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인삼 축제 시즌이 다가왔다. 금산 세계인삼축제, 증평 인삼골축제 그리고 홍천 인삼한우축제가 일제히 10월 3일부터 시작되고 이어서 10월 4일에는 연천 고려인삼축제, 10월 5일에는 영주 풍기인삼축제가 시작된다. 이 외에도 파주 개성인삼축제와 이천 인삼축제가 있지만 이들 축제는 10월 중순 이후에 열린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인삼 축제가 열리는 지방은 모두 역사성을 가지고 있고 또 유명한 인삼 재배지이다. 그래서 현재 인삼축제가 열리는 지역에서는 나름대로 차별성 있는 축제를 기획해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

금산세계인삼축제는 올해로 42회째를 맞이할 정도로 역사가 오래됐고(올해 영주풍기인삼축제는 27회이고, 증평인삼골축제는 31회임), 또 금산군 인구가 5만 명도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2023년에 금산인삼축제를 찾은 관광객 수는 100만 명이 넘었고 축제를 통해서 1천19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고 하니, 금산인삼축제야말로 명실상부하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삼 축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에 비해 금산 인구의 두 배나 되는 영주시의 풍기인삼축제는 작년에 고작 31만 명이 다녀갔고, 17억 원의 판매고를 올렸다고 한다. 작년의 경우 영주 풍기인삼축제는 금산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는 인삼축제였다.

인삼재배 면적을 살펴보면, 최근 들어 큰 변화가 일어났다. 2000년까지만 해도 금산의 인삼 재배 면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금산의 인삼 재배 면적은 절반 수준으로 급감해 강원 홍천(636㏊, 1천422가구)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지역별로 보면, 재배 면적 1위는 충북으로 20.6%를 점유하고 있고, 강원도가 2천356ha(15.9%), 전북 2천276ha(15.4%), 경기도가 2천224ha(15%)이고, 경북은 1천661ha(11.2%)로 꼴찌이다. 인삼 생산량 기준도 강원도가 18.1%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였고, 충북 17.8%. 전북 17.2%, 경북 11.9%, 충남 11.8%로 뒤를 이었다.

이는 당연히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삼재배 경작지가 북상한 결과이다. 따라서 영주 풍기인삼의 앞날은 매우 어둡고 인삼재배 면적과 인삼 생산량은 북쪽 지역에 비해 현저히 뒤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영주 풍기인삼이 자랑하고 있는 인삼재배의 역사는 어떠할까? 지금과 같이 인삼을 재배하는 것을 ‘가삼(家蔘)재배’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 시원지(始原地)를 풍기지역으로 보고 있다.

1541년 주세붕 풍기 군수가 당시 산삼 공납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백성들을 불쌍히 여겨 산삼에만 의존하던 것을 인위적으로 재배, 생산했다는 기록을 통해 우리는 인삼재배의 개삼지(開蔘地, 인삼을 처음 재배한 곳)를 풍기라고 알고 있다. 금산에 가면 1천500년 전 진악산 아래 남이면 성곡리에 강씨 성을 가진 선비가 인삼 씨를 뿌리면서 처음으로 인삼 재배가 시작됐다고 하고, 또 강화지역에 가면 개성 고려인삼의 전통을 이어받은 곳을 강화라고 부르고 있다.

또한 인삼 효능 면에서 보면, 풍기인삼은 6년근으로 다른 지역의 인삼보다도 사포닌 함량이 많다고 하고 있는데 이는 다른 지역에서도 동일하게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 기후와 토양, 기온 등이 인삼의 효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당연하다. 강원도 관계자들에 의하면,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강원지역이 6년근 인삼 재배 면적이 가장 크고, 품질도 최상급이라고 주장한다.

외지인들의 시각으로 보면 풍기인삼축제는 다른 지역의 인삼 축제와 비교했을 때 크게 내세울 것이 없다. 축제 프로그램을 보더라도 다른 지역과 대동소이하다. 분명한 사실은 앞으로 풍기인삼축제의 비전이 밝지 않다는 데 있다. 좋은 문화관광자원과 천혜의 자연환경 그리고 편리한 교통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가 내세웠던 풍기인삼축제의 자랑거리는 사실 우리끼리의 이야기에 불과했다는 것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풍기인삼축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축제를 계기로 현실을 직시하고 기존의 축제 틀에서 벗어나 축제의 지평을 국내외적으로 넓힐 방안이 무엇인지 모색하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