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시인)

        트램펄린

                              -양안다

 

광장에서 두 여자가

춤을 추고 있었다. 구경하던 아이가

곁으로 와서 그들의 춤을

따라 췄다. 눈을 감은 채

발을 움직였고 발동작이 온순해서

기절하는 일이 없었다.

 

한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남자는 숲속을

가로지르며 춤추는 아이를 떠올리고

있었다. 빛이 들지 않는

작은 숲이었다. 숲이 끝나자 남자는

더이상 춤에 대해 떠올리지 않았다. 작은 숲에는

덤불을 뛰어넘는 사슴들이 많았다.

 

-춤과 숲

여자와 아이들이 트램펄린을(아이들 말로 방방, 혹은 콩콩) 타고 있을 뿐인데요. 힘껏 뛰어올라도 정점에 머무르는 순간은 1초도 되지 않겠지만 영원처럼 느껴질 희열의 순간을 맛보기도 하고요. 지구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기분이 드는 순간 고꾸라지기도 합니다.

춤이랍니다. 내딛고 멈추고, 풀어주고 비틀고, 흔들고 끌어모으고, 들이켜고 내뱉다가 꽃잎 뚝뚝 떨어뜨리는… 그렇게 행간에 누운 뒤 온순한 바람에 땀을 식힙니다. 불규칙하게 표현된 행갈이처럼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는 삶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온전하게 반짝이는 빛이 됩니다.

그게 또 숲으로 번집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기는 남자는 “춤추는 아이를 떠올”리며 “빛이 들지 않는/ 작은 숲”에서 영원처럼 일에 몰두합니다.

충분하지 않을까요? 춤추는 여자와 아이들이 보내는 파동이 빛이 들지 않는 작은 숲에 퍼지는 동안, 그 파동을 먹고 견디는 남자. 마침내 “덤불을 뛰어넘는 사슴들”까지…

특별할 것도 없는 놀이의 조각이지만, 완전과 불완전 사이에서 보듬어지는 달큰한 가족애가 춤과 숲으로 완성됩니다.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