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공방에서 빚어낸 도라지 먹거리, 영주의 명품이 되다
아이 위해 만들기 시작한 도라지 가공품이 ‘영주 명품’으로
도라지 농가 남편과 결혼해 도라지 제품 브랜드 만들어
지역 농가 소득 증대부터 청년 농업인 육성까지 꿈꿔
영주시는 우리 고장 농업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지역 최고의 명품을 발굴하기 위해 2007년부터 ‘영주농업대상’을 통해 명인·명품·명소 등 분야별 최고를 선발해왔다. 지금까지 총 52명을 선발해 지역 농업의 모범사례로 삼고 있다. 이 상은 고품격 영주 농업의 이미지 제고와 지역 농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농업인들의 사기를 증진하고, 모범사례 확산을 통한 농업경쟁력 확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제15회 영주농업대상에서 영주의 고품질 도라지 부가가치 창출에 힘쓰고 있는 농업회사법인 자연이든의 ‘홍도라지 정과’가 명품 분야에 선정됐다. 시는 오는 11월 열리는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자연이든 박승희 대표에게 제15회 영주농업대상 증서와 기념패를 수여할 예정이다.
가족의 사랑으로 브랜드를 성장시키다
농업회사법인 ‘자연이든’의 박승희(36) 대표는 청주에서 태어나 농업대학을 졸업한 후, 친환경 농산물 인증 및 유통 관련 업무에 종사해 왔다. 그러던 중 현재의 남편을 만나 시댁이 있는 영주로 이사를 오게 됐다. 남편은 화학공학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늘 귀농에 대한 꿈을 키워왔고, 어린 시절부터 토마토 등 농작물을 기르는 것을 취미로 삼았던 박 대표와의 만남을 운명으로 여겼다. 이 남녀가 부부의 연을 맺은 후 귀농에 대한 막연한 희망을 함께 꿈꾸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박 대표 부부는 2014년이 되던 해, 한창 불었던 귀농 유행의 바람을 타고 영주로 이사했다. 부부 모두 취업한 지 4년밖에 되지 않았을 때였다. 영주로 내려오는 것은 박 대표에겐 큰 도전이었다. 당시 임신 중이던 그녀에게 영주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낯선 곳이었고, 친정 식구들 또한 귀농 결정을 반대했다.
그러나 남편은 향후 10년까지의 계획서를 꼼꼼하게 작성해 박 대표의 부모님을 설득했고, 박 대표 역시 그런 믿음직하고 계획적인 남편의 모습에 다시 한번 새로운 삶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이렇게 박 대표는 가족의 사랑과 믿음을 바탕으로 귀농의 길에 들어섰다.
그러나 낯선 이곳, 영주에서의 삶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시댁에서 운영하는 ‘산아농부’라는 농장에서 더덕, 단호박, 수박, 도라지 등을 재배하며 농업을 시작한 박 대표는 기관지에 좋은 도라지에 주목하게 됐다. 당시 중국발 미세먼지로 인해 기관지 건강에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도라지 농사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도라지는 씨를 뿌리고 3년 후에야 수확할 수 있는 작물로, 그 기간 동안 많은 투자와 인내가 필요했다. 특히 박 대표가 첫 수확을 하던 해에는 도라지 가격이 4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해 큰 어려움을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농업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도라지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공품 개발에 나서기로 결심한 것이 바로 이 무렵이다. 박 대표는 기관지가 좋지 않았던 아이를 위해 도라지를 활용한 다양한 이유식을 직접 만들면서 가공 기술을 익혔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선물하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7년 작은 공방을 열어 도라지청과 도라지 정과와 같은 가공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판매가 쉽지 않았다. 영주의 지역적 특성상 도라지가 흔하고, 고령 인구가 많아 박 대표의 제품을 선뜻 구매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곧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기로 하고,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도라지의 가치를 알렸다. 그렇게 시작된 온라인 판매는 곧 큰 성공을 거뒀다. 주문이 밀려 생산량이 부족할 정도로 도라지 가공품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도라지 전문 가공브랜드 ‘도라지미’가 이렇게 탄생했다.
