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에 대한 열정, 경영혁신 통해 한식의 대중화를 이끌다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맛은 기본, 몸이 부르는 한식을 향한 끊임 없는 열정
끊임없는 연구로 신지식인, 궁중음식 예술장인 선정
정일품 한정식 개업, 혁신 통해 한식 대중화도 주도
기회된다면 고향 선비촌 개선 프로젝트 기여하고파
조선 중기 선비의사 이석간은 음식으로 치료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당시 사람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익숙한 식자재를 이용해 치료 음식을 만들었다. 오늘날 ‘치료’라는 단어는 의사 외에는 함부로 쓸 수 없는 법적 용어가 됐지만, 당시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음식 재료를 활용한 치료 음식은 당시에 매우 유익한 정보였다.
신미화 한국발효음식연구원 원장은 우리 전통을 살리면서 몸에 좋은 한식을 현대에 재현하고 개발하고 있다. 한국의 맥이 살아있는 한식을 연구하고 전수 교육을 통해 그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
도동산방: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다
신미화 원장이 운영하는 도동산방은 신 원장의 뜻이 곳곳에 배인 한식전문점이기도 하고, 한문화 체험장이기도 하고, 힐링의 공간이기도 하다. 앞산 뒷산이 있고 연못과 잘 가꾸어진 정원의 풍광이 더욱 도동산방을 돋보이게 한다.
스스로는 성공한 사업가라 이야기하길 사양하지만 그녀의 사업에는 인간의 삶에 필수인 의식주(衣食住)를 모두 포괄하고 있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도동산방으로 명명된 한옥은 부군과 함께 지었으며 한국음식을 만들고 자녀 결혼식도 이곳에서 올리는 등 멋진 한옥에서의 삶, ‘주(住)’도 이곳에서 하고 있다.
2023년 11월에는 ‘가온한복’을 오픈해 전통을 잇는 또 다른 발걸음을 내디뎠다. 모두 우리 삶에 멋, 맛, 얼이 담긴 일들을 해가면서 지켜야 할 소중한 삶의 가치와 지켜야 할 문화유산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이 담긴 사업장이다. 금년 8월에는 울산 롯데호텔 르엘컨벤션 주주로 참여해 웨딩업에도 진출했다.
한식의 대중화와 혁신을 이끌다
신 원장은 우리고장 영주시 풍기읍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풍기초등학교와 풍기중학교를 다녔다. 김천 성의여고를 졸업한 후 계명대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사업 시작 전엔 일반회사에서 영양사로 근무했다. 어릴 때부터 음식에 관심을 기울였으니 음식 분야에만 평생을 바쳤다. 그의 어머니는 음식 솜씨가 좋았다 한다. 자라면서 어머니 곁에서 음식 맛과 요리 안목을 기른 것이다. 어릴 때부터 음식 만드는 게 즐거웠다니 대학에서의 관련 학과 전공은 자연스러운 이음이다.
기업에서 영양사로 근무하다 퇴직한 신 원장은 당시 한식당 한정식 대중화의 한계를 보았다. 1989년부터 음식집을 운영하며 저녁 식사, 술자리, 고급 요정으로 이어지는 걸 보며 한정식 대중화의 필요성을 알아챘다. 격을 높이면서도 여럿이 같이 식사할 수 있는 대중 한식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1994년 정일품 한정식 개업이 바로 그 시작이다. 대중적 가격으로 격이 높은 한식을 즐길 수 있게 되자 사전에 예약을 해야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주방장 1인의 요리에 기대는 방식을 탈피해 각 음식 파트마다 전문 책임제를 두는 등 주방 혁신시스템을 도입해 정착시켰다. 한식당 사업에서 경영혁신을 일으킨 것이다.
전통을 잇는 연구와 공익을 위한 활동
사업이 본궤도에 들며 평소 생각하던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연구 열정이 더욱 깊어진 신 원장은 바로 실천에 들어갔다. 도동산방이란 한옥도 한식에 가장 어울리는 공간이 한옥이라는 관점에서 비롯됐다. 그녀는 2007년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고 한식에 대한 그의 연구는 교육으로 이어졌다. 깨달은 지혜와 지식의 공유라는 선비문화를 신 원장은 실천한다. 대학 출강을 비롯 다양한 기관에서 강사, 지도강사,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한식 전시회까지 열었다.
궁중음식연구원에서는 경상도 김치 특강을 많이 했고 주로 경상도 음식 특강을 꾸준히 했다. 그의 한식에는 무형문화재 38호 궁중음식연구원이 있다. 1대 한희순 상궁, 2대 황혜성 교수, 3대 한복려 원장으로 이어지는 맥이다. 2대에 이어 3대에 걸쳐 지도받으며 2021년 궁중음식 문화재단에서 수여하는 궁중음식 예술장인으로 선정됐고, 매달 장인들의 모임인 숙경재에서 고조리서를 공부하며 끝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활동은 KBS와 MBC를 비롯 여러 방송 매체에서 취재되곤 했다.
사업장 곳곳에 붙은 이름들은 선비들이 중시하던 가치와 연결되어 있다. 정일품한정식, 도동산방, 운시원(雲詩園), 경수헌, 양한당... 신 원장이 명명한 이름들이다. 도동산방은 K-한식의 장을 열어가는 한옥의 이름이고, 운시원은 시문객이 구름처럼 오는 집이란 뜻으로 도동산방 대문에 걸려 있다. 경수헌은 경사로움이 오래간다는 의미로 한옥 별채 현판이며, 양한당은 한가로움을 기르는 집이란 뜻을 가진 한옥 메인 현판이다. 모두 우리 전통과 맥이 연결된 이름이다. ‘도동’은 지역 이름이기도 하지만 도(道)를 추구하고 거기서 자부심을 느끼는 선비 정신과도 통한다.
