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 이것 또한 우리가 선택한 길입니다”

MT를 떠난 단원들
MT를 떠난 단원들

미래의 자퇴생 위한 사회 시선 및 제도 개선 꿈꿔

두려워하지 말되 섣부르지 말고 확신과 계획 세워야

 

자퇴생 인식개선부터 검정고시 수업까지...사회를 바꾸다

사회 편견 극복은 모범적 모습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

달궈진 도장으로 사람이나 동물의 피부에 고의적으로 화상을 입혀 지워지지 않는 표식을 남기는 행위를 뜻하는 ‘낙인’은 성경에서 최초 기록을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역사가 두텁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도망친 노예를 쉽게 식별하고 재범을 막기 위해 흔하게 행해졌고, 중세 유럽에서는 범죄자들을 공개적으로 처벌하고 사회에서 고립시키기 위해 이뤄졌다.

이를 소재로 한 고전소설 <주홍글씨>는 낙인의 또 다른 표현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이제 사회에서 낙인은 피부 위로 지져지는 불도장 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다.

사회적 시선으로 낙인찍혀 평생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를 이른 나이에 안고 가는 청춘들이 있다. 이른바 ‘학교 밖 청소년’이다. 최근 10대들 사이에서는 자퇴생들의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자퇴 이후 일상은 물론 부모님께 자퇴를 선언하는 모습이나 마지막 등교를 담은 영상 등 콘텐츠도 다양하다.

실제 자퇴생 비율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조사·발표한 ‘2023 교육기본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교생 학업 중단율은 1.0%(5만2천981명)로 직전 해에 비해 0.2% 포인트(1만226명) 상승했다. 학교를 벗어난 학생들은 늘어나지만 그들을 향한 낙인은 희미해질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의 제도 밖 홀로서기를 응원하는 기관인 영주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은 2007년 학업중단청소년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발전한 지원체계를 통해 2015년 설립돼 학업 중단 청소년들이 검정고시 준비, 직업 훈련, 심리상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에 적응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센터의 지원 아래 학교 밖 청소년들의 권리 침해 사례를 발굴하고 개선하는 활동을 통해 정책에 반영하고자 뜻을 뭉친 ‘꿈드림청소년단’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검정고시 수업 현장
검정고시 수업 현장
직업 체험
직업 체험

청소년에게 새 꿈을 주는 ‘꿈드림’

매월 한 번씩 10명의 꿈드림청소년단 단원들이 영주초등학교 인근에 위치한 ‘청소년문화의집’에 모여 열띤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도록 둥글게 모여 앉아 각자의 이름표를 앞에 두고 마이크로 의견을 제시하는 모습들이 제법 의젓하다. 단원들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에 따른 날카로운 분석 아래 주어진 안건에 대한 적절한 방안을 찾아간다.

지난 10일 진행한 5회기 회의 주제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의 홍보 방안이었다. 오랜 회의 끝에 그들은 SNS 계정(instagram @give_u_dream_)을 개설해 또래 아이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가는 방향을 택했다.

꿈드림청소년단은 2018년에 창단해 올해로 7기를 맞이했다.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 등록된 청소년 수는 현재 95명으로 등록 청소년 중 지원자를 받아 센터 직원들의 심사 아래 꿈드림청소년단이 선정된다. 꿈드림청소년단은 센터에서 청소년을 위해 펼치는 지원 사업 중 하나이다.

센터는 현재 ▲상담지원(개인 및 집단상담, 학부모 상담) ▲교육지원(검정고시·수능 학습 지원, 검정고시 원서비·교재비 지원, 검정고시 원서 사진 촬영 및 대리 접수, 대입 입시 설명) ▲직업지원(직업체험, 직업인 특강, 학교 밖 청소년 인턴십 사업) ▲자립지원(청소년단, 자기계발 활동 지원) ▲활동지원(관외여행, 졸업여행, 사제동행 프로그램) ▲건강지원(건강검진, 위생용품·급식 지원)으로 구분 지어 학교 밖 청소년들을 지원하고 있다.

단원들 중 과반수가 이루고자 하는 꿈을 위해 학교 밖 생활을 택했다. 누군가는 음악을 하기 위해, 누군가는 더 넓은 세상을 향한 타국살이를 위해서이다.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학교보다 병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던 한 학생이 과감히 홈스쿨링을 택한 것이다. 과도한 경쟁에 지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학교를 나선 이도 있다. 모두 자신을 위한 선택인 셈이다.

자퇴 희망 의사를 밝히면 학교는 학생을 위(Wee)클래스로 인계해 상담을 진행한다. 상담을 진행하며 자신의 심리상태를 돌아보고 자퇴에 대한 확답을 내린 후, 학교를 나서게 된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들을 소개받는다. 학생 대부분은 이곳에서 꿈드림센터를 소개받는다. 또한 경험해 보지 못해 불안한 미래의 학교 밖 생활을 안내하는 여타 매체들에서도 꿈드림센터는 제일 먼저 소개되는 곳이다.

