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풍륜(風輪)이라는 이름을 가진 자전거를 타고 전국의 유명한 자전거 코스를 여행한 소설가 김훈은 『자전거 여행』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썼다. 그 책 글머리에 김훈은 다음과 같이 자전거 여행을 예찬했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들어온다.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가는 일은 복되다.”
그의 말대로, 자전거는 몸이 갈 수 없는 길은 갈 수 없지만, 엔진이 갈 수 없는 모든 길을 간다. 이렇게 자전거와 몸이 일체가 되어 앞으로 나아갈 때, 몸 앞의 길이 몸 안으로 흘러들어오게 되고, 동시에 왔다가 몸 뒤의 길로 빠져나가고, 풍경을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호흡하는 여행이 바로 자전거 여행이다. 이런 이유로 디지털 문화에 예속돼 있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건강과 여가, 여행 등을 챙길 수 있는 아날로그 이동 수단의 반격이기에 찬사를 받기에 충분하다.
또 이 책에는 부석사에서 출발해 마구령을 따라 남대리를 거쳐 충북 의풍면까지 갔다가, 다시 고치령 산길을 따라 부석사로 돌아오는 자전거 여행기가 소개되고 있다. 제목은 ‘소백산 의풍마을, 복된 마을의 매 맞는 소’, ‘부석사, 고해 속의 무한 강산’이다. 벌써 24년 전의 일이지만, 이처럼 영주 지역과 자전거 여행은 인연이 깊다.
최근 들어, 영주 여행에 관한 관심이 상당히 높다. 그래서 영주시는 지역 관광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차여행, 자동차 여행, 도보여행에 대한 홍보와 안내에 열심이다. 그 결과 영주와 서울 청량리 간 KTX 열차가 개통된 이후로 기차를 이용한 관광객들이 점차로 늘어나고 있고, 마구령 터널 개통으로 자동차를 이용해 부석사와 소수서원을 편리하게 다녀갈 수 있게 됐으며, 영주문화연구회가 주관하는 소백산 자락길 걷기 프로그램도 영주지역 도보여행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영주지역이 자전거로 여행할 수 있는 최적의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여행에 대한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현재 영주지역은 자전거 공원과 4개의 자전거 코스가 마련돼 있어서 자전거 여행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소백산역에서부터 시작해서 서천교까지 1구간, 소수서원과 선비촌에서 서천교까지 2구간, 서천교와 무섬마을을 잇는 3, 4구간이 마련돼 있다.
영주의 자전거 코스는 소백산을 끼고 도는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몸으로 직접 호흡할 수 있고, 부석사와 소수서원, 선비촌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 문화 관광지를 들를 수도 있으며, 국가민속문화재인 무섬마을 들러서 고즈넉한 민속 전통문화를 마음껏 누릴 수도 있다. 그리고 자전거 공원 등 곳곳에 무인 자전거 대여소가 설치돼 있어서 신분증을 지참하면 자전거와 안전모, 자물쇠를 무료로 빌릴 수 있고, 여러 곳곳에 반납 장소가 있으므로,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편리하게 자전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영주댐 일대에 관광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 발표됨에 따라, 지난 10월 8일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2024년 자전거도로 모범도시 공모사업에 영주시가 선정됐다. 계획에 의하면 총사업비 40억 원을 투입해 내년까지 무섬마을에서 ‘용혈폭포’가 있는 ‘영주호 오토캠핑장’까지 자전거 코스 4구간이 연장 조성된다. 그러면 마구령을 넘어서부터 영주댐까지, 또 옛 희방사역에서부터 시작해 영주댐까지 모든 자전거도로가 완성되기 때문에 자연과 전통문화와 레포츠까지 즐길 수 있는 자전거 여행코스가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을 것이다.
이참에 이번 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존의 자전거 코스를 재정비하길 바란다. 위험한 곳이 있다면 안전장치를 설치해야 할 것이고, 노후된 도로가 있다면 개선해 자전거 여행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전거도로마다 테마가 있는 길을 조성하고, 자전거 여행자들을 위한 쉼터를 마련해 우리고장 영주가 전국적으로 이름있는 자전거 여행지로 거듭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