도동산방: 전통과 현대를 잇는 공간
도동산방은 전통적 한옥의 멋을 갖고 있다. 오랜 한옥에서 보는 기와, 나무, 흙, 돌 등 건축 소재에서 전통의 멋이 느껴진다. 현재 도동산방은 누구든지 와서 음식과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공개돼 있다. 도동산방은 고헌산을 병풍으로, 물고기가 노는 연못과 새가 노래하고 꽃이 피며 다듬어진 나무들이 자라는 정원을 포함, 1천300평의 부지에 250평 규모의 한옥 5채로 조성돼 있다.
비싼 건축 비용에도 한옥으로 건축한 것은 신 원장과 부군(김형구)의 뜻이 맞았기 때문이다. 부부는 도동산방을 건축하기까지 여러 해를 준비했다고 한다. 정형화된 한옥 개념에 갇히지 않고 한옥에서 우리의 전통을 느끼고 우리의 맛을 보고 자연 속에서 어우러지는 느낌을 손님들이 가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일치가 도동산방을 탄생시킨 것이다.
한옥 건축은 부군 김형구씨의 꿈이기도 했다. 그는 전통한옥학교, 향토집건축학교를 다니며 한옥을 공부했다. 지금의 흔적이 시간이 지나면 역사란 마음으로 한옥을 건축했다. 300년 역사를 만든다는 믿음이었다니 미래까지 내다 본 한옥이다.
“아름다운 한옥이 후세에 이어지도록 작은 것 하나라도 신경을 썼습니다. 5년의 준비와 2년의 건축으로 2007년 완공했습니다”
남편이 만든 자연과 조화된 전통의 한옥 공간에서 아내는 한식을 연구하고 만들며 또 한식 강좌를 열며 우리 혼례를 비롯 우리 전통행사도 한다. 한옥에서 식사를 비롯 우리 문화도 느낄 수 있으니 보통의 맛집과는 다른 느낌이다.
도동산방은 경주 궁궐 등을 재현하는 경주 대목장이 지은 한옥이다. 한국 육송을 2년간 말리고 쇠못 하나 쓰지 않고 끼워서 맞추는 방식으로 지었다. “친정 할아버지가 건설업을 했습니다. 시골 건물은 시시하게 지으면 빠르게 쇠락하지만 좋은 한옥은 갈수록 빛납니다. 집의 품위는 추녀 끝에서 나옵니다. 조금만 더 높으면 날아가는 느낌이 나고, 낮으면 내려앉는 느낌입니다. 중용 지점을 잘 찾아 대목 11분이 지었습니다” 신 원장의 말이다. 친정 할아버지의 건축 안목을 물려받은 것 같다.
한옥에서 한식과 한복... 전통문화를 잇다
좋은 전통이 없어지고 있는 이 시대에 신원장은 한옥에서 한식과 한복 등 전통문화를 잇는 사업을 한다. 혼례음식원 ‘경희궁’에서는 이바지 음식과 신부수업까지 하고 있다. 고희연, 팔순, 돌잔치, 이바지 음식 등 우리 전통문화가 새롭게 살아나는 걸 신 원장의 손끝에서 본다.
“혼례음식 관련해서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세상이 많이 달라졌어요. 양가에서 주고받던 이바지 음식도 사라지고, 시댁에 드리던 폐백도 사라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고유 문화가 깡그리 사라졌습니다.” 그녀의 말 속에 진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그녀는 “저와 함께 혼례음식을 해온(가르친 제자들) 장인들의 솜씨가 그대로 사장되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비전을 주지 못해 젊은 제자들을 키우지 못한 것도 아쉽다”고 말했다.
신 원장 본인은 공익을 위해 한 것이 별로 없다고 하지만 어려운 이웃에 쌀을 보내고 한식 배달 사업으로 고용 창출과 창업을 지원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운영하던 전통찻집은 주변 카페들이 생기면서 상생의 의미로 더 이상 운영하지 않고 있다.
몸이 부르는 음식, 건강한 먹거리 추구
그의 음식 모토는 입에 맞는 음식이 아닌, 몸이 부르는 음식, 건강한 먹거리 추구이다.
“저는 40년 동안 직접 시장에 매일 갑니다. 농산물 도매시장을 장돌뱅이처럼 다니며 그날의 식재료를 구입하고, 기본 식재료들을 꼼꼼히 들여다봅니다. 한식은 기본적인 손맛에 좋은 식재료가 맛을 좌우합니다.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신 원장은 최근 발효음식 연구에 열정을 쏟고 있다. 한국발효음식연구원 개원도 그 일환의 하나이다. 그는 발효음식의 핵심은 김치라고 말한다. 된장, 고추장, 간장을 직접 담그고 있다. 도동산방에는 신 원장이 직접 담근 된장, 간장, 고추장이 담긴 독들이 있다.
신 원장은 고향에 갈 때마다 고향에 도움을 줄 게 무엇인가 고민한다고 했다. 그녀는 “고향을 위한 일환으로, 선비촌 개선 방향을 고향 갈 때마다 고민한다”며 “그간의 노하우를 제 고향을 위해 쓸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기꺼이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신미화 원장 프로필
- 풍기초등학교
- 풍기중학교
- 김천 성의여고
- 계명대 식품영양학 전공
- (현) 한국발효음식연구원 원장
(현) 도동산방 대표
(현) 경희궁 혼례음식원 원장
- 울산과학대 등 대학 출강
- 문화센터 등 다양한 교육기관 강의
- 한식관련 다양한 전시 기획 및 실시
- 국립수산과학원 자문위원
- KBS, MBC 등 여러 방송매체 시연 및 소개 우리 음식 책자 요리 감수
- (수상) 국무총리상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