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본업은 봉사 “사랑의 선순환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와요”
안에서 받은 사랑, 밖에서 베풀고자 봉사활동 매진
영주 적십자봉사회 최초 정기적인 봉사·지원 펼쳐
마을 돌며 ‘세탁봉사’ , ‘찾아가는 한끼 식사’ 호평
1859년 6월 24일, 이탈리아 북부의 솔페리노 마을은 전운에 휩싸였다. 프랑스와 사르데냐 연합군은 오스트리아 군대와의 결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통일의 꿈을 안고 나폴레옹 3세가 이끄는 연합군은 푸른 군복을 입고 전장에 섰다. 오스트리아군은 흰색 군복을 입고 필사의 저항을 준비했다. 새벽녘 포성과 함께 전투가 시작됐다. 총성과 비명 소리가 들판을 메웠고, 전투는 점점 더 치열해졌다. 병사들은 피와 땀, 눈물로 얼룩졌다. 전장은 순식간에 참혹해졌다.
그날 솔페리노를 지나던 스위스 사업가 앙리 뒤낭은 부상자들의 처참한 상태를 목격했고, 그는 곧바로 주민들과 협력해 부상자들을 돌보는 임시 병원을 마련했다. 전투 후 약 4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뒤낭은 이 모든 시간을 모아 <솔페리노의 회상>을 집필해 전쟁의 참상을 알리며 인도주의적 지원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는 1863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설립과 1864년 제네바 협약 체결로 이어졌다. 솔페리노의 붉은 들판이 인류의 존업성을 지키기 위한 위대한 여정의 시작점이 된 것이다.
적십자봉사회는 국제적십자운동의 일환으로,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는 비영리단체이다. 이 단체는 전쟁과 재난 등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19세기 중반에 설립돼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 고장에도 16개의 적십자 단위봉사회가 있다. 그중에서도 자체 정기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안정면 적십자봉사회의 활동으로 인해 마을 곳곳이 따뜻하게 채워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봉사활동으로 다시 시작한 삶
지난 24일, 안정면에 위치한 묵리마을회관에 세차게 내리는 비를 뚫고 노릇노릇한 부침개 냄새가 가득 찼다. 오전 9시부터 진행된 ‘찾아가는 한끼 식사’ 봉사활동은 묵리 주민들의 점심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콩국수와 부침개를 만들고 과일을 준비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마치 명절을 준비하는 식구들처럼 보이기도 한 회원들은 힘든 기색 하나 없이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식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마을회관을 이용하는 어르신들도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모여 부족한 일손을 도와주며 회원들을 흐뭇하게 지켜보기도 했다.
안정면 적십자봉사회를 이끌고 있는 김영희(55) 회장은 봉사회 결성 당시 총무를 맡아 부회장을 거쳐 현재 2년째 회장직을 맡고 있다. 적십자봉사회는 이와 같은 직책을 단계별로 밟지 않으면 회장을 맡을 수 없다. 더불어 김 회장은 대한적십자봉사회 영주지구협의회에서 사무국장을 연임해 4년째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첫째 아이를 출산 후 영주농협 여성대학에서 꽃꽂이를 배웠고, 우연히 맡게 된 꽃꽂이반 총무 자리는 봉사활동의 길을 열게 했다. 여성봉사단체라는 존재를 알게 된 김 회장은 관심이 생겨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계기로 영주시 녹색어머니연합회에 가입했고, 2005년에는 영일초등학교 어머니회 회장을, 2007년에는 녹색어머니연합회 회장을 맡아 봉사의 길을 넓혔다.