‘도라지미’의 성공은 그녀의 가족 간의 끈끈한 사랑과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 대표의 시부모님은 도라지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작물 재배를 줄이고, 도라지 농사를 더 전문화하기로 결심했다. 박 대표와 그녀의 남편, 시부모님은 함께 도라지를 보관할 수 있는 창고를 마련하며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갔다. 2018년, 도라지 가공 공장을 설립하며 도라지미는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지역사회와 함께 지속 가능한 발전 꿈꿔
‘도라지미’는 소백산 자락에서 주원료인 도라지와 생강을 직접 재배하며, 추가 생산량과 기타 재료들은 인근 농가에서 직접 수매해 생산하고 있다. 모든 제품에는 3년근 도라지를 사용하며, 원료로 사용되는 조청도 국내산 쌀로 만든 전통식품 인증 조청을 쓴다.
박 대표가 제품을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아이에게 먹이기 위해 만들었던 그때 첫 마음으로 쓴맛과 아린 맛을 최대한 제거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도라지 특유의 맛이 나지 않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사업을 확장하면서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는 한방식품 브랜드 ‘설아래’와의 인연도 시작됐다. 설아래 지종환 대표(본지 968호 기사 우리동네 영주人터뷰 [40] 참조)는 도라지의 효능에 주목해 원물을 찾던 중, 영주 도라지가 가장 품질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됐고 박 대표가 재배하는 도라지의 도움을 받아 넥스트로컬 사업에 선정돼 현재는 지역발전까지 꿈꾸고 있는 로컬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설아래는 도라지미의 우수한 원물을 사용해 제품의 품질을 높였고, 도라지미는 설아래와의 상생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두 브랜드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더욱 다양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박 대표는 대중들이 도라지를 새롭게 즐길 수 있도록 △홍도라지청 △홍도라지정과 △홍도라지생강진액청 △도라지 목사탕 등 다양한 도라지 먹거리를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도라지의 쓰고 아린 맛을 줄이고 영주 부석태 콩가루, 초콜릿 가루 등 다양한 재료와의 배합과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통해 기호도를 높인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도라지미 제품의 우수성은 다양한 인증과 수상 경력으로 계속해서 증명되고 있다. 홍도라지정과는 전통식품 품질 인증을 취득했으며, 2020년 세계유산축전 경북 공식 지정 상품으로 선정됐다. 또한, 2022년 경북 미래농산업 아이디어 경진 부문에서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같은 도라지미 제품의 혁신과 창의성은 농업 분야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로 접근해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부각되고 있다.
박 대표는 도라지미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홍보와 판매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 팝업 행사, 홈플러스 입점, 신세계 센텀 경북 디저트페어, 서울 푸드쇼 박람회 등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스토어, 아이디어스, 오아시스마켓, 우체국쇼핑 등 온라인 판매 플랫폼에도 입점해 다양한 소비자층에 접근하고 있다. 더불어 라이브커머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통해 브랜드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전달하며 마케팅에 힘쓰고 있다.
박 대표는 지역사회와의 협력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역 농가의 소득 증대를 위해 지역에서 생산한 원재료를 수매하여 가공하고 있으며, 청년 농업인 육성을 위해 영주시 청년지식서클 청년 농부, 4H회원, 청년여성농업인협동조합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23년에는 ‘넥스트로컬’ 사업 파트너로 참여해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청년여성창업가 리더로 선정됐으며, 경북 여성 창업가들에게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데 힘쓰고 있다. 또한, 한국미래농업고등학교와 교육 MOU를 체결하고,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과 연계해 여성농업인 교육을 진행하는 등 지역 농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 대표는 “도라지미를 ‘도라지’라는 단어가 떠오를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더나아가 도라지 외에도 홍삼이나 생강 등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가공품을 개발해 지역 경제에 더욱 기여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도라지미가 단순한 브랜드가 아닌, 지역과 가족의 사랑이 담긴 이름으로 기억되기를 바라고 있다.
사랑은 그 자체로 강력한 원동력이다. 사랑이 주는 힘은 사람들 사이에 따뜻함을 전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하나로 묶는 끈이 된다. 이 사랑의 에너지는 단순히 개인적인 관계를 넘어 사회와 경제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사랑으로부터 시작된 열정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전을 탄생시키고, 이는 창조적인 동력으로 브랜드를 만들어낸다. 사랑을 바탕으로 한 브랜드는 단순한 상품 이상의 가치를 지니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지역사회의 자부심을 고양시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