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시인)

          여름, 먹히다

                                  -김소형

 

껍질 벗은 그를 보고

사람들이 수근댔다

 

풍문에 그는 여름을 잡아먹으러 온 것

녹슨 쇠 쓰윽쓰윽 갈아 만든 몸통무기로

 

초록 커튼 볼모로 잡아두고

불시에 쏟아지는 함성, 학익진이다

 

그가 다시 입을 벌린 순간

여름이 꿀꺽 삼켜지는 것을 나는 보았다

 

-다시 휴가

여름의 정점에서 스릴러를 만나봅니다. 넘실대는 파도를 원 없이 품어보는 것도, 깊은 계곡의 젖줄에 흠뻑 빠져보는 것도 물론 좋겠지요. 하지만 소스라치는 소름으로, 늑장 부리며 퍼질러 앉은 여름을 발 빠르게 쫓아내는 것도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

“여름을 잡아먹으러 온” 그는 대체 무엇이길래 “초록 커튼 볼모로 잡아두고/ 불시에 쏟아지는 함성”을 터뜨렸을까요? 그렇게 “여름이 꿀꺽 삼켜지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은 오싹했던 스릴러에서 목덜미 서늘해지는 수박을 영접합니다. 시원함이 쫙 갈라지는 여름이 소환되는 순간이기도 하구요.

사소한 변화가 즐거움을 주듯, 사소한 시선이 창작에 날개를 달았을까요? 폭양(曝陽)이라는 악마가 어깨 위에 올라타 있는 동안, 시인은 남다른 생각과 시선으로 짜증과 불쾌를 진정시켰나 봅니다. 적의 허를 찔렀던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 전법처럼, 치밀한 계산으로 탄생 된 시가 한여름을 개운하게 풀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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