김 회장은 2007년, 연합회 결성 이래 처음으로 유니폼을 지원받아 영주경찰서에서 녹색어머니연합회 발대식을 가졌다. 그녀의 봉사활동은 안정면 주민자치위원회 간사로 활동하며 더욱 확장됐다. 현재까지 10년째 간사로 활동 중이며, 안정 풍물단에서는 30년 가까이 꽹과리를 치며 총무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영주시종합사회복지관 은빛대학에서 16년간 담임 봉사를 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고, 2011년에는 학부모 교육 정책 모니터단 활동을 모범적으로 수행한 공로를 인정받아 교육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김 회장은 봉사활동의 원동력으로 가족의 지지와 응원을 꼽는다. 초창기에는 남편이 반대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봉사활동을 지켜보며 자랑스럽게 여기는 모습을 보며 큰 힘을 얻었다고 한다. 남편의 지지 덕분에 더 많은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고, 이는 곧 삶의 큰 부분이 됐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가장 먼저 달려갑니다
봉사회는 매달 마을별로 수거해 온 이불을 안정면 보건소에 장소를 제공받아 세탁해 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봉사활동은 3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되며, 겨울에는 동파 위험으로 인해 제외된다. 세탁봉사는 영주에 적십자봉사회가 만들어지고 나서 안정면 봉사회가 처음 펼친 정기 봉사활동이다. 김 회장은 앞서 언급한 ‘찾아가는 한끼 식사’ 봉사활동도 계속해서 정기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역 내 경로당, 장애인 시설, 농협, 면사무소, 학교, 파출소 등 다양한 기관에 직접 구운 제빵을 나눔으로써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있으며 비행장 활주로 정비 작업을 수행하기도 하고, 포항과 울진의 산불 피해 복구 작업에도 참여했다. 김 회장은 “적십자는 수해나 산불 같은 재해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달려가는 단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 밖에도 영주시종합사회복지관에 도시락 배달, 주방 봉사 등 정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농가 일손 돕기에도 나서고 있다. 자연재해 등으로 피해를 본 가구의 주택 정리를 돕기도 하고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에 따뜻한 차를 제공하는 등 지역 전체에 봉사의 따뜻함을 전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안정면 주민자치위원회와 협력해 영주 최초로 어르신들을 위한 ‘효잔치’를 여는 등 지역 봉사의 스펙트럼을 계속해서 넓혀 가기 위한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안정면 적십자봉사회는 2005년 6월 결성된 단체로 현재는 22명의 회원이 마음을 다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회원들 모두 봉사에 중독된 듯이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회원들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1대 회장을 맡았던 김귀숙(69) 전 회장은 “경상북도 여성단체협의회 총무로 활동할 당시 많은 봉사단체를 볼 수 있었는데, 가장 먼저 재해 현장으로 달려가는 적십자봉사회의 모습에 감동해 안정면에 꼭 결성하고 싶었다”며 “대한적십자사는 봉사회가 결성되지 않은 지역에는 물품 후원 대상으로 선정해주지 않아 더욱 필요성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봉사할 때 내가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 오히려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봉사활동을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설명했다.
권경란(60) 총무는 “봉사원 모두가 항상 적극적으로 협조해 활동하는 데 있어 어려운 점은 전혀 없다”며 끈끈한 결속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봉사를 시작하고 나서는 아무렇게나 사진을 찍어도 맑고 예쁘게 나온다”며 “봉사활동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박미숙(61) 회원 또한 “주변 사람들이 봉사하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격려해 준 덕에 더욱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나의 본업은 봉사”라며 봉사활동에 대한 자부심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꼭두새벽에 나와 해가 질 때쯤에야 귀가하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지만 건강을 봉사로 채우고 있다”며 오히려 봉사활동을 할 수 있음에 감사를 표했다.
김 회장은 봉사를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지원군으로 남편인 심상복(57)씨를 거듭 언급했다. 덧붙여 “남편과 아이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았기에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에게도 사랑을 베풀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받은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봉사의 의지를 다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모든 인간은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두 동등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종, 국가, 종교 등 형식을 초월해 서로에게 선행을 베풀며 인류의 공존을 꾀해야 한다. 이것이 인도주의가 뜻하는 바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 가치로 보는 것이다. 발전된 사회 속에서도 인도주의적 사랑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 그러므로 봉사활동은 계속되어야 한다. 서로를 돕고, 지원하며 함께 나아가는 길만이 우리가 꿈꾸는 평화롭고 공정한 사회를 이루는 열쇠이다. 우리는 인간이고, 인간은 사회 속에서 존재하기에 인도주의적 사랑을 실천하는 봉사활동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변화시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