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의 황혼들과 맞이한 두 번째 청춘, 모두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죠”
노인목욕권 최초 도입한 지자체장, 노인회 회장 맡아
‘건강-문화-화합’이 조화 이루는 노인복지 실천 꿈꿔
영주 최초 전국 어르신 행사 ‘전국노인건강대축제’ 개최
노인 맞춤 문화체육 위해 ‘노인생활문화체육회’도 창설
지난 3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복지인재원이 ‘동아시아 3국 2030의 사회 인식에 기반한 저출생 정책의 시사점 모색’을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저출생·고령화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 일본, 중국의 2030세대 인식을 들여다보고 정책의 시사점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23년 먼저 만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만 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는 이미 2007년에 진입했고, 우리나라는 이르면 올해 말 초고령사회가 된다. 그러나 상황은 우리나라가 더 암울하다. 우리나라는 2016년 이후 합계출산율이 급격하게 감소해 올해는 0.6명대가 될 전망이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30년 안에 한국의 고령화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를 것”이라며 “이처럼 빠른 고령화는 가까운 미래에 사회 전반에 걸쳐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노인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노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회적 기구인 대한노인회는 노인의 권익 보호와 복지 증진, 사회 참여 지원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9월, 권영창 전 영주시장이 대한노인회 영주시지회장에 당선돼 현재 취임 1주년을 앞두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 시민들의 열띤 지지를 받고 있다.
자수성가 사업가가 영주시장이 되기까지
민선3기 영주시장으로 지역사회에 공헌한 권영창(82) 지회장은 1961년 7월에 일어난 영주 대홍수로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장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영주를 방문했을 때 큰 꿈을 품게 됐다고 회상했다. 당시 영주농업고등학교(現 영주제일고) 학생회장을 맡았던 권 지회장은 영주시민과 학생이 운집한 가운데 학생들을 전체 지휘하며 군중 사이로 헬기에서 내리는 박 전 대통령을 볼 수 있었고, 그처럼 시민들이 위험에 닥쳤을 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큰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한다.
학창 시절, 철탄산에 오르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는 권 지회장은 “그 후로 철탄산에 올라 영주를 한눈에 담으며 꿈을 향한 결심을 다졌다”며 어린 날의 열정을 떠올렸다. 1963년, 제6대 국회의원 영주군·봉화군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된 김창근 전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우리 고장에서 활약하는 인물들을 보고 배우며 우리 고장 영주에서 앞장설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한 그는 이후 자수성가의 길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1968년, 권 지회장은 철물점과 건재상을 운영하며 사업가로 첫발을 내딛었고, 1978년 벽돌공장을 창업한 이후 레미콘, 아스콘 등 건설 자재 사업에 뛰어들어 1986년 경북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레미콘 공장을 세웠다. 이것이 현재 휴천동에 위치한 ‘고려레미콘’의 기저가 됐고, 봉화와 예천까지 공장을 확장하며 40여 년간 지역 기반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그는 지역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결심을 하고 상록조기회에 축구 유니폼을 기부한 것을 계기로 1981년 영주시축구협회장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사회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권 지회장의 열정을 높이 산 주변인들의 추천으로 그는 1980년 영주청년회의소 회장과 1991년 바르게살기운동 영주시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같은 해 경상북도의원에 당선돼 지역사회에 이바지했다. 영주청년회의소 회장을 맡았을 당시 우등JC상을 수상했고, 바르게살기운동 경상북도협의회장을 재임했던 2012년, 국민훈장 모란장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그는 사회에 기여하는 동안에도 사업을 소홀히 하지 않고 청년회의소 회장 재임 당시 한국산업경제학회 인증 전문경영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권 지회장은 2002년 영주시장에 당선돼 시민화합과 지역발전을 끌어냈는데, 재임 동안 건설교통부(現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지속가능한 도시대상’을 3년 연속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는 시장 재임 당시 노인목욕권 지원사업을 최초로 도입할 정도로 노인복지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였으며, 재래시장 비가림 시설 설치, 서천둔치와 풍기 남원천 일대 벚꽃길 조성, 주거환경 개선 사업 등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 구축에 힘써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시민에게 받은 사랑 베풀고자 시작한 노인복지
“일단 시작한다면 최고가 될 것”을 삶의 철학으로 두고 있다는 권 지회장은 “다양한 기관에서 시민, 특히나 노인복지를 위해 일하며 계속해서 아쉬움이 남았다”며 기존의 관행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노인복지를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노인들이 편안하게 여생을 즐기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삶의 재미를 찾는 것”이라며 노인들의 문화 활동에 중심을 둬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러한 철학에 따라 권 지회장은 ‘건강-문화-화합’이 조화를 이루는 노인복지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단순한 복지 서비스 제공에 그치지 않고, 체육 활동과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들이 활기찬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그의 목표다.
