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너무 더워서 굳은 소뿔조차도 녹아서 꼬부라진다는 삼복(三伏)더위가 시작됐다. 삼복(三伏)은 가을철의 서늘한 기운이 땅으로 내려오다가 여름철의 뜨거운 열기에 눌려 세 번이나 굴복하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 초복은 7월 15일, 중복은 7월 25일, 말복은 8월 14일이다. 사람들은 이 한 달 동안 계속되는 찜통더위를 이기기 위해 삼계탕이나 보신탕과 같은 보양탕을 먹거나 아니면 피서를 떠나는 등 무더위를 이기려고 한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든 무더위를 이기려고 해도 마음속에 화(火)가 있으면 백약이 무효다. 오늘날 우리 사회 각 영역에서는 시민들의 마음을 시원케 하는 소식은 없고 짜증 나게 하는 소식들로 가득 차 있다. 무엇보다도 나라의 안위와 국민의 행복을 위해 정치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정치적 헤게모니를 잡으려고 이전투구(泥田鬪狗)처럼 하는 중앙 정치판의 모습을 보면 마음속에 천불이 난다.

좌파는 우파를 향해, 우파는 좌파를 향해 서로 간에 씩씩거리며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식으로 헐뜯고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무더위 속에 또 다른 무더위가 몰려온다. 게다가 세계적인 불경기 속에서 정부는 나름대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여전히 경기회복이 불투명한 경제가 서민들의 마음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하지만 오는 27일부터 시작해 8월 4일까지 9일간 개최되는 영주 시원(ONE)축제는 무더위를 식힐 수 있는 좋은 더위 사냥 축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원축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와 액티비티(Activity)로 구성돼 있다. 기획된 프로그램을 보면, 어린이들 중심의 프로그램과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 등이 특별히 마련돼 있고 또 어른들이 즐길 수 있는 역대급 공연도 준비돼 있다.

전반적으로 시민 모두를 위한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가 골고루 갖춰져 있다. 그래서 이번 시원축제를 통해 시민들은 삼복더위에 대한 갈증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의 경우에는 첫 시원 축제를 개최하는 만큼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으나 집중호우로 인해 부득이하게 축제를 취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기상청에서 남부지방에 장마가 종료되는 날짜를 7월 24일로 예측하기 때문에 작년과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영주 시원축제의 콘텐츠가 영주 지역에 가야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지금 전국 각 지역에서는 여름 축제가 다양한 이름으로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전국 대부분의 여름 축제는 보령의 ‘머드축제’처럼 그 지역의 특수성을 십분 고려한 콘텐츠가 있기 때문에 차별성이 있지만, 현재 계획된 영주 시원축제 프로그램들은 어느 지역에서나 다 즐길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는 보편적인 콘텐츠들이다. 굳이 외부 관광객들이 영주 지역까지 와서 여름 축제를 즐기겠는가? 영주의 지역적 특성을 살리지 못한 콘텐츠가 아쉽기만 하다.

한 여름날의 무더위를 한 방에 날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영주 시원축제도 잠시 무더위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뿐이다. 축제가 끝나면 분명히 또 다른 스트레스로 인해 마음이 다시 더워질 것이다. 무더위에서의 해방은 잠시 잠깐이고 마음속의 화(火)는 일상인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이다. 그래서 여름날의 무더위를 잊게 하는 것은 우리들의 마음을 시원케 하는 소식이요, 내일의 희망에 찬 소식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등 사회 각 영역에서 국민 모두의 마음을 시원케 하는 소식이 있으면 한여름 밤의 뜨거운 열기는 한순간에 사라져 버릴 것이다. 자녀들로부터 좋은 소식을 들으면 뙤약볕에서 일을 해도 마음이 시원해지고, 농사가 풍년이 들기를 기원하면서 뜨거운 구슬땀을 흘리는 농부의 마음속에서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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