 영주시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지자체와 협력한다면 좀 더 질 좋고 다양한 청년정책이 탄생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앞으로 위촉될 3기와 그 이후의 영주 청년들이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예측하면서도 대표로서 뚜렷하고 확실한 길을 개척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미안함도 표했다. 덧붙여 “3기가 위촉된다면 현 기수의 활동과 미진했던 점을 정리해 전달하고 계속 소통하며 돕는 존재로 남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 대표는 협의체에서 활동하며 얻은 것이 정말 많다며 영주에 있는 청년들에게 참여를 권장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는 청년 단체에서 활동하지 못할 정도로 내 인생의 시간이 계속해서 흐르는 것이 아까울 정도”라며 임기가 끝나가고 있는 것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고, “생각이 계속해서 젊어져 전환하고 발상하는 것이 자유로워졌다”며 협의체가 그에게 끼친 긍정적인 영향에 관해 설명했다.
함께 활동 중인 백지혜(35) 회원 역시 “활동하는 동안 인생 공부를 가장 많이 했다”며 협의체 활동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낸 뒤 “본인이 가진 색이 짙은 청년들이 한데 모여 의견을 조율하는 법은 물론, 갈등과정 또한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하고 올바르게 배워야 하는 부분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인간으로서 한층 더 성장한 느낌”이라고 협의체 활동 소감을 밝혔다.
이 대표를 포함해 협의체 회원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내가 몸담은 생업과 전혀 다른 곳에서 열심히 생을 꾸려나가는 청년들을 볼 수 있어 견문이 상당히 넓어졌다”는 점이다. 지역사회에 필요한 청년정책을 고심하기 위한 단체이지만, 혼란스럽고 삭막한 현대사회에서 전인격적 관계에 대해서도 깨달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영주시청년정책협의체에서 열리고 있다.
행복한 지역사회, 청년이 미래다
이 대표는 “삶의 신념을 딱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사람이 먼저’라고 말할 수 있다”며 “인간은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인 존재”라고 강조했다. “사람이 없다면 생업도 꾸려나갈 수 없고,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없다”며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예절과 친구”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예절과 친구가 인간관계의 시작과 전부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신념 덕분에 그는 자녀들에게도 인사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해 왔다고 한다. “가정에서부터 누군가가 집을 나서고 들어올 때면 배웅과 맞이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가르쳤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지금, 집에서 예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만큼 바깥세상에서도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따뜻한 부성애를 보였다.
사라져가는 지역의 숨결을 되살리기 위해 지금 우리 고장에서는 청년들이 희망의 씨앗을 함께 심고 있다. 그들의 손길이 모여 작은 새싹이 커다란 나무가 되고, 마침내는 숲을 이뤄 지역사회를 생명으로 가득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청년들의 손길이 지역의 미래를 다시 그리고자 한다.
시들어 가는 마을의 골목길에 꿈과 희망의 꽃을 피워내고, 잊혀가는 지역의 불씨에 새로운 열정의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작은 시냇물이 모여 큰 강물이 되고, 끝내 바다가 되듯 청년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뜨거운 열정이 우리 고장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