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딛고 다시 일어선 구의원, ‘불확실한 미래, 스스로 바꿀 수 있다’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무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현재 서울 관악구 의회 의원 당선, 보건복지위원 활약
6세에 모친 여의고 19세에 부친마저 떠나 보내
중학교 중퇴 후 절박함 때문에 28가지 직업 경험
주경야독 검정고시 합격, 부동산학 박사과정 휴학 중
1940~5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과 어릴 적 생활을 이야기하면 고생한 이야기가 중심이다. 어릴 적 고생하던 시대와 지금의 생활을 비교하는 대화 내용이 많으며 60년대 중후반 이후 태어난 세대들과 비교하는 말도 많다. ‘세대 간에 많은 차이가 난다’는 말도 한다.
60년대 중후반 이후 태어나도 고생한 사람들이 있으나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1971년생으로 가정 형편상 중학교를 중퇴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든 사람도 있다. 중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아동노동을 해야만 했던 출향인이 있다. 현재 서울 관악구의회 의원으로 있는 안한영 의원이 그다.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그는 누구보다 밝게 산다. 어렵게 사는 사람에 대한 공감 능력은 자신이 그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훌륭한 선배님들도 많이 계시는데 제가 인터뷰를 하기가...”라고 사양하는 그에게 고향을 사랑하는 사람이 애향인 인터뷰 대상이고 다양한 연령대의 분을 대상으로 한다는 걸 말하고 나서야 인터뷰에 응했다.
반갑습니다.
제가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은 큽니다만 고향에 기여한 건 별로 없는데...
이제부터 많이 기여하시라고...(함께 웃음) 어디에서 태어나 자라셨나요?
한절마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여섯 살 때였습니다. 제가 막내이고 제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가 53세였습니다. 아버지는 일제 징용에 끌려갔다 오신 분으로 손가락도 잃으셨습니다. 집안은 매우 가난하고 좀 복잡했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 못한 형제도 있고 고아원에서 큰 형제도 있습니다. 어릴 때 식모로 남의 집에 들어간 누나도 있습니다.
학교는?
영주남부초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중학교는 영주 대영중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대영중학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학교 중퇴 후 서울로 가서 공장에 취업해서 살았습니다.
지금 시대 관점에서 보면 아동노동인데... 중학교 중퇴 후 공장 생활로 시작해서 쭉 서울에서 사셨는지요?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새로운 생활을 하고 싶어서 영주로 귀향했더랬습니다. 28세 때였습니다. 고향에 와서 여러 일을 했습니다. 좀 괜찮다 싶으면 뛰어들었습니다. 식당도 하고, 선배와 주유소도 하고, 광고회사 일도 했습니다. 아들도 생겼습니다.
그러다 서울로 다시 가셨군요? 고향에 계속 살지 그러셨어요?(함께 웃음)
몇 년 고향에서 좌충우돌 일하다 서울로 다시 갔습니다. 서울로 가서 일을 하며 손 놓았던 공부도 했습니다. 그때가 서른다섯인가, 서른여섯인가... 30대 중반이었습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은 검정고시로 했습니다. 대학 공부도 하고 싶어 처음에는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에 입학했습니다. 법학을 공부하다 공인중개사 전문 공부를 위해 서울사이버대 부동산학과에 다시 입학해 졸업했습니다.
일하면서 공부도 하셨군요. 어떤 일을 주로 하셨나요?
여러 일을 했습니다. 닥치는 대로 일했다는 말이 맞을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택시 운전도 했고, 가방 만드는 공장에도 있었고, 가스배달도 했고, 카페도 해보았고.. 관악구 의원에 출마를 준비하면서 세어 보니 제가 했던 일의 총수가 28개더라고요. 당시에 정말 절박했습니다.
대단하십니다. 정규과정으론 초등학교 졸업이지만 대학 과정 공부까지 하셨군요?
서울사이버대 졸업 후 좀 더 전문성을 쌓고 싶어 부동산학으로 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치고 내친김에 부동산학 박사과정까지 입학했습니다. 관악구의회 일을 비롯해 일이 많다 보니 박사과정을 마치지 못하고 쉬는 중입니다. 논문 쓸 겨를도 없고...