다음 달 10일부터 이틀간 우리 고장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전국 단위 어르신 행사인 ‘제11회 전국노인건강대축제’가 그 예다. (사)대한노인회가 매년 전국 시군을 순회하며 열고 있는 이 축제는 게이트볼, 그라운드골프, 파크골프, 바둑, 장기, 윷놀이, 한궁 등 7개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대회는 도연합회별 예선을 통과한 1천300여 명의 선수들과 시도연합회장, 시군지회장, 심판 등 950명의 진행요원, 1천여 명의 관람객 등 총 3천500여 명이 영주시민운동장과 서천변 파크골프 경기장에서 이틀간 경기를 펼치며 친목을 도모할 예정이다.
특히 풍기인삼축제 기간 중 열려 전국 각지 어르신들의 축제장 방문도 예상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 지회장은 이 축제를 시작으로 다양한 대회를 유치하고, 어르신들의 체육·문화 활동을 증진시키는 동시에 지역을 방문하는 유동 인구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권 지회장은 노인들의 문화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지난 2월 ‘제1회 대한노인회 영주시지회장배 어르신장기대회’를 열기도 하고, 재능나눔활동봉사단을 창단해 어르신들이 경로당이나 지역행사를 찾아 공연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는 등 어르신들이 문화생활을 통해 삶의 활력을 얻는 데 기여하고 있다.
더불어 노인일자리지원사업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100명으로 시작해 이제는 600명의 어르신들이 공익형 일자리에서 사회의 일원으로 일을 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추가로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도 모집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회 내에 취업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어르신들의 취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또한 계속해서 내려오는 관습을 타파하고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고자 하는 권 지회장은 지난 4월, 어르신들의 생애주기에 맞는 다양한 문화 체육 종목을 개발해 육성하고 지원함으로써 노인 건강증진과 여가선용에 기여하기 위한 ‘노인생활문화체육회’를 조직해 운영 중에 있다. 권 지회장은 “전국 최초로 시작한 만큼 우리 고장이 타의 모범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회의 발전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권 지회장은 노인을 생각하는 만큼 직원을 위하는 마음도 남달랐다. 전 직원을 모두 모아 월례 회의를 진행하며 소통의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고 있으며, 직원들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지회 건물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문서고를 지하로 옮기고 휴게공간을 마련했다.
더불어 과거 영주시의 환경 조성을 한 것처럼 지회 건물 바닥을 교체하고 화단을 꾸미는 등 노인회 환경 조성에도 힘썼으며 공약사항인 ‘지역봉사 지도원 활동비’를 지급할 계획과 노후화된 노인회 지회를 새롭게 건립할 계획을 통해 사업가와 정치인으로서의 면모가 조화를 보이기도 했다.
“죽을 때까지 노인을 위해 활동하고 싶다”는 권 지회장은 “건강이 따라주는 한 노인복지를 위해 힘쓰고 싶기에 건강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결의를 보였다.
인간은 누구나 시간의 흐름 앞에 무력하다. 젊음이 영원할 것만 같던 순간에 노화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면 우리는 서서히 늙어간다. 세월은 그 누구도 비껴가지 않기에 우리는 늙음 또한 대비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과 식습관을 유지하며 건강 관리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마음의 준비이다.
신체의 변화와 함께 세상으로부터 멀어지는 듯한 감정은 쉽게 우리를 휘감는다. 이때 필요한 것은 마음을 다스리고, 삶의 작은 기쁨들을 놓치지 않는 지혜다. 삶의 마지막을 향한 여정은 고독하지만, 혼자만의 길일 필요는 없다.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사람들과의 따뜻한 연결 속에서 늙어간다면, 우리는 충만한 마음으로 그 여정을 걸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여정을 응원하고 돕고자 하는 이들로 지금 이 사회는 두 번째 청춘을 맞이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