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남 (작가)
한궁(韓弓)은 2015년 ‘세계생활체육연맹(TAFISA)’의 국제단체로 등록된 생활체육 종목이지만 사람들에게 조금은 낯선 종목이다. 다소 생소한 이 스포츠는 한국 전통놀이인 투호와 전통무술인 궁도, 서양의 양궁과 다트의 장점을 접목한 운동이다. 게임 운영 방식은 안전한 핀과 자동 점수를 기록하는 양궁타입의 과녁판을 사용하며 양손 투구 점수를 기록, 평가하는 방식이다.
2010년부터 매년 대한노인회장기 전국 ‘한궁’ 대회가 개최되어 전국적으로 노인생활체육 종목으로 정착됐다. 그런가 하면 2019년 일본 전국 장애인 체전에 시범종목으로 채택되어 세계적인 장애인 체육 종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는 8월 8일 ‘사단법인 한궁 협회’가 주최하는 ‘제7회 88세계한궁의 날’ 전국 지도자 기념 대회가 충남 청양에서 열린다.
88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이유는 양손을 사용하는 운동이라는 의미와 게임 규정상 반드시 오른손과 왼손을 사용해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는 10월 풍기 인삼축제 기간 중에 전국시합이 풍기에서 열린다. 전국 시합을 영주에서 치를 정도로 전국적으로 ‘한궁’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지만 영주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이웃 안동 만해도 활발한 동아리 활동으로 전국시합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주와 ‘한궁’의 인연은 대한노인회와 깊다. 영주에 있는 각 경로당마다 성인 키 높이만 한 한궁 기계가 보급돼 있으며, 경로당 회원들 대상으로 해마다 영주시장기 대회가 열리고 있다. 경로당에서 치매예방 운동으로 잘 활용되어 건강한 노년생활에 도움이 되는 곳도 있을 것이고, 기계가 있어도 방치되어 있으나마나 한 곳도 있을 것이다.
‘한궁’이 지금까지는 노인대회를 통해서 알려지게 되었고, 시합자체가 노인을 위한 안전한 스포츠라는 인식이 있어왔다. ‘한궁’의 투구거리는 일반 및 청소년은 한궁 받침대 앞다리 기준선을 기준으로 3m, 여성은 2.5m이었던 것이 올해부터 시합 때 적용되는 거리제한 기준이 2m로 통일 되었고, 팀 구성 시 성별이나 나이 제한도 사라졌다.
‘한궁’이 생활체육이라지만 영주에 사는 사람이 관심이 있어도 아직까지는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마을 경로당에 보급돼 있다지만 65세 이상이어야 출입할 수 있으니 일반인이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노인 복지관에서 매주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데 이곳 역시 60세부터 이용 가능한 시설이다. 이미 있는 시설을 시민 누구나 이용하며 건강한 생활에 활력을 더할 수 있는 방안이 있으면 좋겠다. 좋은 것이 보급되어 있어도 활용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한궁’의 장점은 양손 운동으로 좌, 우뇌를 활성화하고 노인성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최적의 운동으로 꼽는다. 어른들에게 도움이 되는 운동으로 알려져 있지만, 어쩌면 청소년들에게 더 필요한 종목이라 할 수도 있다. 학교 생활체육은 유치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하는 체육을 말한다. 교과서에 규정된 체육 종목은 다양하지만 실제로는 남학생은 축구, 여학생은 피구 등의 공놀이 수업이 대부분이다.
학교 체육교사가 교과서에 따라 가르쳐야 하는 종목이 있지만, 학생 수에 비해 체육시설이 부족한 곳도 있다. 그런가 하면 입시 위주의 교육시스템 때문에 대부분 방과 후에 사교육을 받기 때문에 학생들이 운동할 생각을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한궁’은 실내 실외 어느 곳에서나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으며, 기계 이동이 수월하고 날씨에 영향 받지 않고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또한 소수의 인원이나 다수의 인원 모두 수용 가능한 융통성 면에서도 탁월한 이점이 있다.
‘한궁’의 기본 규칙은 바른 자세와 상대 선수를 배려하는 기본 예의가 있어야 하고, 항상 오른손부터 투구해야 하며, 오른손 5회 왼손 5회 투구하여 합산 점수가 높은 사람이 승리자가 된다. 각 투구 시간은 오른손 50초, 왼손 50초 제한이 있다. 합산 점수가 동일한 경우 양손의 점수 차이가 적은 선수가 승리하는 방식이다. 또한 나이 성별 장애유무의 구분 없이 모두 참여 가능한 장점이 있다. 양손 운동과 양뇌의 운동 및 학습, 운동집중력을 높일 수 있고 우뇌(EQ발달)에 도움이 되는 운동인 만큼 모두에게 좀 더 친밀한 생활스포츠로 인식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