그렇게 주경야독으로 공부하고 지금은 전문직으로 생업을 하며 관악구의회 의원 활동을 활발하게 하시니 성공 스토리입니다.
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태어나서 가난했으니 그냥 받아들였기에 가난의 충격은 친구들과의 비교에서 느꼈지만 큰 게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30대에 공황장애를 겪었습니다. 공황장애가 무섭습니다. 공황장애를 겪으며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마음을 내려놓고 세상 돌아가는 것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불안하지만 내가 바꿀 수도 있습니다. 어렵게 큰 시절을 돌아보며 자식들에게 그걸 겪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자식들을 생각하니 새롭게 열심히 살아야 했습니다. 열심히 살았고 가식 떨며 살지 않았습니다.
그런 어려움도 겪으셨군요. 이제 고향 친구 관련 이야기를 할까요? 초등학교 친구가 많나요?
초등학교는 정상적으로 졸업했으니 친구들이 많습니다. 중학교 친구들도 있고 성인이 되어 7~8년 영주에서 생활하며 알게 된 친구들과 지인들도 많습니다. 고향에 있는 친구들도 많고 출향한 친구들도 많습니다.
실례되는 질문인데... 공부 잘하던 친구들도 있나요?
저는 공부 잘하던 친구들도 있고 못 하던 친구들도 있습니다. 공부로 친구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중학교 중퇴 후 성인이 되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던 자극은 공부 잘하던 친구들과의 연락을 계속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친구들로부터 자극도 받고 도움도 받았습니다.
정치에 발을 들여놓으셨습니다. 관악구 나선거구(청룡동, 중앙동)에서 당선되어 구의원으로 활동하십니다. 현재 어떤 쪽 일을 하시는지요?
현재 서울특별시 관악구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입니다. 제9대 전반기 관악구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제9대 관악구의회 제286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습니다.
의원 활동을 몇 가지만 소개해주시지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워낙 어렵게 자라서 어려운 처지의 분들에 대해 이론적으로 접근하지 않아도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어려운 처지의 분들을 위한 활동을 할 때가 보람이 큽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행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청소년은 미래의 주인공입니다. 이들이 미래의 주인으로 제대로 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공동육아방 조성·운영, 청소년 위탁교육, 청소년 독서실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저조한 출산율은 국가적으로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다양한 처방이 나오고 있습니다.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한약 약제비 지원 등과 같은 간접 지원은 실제 출산율을 높이는 데 제한적입니다. 출산 이후에 자녀를 양육하는 데 경제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게 도와준다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고향 발전과 관련해 조언을 부탁합니다.
고향 영주를 포함, 지역 소멸이란 말이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출향인을 비롯해 우리 고향 영주에 정착하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착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이 고향을 방문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도록 하기 위해 지자체 의회와 행정 부문은 물론 시민들도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정착하려 하거나 방문하고 싶도록 말입니다. 영주의 특성을 살려야 합니다. 다른 지역에서 성공했다고 따라하기보다 소백산이란 자연환경과 특산품, 그리고 문화유적 등 영주시가 가진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장시간 인터뷰 응하심에 감사합니다.
풍기인삼축제에 저도 갑니다. 그때 뵙겠습니다.
<안한영 의원 프로필>
- 영주 남부초 졸, 영주 대영중 2학년 중퇴
-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
- 한국방송통신대 법학 중퇴, 서울사이버대 부동산학 졸업
- 상명대학교 경영대학원(부동산학 석사), 현재 박사과정 중
- (현) 서울특별시 관악구의회 의원
- (현) 오성스마트컴퍼티(주) 대표이사
- (현) 민주평통 자문위원
- (현) 바르게살기운동관악구협의회 자문위원
- 경력사항
제9대 관악구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전반기)
제9대 관악구의회 제286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국민의힘 관악갑 당원협의회 사무국장(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의원(전)
오세훈 서울시장 선대위 총괄선대본부 부본부장(전)
윤석열 선대위 국민소통단 지역발전위원회위원장(전)
윤석열 선대위 후원회 부회장(전)
- 수상
2023 선진교통문화 의정대상 수상
2022 제8회 대한민국청소년대상 수상
행정안전부 장관상 수상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장상 수상
서울시장상 수상
관악구청장상 수상 외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