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시인)

             카지노에서

                                          -이봉주

 

바람을 화두로 움켜잡고 앉아있는 수행자들

 

설법인 듯, 스쳐가는 빈 바람에

수행자 이마에서 번뇌가 불꽃으로 피어난다

 

이곳은 시간과 거울, 창문이 없는 세계

 

꽃잎 조명으로

허공에 흩날리는 서로 다른 빛깔의 환상들

 

돈은 꿈속에 핀 꽃이다

 

한 수행자가

지는 꽃이 열반의 문이다라고 한다

 

나는 헛꽃 따라온 장자의 나비

움켜쥔 바람이 빙벽처럼 차갑다

 

-한때 꿈, 자꾸만 닳아가는

사는 게 힘들어, 피안 같은 문턱을 잠시 넘어보고 싶었을까요? 그러나 그곳이 오히려 감옥인지 “시간과 거울, 창문이 없”습니다. 잠시 들러보기엔 뭔가 아득한, 발목 잡히기 딱 좋은 어두운 환상이 됩니다.

“『장자(莊子)』의 <제물편(齊物篇)>에 나오는 한 토막의 글처럼, ”나는 헛꽃 따라온 장자의 나비”가 됩니다. 보잘것없던 애벌레가 허물을 벗고 아름다운 날개를 펴면서 나를 찾아가는 혹독한 여정에서, 어느 것이 꿈이고 어느 것이 깬 것인가를 망설입니다. 그렇지만 그대로의 나를 이해하고 수용하고 받아들이면서, 나로부터 자유롭기를 수없이 갈구하는 게 또 인생입니다. 어차피 우리는, 잠시 머물렀다가 날아갈 나비니까요.

찬바람 휘몰리는 눈밭에 맨발로 선 듯, 가끔은 흔들리는 삶. 그 삶을 가늠하다 수행자처럼 파 본 카지노에서 다 닳은 기력을 두고 탈주할까요. 그 사이 비 오고 바람 불고, 꽃 피고 꽃 지는 현실은 멈추지 않을 것이지만, ‘나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순응에 안착합니다. 그렇게 마음 환한 가을날을 추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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