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 (수필가)
사건 사고가 많은 나날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무사히 하루를 맞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한 요즘이다. 폭우로, 화재로, 지진으로, 가뭄으로, 태풍으로, 폭염으로, 재난이 물밀듯 밀려오고, 각종 사건 사고가 잇따르는 현실 앞에 공포와 불안이 좀체 가시질 않고 있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뜻하지 않는 장소에서 뜻밖의 일들이 마치 도미노처럼 일어나는 현실을 바라볼 때, 탈 없이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음은 한없는 감사요 다행이기도 하다. 지금껏 미처 깨닫지 못했던 평범한 일상이 더없이 고마운 요즘이다.
최근 서울 시청역 앞 참사는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될 일이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인 듯하다. 온 국민이 분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평온하던 가정이 순식간에 송두리째 무너졌다는 사실이다.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만약 누군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 역시 참변을 피해 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생과 사가 찰나에 벌어진 일이다 보니 그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조차 없다.
그 자리에 없었다는 것만으로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하루빨리 공정한 조사를 통해 진실이 규명되기만 바랄 뿐이다. 하루가 멀다 쏟아지는 재난 소식과 사건 사고는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시켜 주곤 한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스쳐 지나칠 일도 의미를 부여해 가치를 되새기다 보니 사소한 일상마저 감사로 이어진다. 감사에서 오는 기쁨만큼 우리를 평안하게 하는 일도 없을 테다.
토크쇼의 여왕으로 불리는 오프라 윈프리(Oprah Gail Winfrey)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감사일기를 썼다. 일기의 내용은 거창하거나 특별한 게 아니라 대부분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이었다. 아침에 눈을 뜰 수 있어서,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어서, 화내지 않고 참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감사와 불평의 결과는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감사한 삶은 자신을 제어할 힘이 생겨 감정조절이 잘 되기에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힘, 우리가 감사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윈프리의 삶을 들여다보면 한 인간으로 태어나 사생아, 성폭행, 미혼모, 마약 등 모든 불행은 혼자 거머쥔 듯 고난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윈프리는 미국 최고의 토크쇼인 오프라 윈프리 쇼를 진행하면서 전 세계 시청자를 웃고 울리는 토크쇼의 여왕으로 등극하게 된다.
배우로, 수천억대 부자로, 인기와 존경의 인물로 거듭나는데, 그녀가 역경을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건 매일 감사일기를 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윈프리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유명인사 100인에 선정됨과 동시에 통 큰 기부와 자선활동을 이어온 존경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윈프리는 자신의 치부를 숨기기보다 공개하는 걸 꺼리지 않았다. 누군가 비난의 화살을 던지고 정죄를 해도 위축하지 않고 당당히 맞섰다. 자기 개방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삶을 귀히 여기는 자기효능감 때문에 자신을 향한 비판마저 정면으로 승부할 수 있었다. 자기효능감, 그 기저에는 감사일기로 다져진 자존감 회복이 있었다. 그녀는 기구한 운명을 탓하기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서 감사함을 찾고자 노력했다.
결국 그 감사가 세계적인 토크 진행자 윈프리를 만들어준 것이다. 자칫 불우한 유년시절을 통해 자신이 경험한 삶 자체를 부정할 수도 있었을 텐데, 윈프리는 주어진 환경에서 타인을 의식하지 않은 채 감사의 인생을 이어갔기에 방송계의 거목이 될 수 있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감사함을 잊지 않고 그 감사를 습관으로 길들였다는 건 모든 이에게 귀감이 되는 일이다. 감사일기를 통해 그녀가 배운 것은 긍정의 마인드다. 결국 감사 습관이 지금의 오프라 윈프리를 만든 원동력이 된 것이다.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윈프리에게서 배운다.
불평의 씨앗을 심으면 불평의 나무가 자라듯 감사의 씨앗을 심으면 감사의 거목이 된다. 우람한 거목에는 기쁨의 열매도 주렁주렁 열릴 테다. 모두에게 주어진 삶, 불평하면서 시간을 허비할 것인가, 아니면 감사함으로 열매를 맺을 것인가. 각자가 판단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