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율 (동양대학교 교수)
바야흐로 찌는 듯한 무더위에다 폭우가 쏟아지는 장마의 계절이다. 모두가 철저하게 건강에 유의하고 특히 안전에 유의해야 할 때이다. 날씨는 천후(天候)나 기후(氣候)로 사람이 관여할 여지가 별로 없는 영역이다. 그저 하늘이 처분하는 천재(天災)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인간은 철저히 을(乙)에 속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오랜 세월 동안 을의 처지와 입장에 머무르던 인간이 드디어 갑의 위치(?)에 올라섰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결국 기후에까지 영향을 주어 예기치 않은 인재(人災)가 속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결코 인간 승리가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패착(敗着)으로 되돌아오고야 말았다. 오늘날 우리가 겪는 기후변화에 따른 심각한 자연재해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맹자(孟子)」 「양혜왕(梁惠王) 하편(下篇)」에 보면 이런 말이 보인다. “너에게서 나온 것은 너에게로 되돌아간다. [出乎爾者(출호이자),反乎爾者也(반호이자야).]”라고. 오늘날 우리가 당하는 천재는 사실 인재에서 비롯되어 천재인 것처럼 보이는 자연의 보갚음이다.
우리가 자연에게 좀 더 잘했더라면 이렇게 맥없이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지금까지 무수하게 자연을 업신여긴 결과를 지금에 와서 이자까지 보태 가지고 되돌려받는 것이다. 모두 우리가 잘못했으므로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지구촌이라는 한 공간에서 살고 있으므로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같이 살고 있는 다른 사람이 잘못해서 초래된 결과이기 때문에 누구인들 예외가 될 수 있겠는가?
그러니 한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 인류 모두가 자연을,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함부로 자연을 마구 유린(蹂躪)해서는 안 된다. 속담에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속담이 이 경우에 꼭 들어맞는 예시라고 하겠다. 나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어도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잘못해서 초래되는 피해는 고스란히 모두가 감내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서경(書經)」 「태갑(太甲)・중(中)」에 “하늘이 지은 재앙은 오히려 피할 수 있으나 스스로 지은 재앙은 도망할 수가 없다.[天作孽(천작얼)은 猶可違(유가위)어니와 自作孽(자작얼)은 不可逭(불가환)이라]”라는 말이 있다.
오늘날 우리가 당하는 자연재해가 바로 이 ‘자작얼(自作孽)’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하늘이 내리는 재앙은 우리 힘으로는 어쩔 수 없어서 받아들여야 하겠으나 적어도 우리 자신이 잘못해서 초래되는 재앙은, 겪지 않아도 되는 것을 겪기 때문에 어떻게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 실상을 간단하게 한번 보자. 대기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자동차를 비롯하여 화석 연료를 마구 태운 결과 심각한 대기오염을 초래했고 수질을 생각하지 않고 물에다 오염물질을 마구 내버린 결과 끔찍한 수질오염을, 지하수를 마구 퍼 올리고 나서 그 이후에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은 결과 심각한 지하수 오염을 초래했다. 어디 그뿐인가?
우주를 개발한다고 우주 공간에 무분별하게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이제는 우주쓰레기까지 걱정해야 하는 심각한 사태가 연일 매체에 보도되고 있다.
더군다나 스프레이, 냉장고나 에어컨의 냉매(冷媒) 등으로 이용하는 프레온 가스와 소화기에 사용되는 할론 가스 등을 무분별하게 사용한 결과 지구의 오존층이 파괴되어 지구의 대기 온도가 올라가고, 따라서 빙하가 녹기 시작하여 이제는 아주 위험한 상황에 이를 정도로 빙하가 녹아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지구 온도가 높아져 생각지도 못한 ‘엘리뇨(이상고온)’와 ‘라니냐(이상저온)’ 현상 등 기상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이 우리 인류의 무분별한 욕망 추구가 빚은 비극이다.
여기서 조금 더 진행되면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진다. 마치 용수철을 잡아당길 때 회복한계점 이상으로 잡아당기면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없듯이 지구가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는 회복 불능의 상태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인재를 조금이라도 예방하여 공연한 재앙을 당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아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누구의 잘잘못을 가릴 여유도 없다.
모두가 나서서 조금이라도 지구생태계에 위협이 되는 요소는 무조건 제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먼 미래의 자손들 생존이 위협받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내 생존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다. 바로 지금 당하고 있는, 천재가 아닌 인재가 그 경고등이다. 어떤 경우에도 ‘자작얼(自作孽)’을 짓는 어리석은 행동만은 피하고 인재를 조금이라도 예방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