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부 창단 49년 만에 첫 전국대회 우승 ‘쾌거’
결승전서 비겨 연장전 끝에 승부차기 극적 우승

예선전서 2대0 패배했던 상대팀 결승전서 ‘설욕’
‘오~! 풍기중학교, 오오레오레~’ 열띤 응원전 ‘눈길’

전교생 117명의 농촌지역 소규모 중학교인 풍기중학교(교장 박재진) 축구부가 최근 열린 전국대회에서 극적인 우승을 차지해 화제다. 풍기중 축구부의 이번 우승은 창단 이후 49년 만의 전국대회 첫 우승이어서 지역사회에도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풍기중 축구부는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하고 충청북도축구협회와 제천시축구협회의 주관으로 지난 9일부터 21일까지 충북 제천시민운동장에서 열린 ‘2024 제천의병 추계 중등 U15 축구대회’에 출전해 63곳의 전국 명문 축구 중학교를 모두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21일 밤 8시에 열린 결승전에서는 경기 과천 문원중학교와 1대1로 비겨 연장전 끝에 승부차기에서 9대 8로 누르고 극적으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과천문원중학교와는 예선전에서 맞붙었다가 2대0으로 패한 아픔을 결승전에서 그대로 되갚은 설욕전이었다.

이날 결승전에는 영주축구협회 전철건 회장을 비롯 김주영·전풍림 시의원, 강창용 풍기읍체육회장, 풍기도시재생주민협의회, 풍기읍주민 및 선수가족 등이 제천시민운동장을 찾아 학생선수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풍기중 축구부는 예선전에서 서울신천중학교(4:2)와 충주스포츠 최강중학교(1:0), 경기과천 문원중학교(0:2)와 붙어 2승1패로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16강에서는 경기 SFC클럽을 1대0으로 이기면서 8강에 진출, 부평 동중학교와 1대1로 비긴 끝에 승부차기에서 5대3으로 이겨 4강에 진출했다. 4강에서는 경기여강 글로벌클럽과 붙어 2대1로 역전승을 하면서 결승 티켓을 따냈다.

1975년에 창단된 풍기중 축구부는 1999년 ‘금석배 전국중학교 축구대회’ 3위에 이어 2005년 ‘제60회 전국중학교선수권대회’ 준우승, 2006년 ‘대한축구협회장기 초중고 축구대회’ 3위 등 축구명문으로 명성을 떨쳤지만 전국 대회에서는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풍기중 축구부의 이번 전국대회 우승의 이면에는 3년 사이 감독이 두 번이나 바뀌는 아픔 속에서도 단 한 명의 팀 이탈없이 훈련에 매진했고 학교와 지역사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전언이다. 감독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학교 축구의 특성상 어수선한 분위기라면 다른 학교를 찾아 떠나기 마련이지만, 14명의 선수가 한 명도 이탈하지 않고 오히려 똘똘 뭉쳐 시골 축구부의 반란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특히 학부모와 지역사회, 그리고 학교 측의 전폭적인 지원도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는데 크게 한몫했다는 평가다. 또 프로구장에서만 볼 수 있었던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의 열렬한 응원은 학생 선수들에게도 큰 힘이 됐다는 후문이다.

전철건 영주축구협회회장은 “주전들이 다치면서 11명의 학생선수들이 고르게 ‘팀경기’라는 것을 보여줬다. 살아있는 축구 교과서를 보여준 결승이었다”며 “전투적 투지 하나로 사력을 다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매 경기마다 소름이 돋았다. 좋은 경기를 선물해줘서 고맙고 축구인으로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최우수지도자상을 수상한 천대원 감독은 “첫 우승이라 너무 기쁘고 뜻깊다. 승부차기는 평소 연습에서 잘 차는 선수들을 위주로 출전했다”며 “항상 선수들한테 충분한 호흡으로 강하게 밀라고 주문했고 운동이 끝나면 항상 승부차기를 연습했다”고 승리의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함께 수상의 기쁨을 누린 허성 코치는 “선수들한테 영광을 돌리고 싶고 감사하고 고맙다”며 “이번 달 말에 2학년 주말리그가 시작되는데 이번 승리의 기를 이어받아 훈련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공격상을 수상한 채기윤 선수는 “8강이 끝나기 전에 골절인 줄 모르고 승부차기를 했다가 부상이 심해졌다”며 “하지만 동료들을 믿었다. 승리의 원동력은 감독·코치님 덕분”이라고 감사를 전한 뒤 “계속 축구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힘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채기윤 선수 어머니 김수원 씨(44)는 “아들은 풍기초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다 선생님의 추천으로 축구부에 입단했다. 3년 동안 중학교 때 2번의 지도자가 바뀜에도 불구하고 아이들끼리 똘똘 뭉쳤다. 학부모들은 뒤에서 묵묵히 지원했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소감을 밝혔다.

최우수선수를 수상한 이선우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승리해 정말 좋다”며 “끝까지 함께 뛰어준 친구들에게 고맙고 앞으로도 열심히 훈련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박재진 교장은 “학부모와 지역사회, 그리고 축구부 감독과 코치 등 지도자들이 혼연일체가 돼 이뤄낸 우승”이라며 “앞으로도 축구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