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시인)
물방울 운동
-송찬호
튼튼한 물방울이 되기 위하여
풀잎에
나뭇가지에
전깃줄에
매달리기 운동을 한다
동글동글해지고
단단해진다
몸 빵빵한 물방울이 된다
물방울에서
물빵울이 된다
운동이 다 끝나면 톡, 떨어진다
-아롱다롱 진주처럼
비가 많은 7월입니다. 풀잎도, 나뭇가지도, 전깃줄도 힘이 넘쳐나는 계절이기도 하고요. 덕분에 “풀잎에/ 나뭇가지에/ 전깃줄에 매달”린 몸 빵빵한 물방울들을 자주 볼 수 있어요. 동글동글 물방울에서 똥글똥글 물빵울이 되기까지 더 “동글동글해지고/ 단단해”지려고 애를 쓰니 맺힌 땀방울도 송송하네요. 운동에 최선을 다한 뒤에는 한 망울도 연연함 없이 “톡, 떨어”집니다. 마치 삶의 이치를 따를 줄 안다는 듯요.
언어 규범에는 어긋나도 시에서만 허용되는 ‘시적 허용’이란 것이 있는데요. 이 동시에서도 쓰였네요? 혹시 눈치채셨나요? 맞아요. ‘물빵울’이에요. 정말 와 닿지 않나요? 이 동시에서 이 단어가 없다면 얼마나 심심해졌을까요? 단어에 근육을 조금 넣었을 뿐인데 시가 생생해졌어요.
비가 많이 와서 우울하고 겁이 나더라도 여름엔 무조건 운동입니다. 물방울이건 사람이건 운동으로 땀을 흘리다 보면 햇살만큼 행복해집니다. 불쑥, 웃게 됩니다.
영주시민신문
okh7303@hanmail.net