꿈드림청소년단의 주된 활동 목적은 앞으로 계속해서 생겨날 자퇴생들을 위해 사회를 개선해 나가는 것에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영주시 꿈드림청소년단이 2018년 경북에서 가장 먼저 출범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영주의 학교 밖 청소년들이 좀 더 결속력 있는 학교 밖 사회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또한 영주에는 검정고시 전문학원이 없다는 사실에 불편함을 느낀 단원들은 검정고시 수업을 요청했고 현재 자격을 갖춘 봉사자들이 모여 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기 회의를 하는 단원들
정기 회의를 하는 단원들
영주시 꿈드림청소년단 7기 위촉식
영주시 꿈드림청소년단 7기 위촉식

학교 밖에도 사회는 존재한다

단원들은 모두 자퇴 전 부모님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어 향후 계획과 관련된 발표를 할 만큼 계획적이고 확실한 모습을 보였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럼에도 막상 자퇴한 직후엔 막막하고 불안하기도 해 힘들었다고 덧붙이며 꿈드림센터가 좋은 길잡이가 돼 주었다고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단원들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흔히 말하는 일진 무리에 어울리느라 학업을 포기해 학교 밖 청소년이 된 것이라는 다수의 사회 시선과 사뭇 달랐다. 단원들은 자퇴 후 가장 먼저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이는 센터에서 학습 지원을 충분히 해주고 있기에 수월했다고 그들은 말한다.

일주일에 두 번, 학교처럼 짜인 시간표를 따라 수업을 들으면서 본인이 나아가고자 하는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으로 자존감을 가득 채웠다. 단원들은 내신성적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고 대학입시에 대한 자신감이 붙으며 이제 나아갈 미래에 확신을 굳히고 있다.

단원들을 인솔하고 있는 센터 내 학교밖지원팀 서현지 팀원은 단원들과 친구처럼 지내며 학교를 벗어나 경험할 수 없었던 사회의 따뜻함을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교사처럼 인솔하고, 때로는 선배처럼 조언해 주며 혼란스럽고 불안한 학교 밖 생활을 지지해 주고 있다. 서 팀원은 “센터를 처음 방문했을 때의 아이들과 지금의 아이들은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느낄 정도”라며 단원들의 밝아진 모습에 보람을 느끼는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단원들 또한 “검정고시 수업 덕분에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생활패턴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됐다”며 현재 센터 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또 “개성 있는 친구들을 만나게 된 것이 센터에서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덧붙이며 동료 단원들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센터는 졸업제도를 만들어 자립할 가능성이 보이는 청소년들에게 무언가를 마무리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돕고 있는데, 졸업한 청소년들은 센터에 남아 본인만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땅을 일구고 있는 ‘현역 학교 밖 청소년’과 계속해서 소통하며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센터 청소년들의 끈끈한 소속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아웃리치 활동 (청소년 도박·마약 예방 교육)
아웃리치 활동 (청소년 도박·마약 예방 교육)

학교 밖 사회를 이끄는 청소년들

단원들은 “‘두려워하지 말되 섣부르지 말 것’을 현재 자퇴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꼭 조언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아무리 정보의 바다가 커진 현대 사회일지라도 남들과 다른 길에 관한 참고 자료가 많이 부족하다”며 “진로에 대한 다양한 길을 안내해 주는 길라잡이가 필요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현재 꿈드림센터는 청소년상담센터와 같은 건물인 청소년문화의집에 위치해 있는데, 센터가 이행하고 있는 많은 역할에 비해 턱없이 협소한 공간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간절함도 있었다. 건물 바로 옆에 위치한 수도사업소 2층에 별도의 공간이 있긴 하지만 워낙 낙후됐고 협소할뿐더러 접근성도 좋지 않아 주 2회 학습공간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센터 아이들이 검정고시나 수능 공부를 위해 찾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그때마다 공간이 마땅치 않아 많은 청소년을 수용할 수 없어 안타깝다는 학교밖지원팀의 의견도 있었다.

또한 학생들의 신분증인 학생증이 없어 신분을 증명해야 할 때 난감한 상황도 있고, 대회나 공모전에 참가할 때도 학생이 아닌 청소년이 지원할 분야가 없어 속상할 때도 있다고 단원들은 말한다. 미성년자의 구분이 조금 더 다양해져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미성년자가 반드시 학교에 소속된 학생인 세상은 이미 지나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편견에 대해선 오히려 “우리가 잘해야 하는 문제”라며 당찬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어두운 이미지가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어 항상 어디서든 밝은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고 있다”는 그들의 말에서 아이들이 탄탄해지고 있음이 보였다.

낙인은 지울 수 없는 흉터라는 것에 존재가치가 있다. 그것을 향한 차가운 시선들로 사회와 격리되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 밖 청소년들은 종속된 노예나 흉악한 범죄자가 아니다. 그들이 숨길 수 없는 상처에 짓눌려 성장의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 과연 괜찮은 일일까? 지금 꿈드림센터는 흉터 위로 새살이 돋는 소리로 가득하다.

꿈드림청소년단은 학교 밖 청소년들의 이마 위로 지져질 불도장에 맞서 싸우고 있다. 세상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때문에 그 세상을 이끌어갈 청소년들도 커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학교 밖 세상도 환하다는 것을 사회가 이제 인정하고 더 밝혀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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