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추석은 다른 어느 해보다도 연휴가 길어 귀성 행렬이 분산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고향 찾는 길은 크게 혼잡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에 추석 차례는 간단히 지내고, 가족들과 함께 긴 연휴를 즐기기 위해 국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또 기상청 일기 예보에 의하면 추석 전날과 추석날 날씨가 흐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보름달만 하여라”. 이렇게 둥근 보름달을 보며 소박하게 복을 염원할 수 있는 상황은 안될 것 같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적 상황을 보면 그럴 분위기도 아니다.
매년 명절을 맞이할 때면 정치 경제적 이슈가 늘 있었다. 좌우의 심각한 정치적 대립으로 모든 국민은 정서적 피로감에 쌓여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범죄자 이재명 대표를 아직까지 감옥에 집어넣지 못하고 뭐 하고 있느냐’는 식으로 볼멘소리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검찰 독재로 나라를 망치고 있는 무능한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부류가 있지 않겠는가? 이번 추석에는 우리들의 정서를 날카롭게 하는 이야기들은 아예 뒤로 밀쳐놓고, 요즘처럼 살아가기에 팍팍한 세상에서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부모님들을 감사와 사랑으로 문안하고, 함께 서로 격려하며 화목을 도모하는 말들이 풍성했으면 좋겠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 사정도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기는 마찬가지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추석을 약 2주 앞두고 조사한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이 평균 20만 9천494원으로 전년 대비 1.6%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노력으로 다행스럽게도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개월 만에 가장 낮은 2.0%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다수 서민이 실제 느끼는 체감 물가는 2022년과 2023년 고물가가 누적되면서 소비자물가의 안정과는 괴리가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의류·신발, 식료품, 집세 등 의식주 물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상당히 높고, 생활물가 수준이 타국에 비해 높아 국민의 물가 부담이 크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오는 9월, 11월, 12월 FOMC 회의에서 연달아 금리인하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시쳇말로 미국 금융시장이 감기에 들면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중병이 든다고 하는데, 미국에서의 금리인하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실제로 엄청나다. 지금은 글로벌 달러화 약세로 고환율 부담에서부터 다소 숨통 트였기 때문에 금리인하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그러나 이론상으로 국내 시장을 활성화하고 내수를 살리려면 금리를 내리는 것이 옳지만 우리나라 경제 상황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그래서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최근 물가의 안정세가 청신호이기는 하나 수도권 집값 상승과 그에 따른 가계부채의 증가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 안정의 위험 요소가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어서 당분간 금리인하를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추석에 고향을 찾는 자식들은 대부분 수도권에서 한창 경제 활동을 하면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집값 인상 문제라든지, 가계부채의 증가, 금리동결 등과 같은 우리나라의 현 경제적 상황은 실제로 그들의 삶에 큰 부담을 준다. 그래서 이번 추석에는 먹고 살아가는 문제에 대해 스트레스를 주는 언행 대신에 격려와 위로가 넘치는 대화가 오고 갔으면 좋겠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직장, 결혼, 연봉 등과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 심리적으로 정서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말을 삼갔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추석이라고 해도 찾아오는 사람 없이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사회적 약자,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찾아가서 그들과 함께 추석맞이를 할 수 있다면 더욱 행복한 추석이 되리라 믿는다. 올해는 말도 많고 어려움도 많고 다툼도 많지만, ‘기쁨’과 ‘사랑’이라는 가치를 나누면 ‘기쁨 두 배’, ‘사랑 두 배’가 된다는 가치 나눔의 공식이 실현되는 행복한 추석이 되길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